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김건희-구달' 만남 위해 생태교육관 급조하고 23억 예산 끼워넣기?
[최나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지난해 7월 7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직 김건희씨를 위한 이벤트를 목적으로 해당 사업이 진행됐다는 정황은 너무 많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김 여사와 구달 박사가 만나기 전날인 지난해 7월 6일, 용산 어린이정원 내 미군 장군 관사였던 건물을 교육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국방부의 사용 승인은 8일 뒤인 지난해 7월 14일 났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7일 어린이정원에서 구달 박사에게 "이곳에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생태 교육 공간을 조성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사용 허가도 나지 않은 시점에 김 여사가 생태교육관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해당 사업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그해 6월경"이라며 "사전 계획 없이 김 여사와 구달 박사 만남을 위해 급하게 사업이 추진된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교육관 건립이 예산 편성 절차도 무시하면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의 예산안은 전년도 5월 말에 기획재정부에 제출되는데,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교육관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김 여사와 구달 박사 만남 이후에야 환경부는 관련 예산을 추가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해, 올해 예산안에 교육관 관련 예산이 배정됐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엔 '생물다양성변화 관측네트워크(K-BON) 운영' 세부사업으로 교육관 조성 예산 23억2500만 원이 편성됐다. 교육관은 올해 6월 개관했다.
▲ 서울 용산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한편에 제인 구달 박사와 김건희 여사 만남을 기념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어떤 권한도 없는 민간인 신분의 대통령 배우자를 위해 대통령실과 환경부가 정부 사업을 급조하고, 예산을 사용한 국정농단 사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병화 환경부 차관(당시 대통령실 기후환경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구달 박사와의 만남 아이디어를 냈고, 예산안 제출 시기 이후, 교육관 설치 예산을 추후 요청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 차관은 "예산이 5월에 제출된 부처 안에는 없었고, (김 여사와 구달 박사의 만남) 이후에 그걸 계기로 그 취지를 담아서 예산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4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병화 환경부 차관에게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급조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 국회 인터텟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
그러자 이 의원은 "다른 (환노)위원 발언의 표현을 갖고 문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각자의 판단과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이미 국민적 평가가 그렇게 내려진 부분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의원들 간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은 "환노위에서 느닷없이 '기-승-전-김건희 여사'로 흐르려는 조짐이 보이니까 매우 유감"이라고 이 의원의 의혹 자체를 비판했다. 임 의원은 "그동안 미군 기지로 활용돼 왔던 용산이 이제 우리 땅으로 돌아왔으니까 교육관으로 조성하는 것을 대통령 영부인도 추천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걸 어떻게 김 여사의 어떤 개인적인 (것으로 둔갑시키나). 그걸 마치 김 여사 국정농단으로까지 끌어내는 것은 너무 논리 비약"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리의숲'(https://forv.co.kr)에도 실립니다. ‘소리의숲’은 2024년 9월 문을 연 1인 대안언론입니다. 소리의숲 홈페이지에도 들어오셔서 많이 봐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제보와 각종 제휴 문의도 환영합니다. 문의는 joie@forv.co.kr로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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