산재는 막을 수 있었고, 생명은 살릴 수 있었다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문은영 2022. 11. 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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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정부의 능력에 맡겨진 노동자 시민의 목숨

[문은영]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3분기(1월~9월) 누적 통계는 483건의 사고에 5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매달 약 56.6명이 사망했으며, 매일 1.8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에서 253명으로 가장 많이 사망했고, 제조업 143명, 기타 114명이었다.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인 사업의 경우 308명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02명이 사망했다. 사망유형을 살펴보면, 떨어짐 204명, 끼임 78명, 부딪힘 50명, 깔림·뒤집힘 40명, 물체에 맞음 34명 순으로 발생했다.

존재해야 하는 삶의 숫자

통계 추세로 보면, 2022년이 끝날 때쯤,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700~8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15에 발표한 산재 사고사망자 통계 현황을 살펴보면, 일정규모의 사고사망자수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최근 5년간 산재 사고사망자 현황 <최근 5년간 산재 사고사망자 수 및 사고사망만인율 현황>(2022. 3. 15.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서 인용)_사고와 질병 재해 중 사고재해만 다룸
ⓒ 고용노동부
 
산재사고 사망수 통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저 숫자는 오늘도 존재했어야 하는, 존재할 수 있었던 삶의 숫자다. 그 숫자만큼의 우주가 사라진 것이다. 사망원인을 보면 더욱 슬퍼진다.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뒤집힘.' 이런 재해는 사고현장과 작업방식을 사전에 파악하여 기본적인 보호조치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유형이다. 예상치 못한 기계결함이나 돌발적인 폭발사고도 아니다.

그런데 그 생명들을 사라지게 만든 이유, 일하다 죽었다는 사실에 이르면, 막을 수 있는 사고, 막아야 하는 사고임에도 막지 못한 '잘못'이 있다. 그런데 그 잘못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잘못을 진 사람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니 잘못은 '반복'되고 있다. 일정 수준이상 유지되는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작업현장은 위험이 수반된다. 그런데 그런 위험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당하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그의 인생을, 가족들의 삶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기업이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이윤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면, 그 결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게 된다면, 그러한 기업은 이윤추구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면, 위험을 관리할 능력과 책임도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한 전제여야 한다.

먹고살기 위한 기업활동이 노동자들을 허망하게 죽게하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생명의 가치가 우선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현실은 기업이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은 있는지,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지에 대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

기업과 정부의 위험관리 능력은 죽음과의 거리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고' '운 없이 발생한 사고'로 인식하고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고 사고만 '수습'한다. 다시 비슷한 사고들이 재발한다. 그러다보니, 한해에 800여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예측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위험'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위험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결과 노동자가 사망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아니한 기업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돈보다 중요한 노동자들의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것이다.
 
 14일 오후 이태원압사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호텔 일대 골목의 통제가 풀려 추모의 글과 꽃이 놓여 있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2022. 10. 29. 이태원에서 158명의 젊은 생명들이,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너무도 허망하게 죽었다. 158개의 세계가 소멸했고 그로 인한 슬픔이 세상에 가득찼다.  지난 17일 <뉴스타파>는 취재 결과 이태원 참사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했고, 그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를 막을 7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관련 기사).

참사 발생 나흘 전에 열린 용산구청의 확대 간부회의에서 대규모 인파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마련됐더라면, 경찰 지휘부가 마약 단속과 집회 관리를 위해 보인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이태원 인파에 대한 질서유지에 주목했더라면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사고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책임이 있는 정부와 기관들이 '명백히 예견가능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결과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304명의 생명들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에서도 사고 예방 및 구조활동의 책임이 있는 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발생한 인재였는데 그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은 결과, 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됐다. 현재 발생하는 산재사고 역시 예견가능한 사고임에도 책임자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결과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같다.

한 해에 8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기업이 예견가능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 세상을 떠난다. 슬프고 참담하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고자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예견가능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진정한 노력을 하라고, 그렇게 해서 사람을 살려보자고 만든 법이다. 기업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상하다고, 과도하다고 공격받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슬프고 참담하다.

마지막으로 산재로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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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문은영씨는 김용균재단 감사이자,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으로 활동하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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