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찌른 후 '씩' 웃던 박대성…계획범죄 실현되자 흥분한 것" [디케의 눈물 293]

김남하 2024. 10. 3. 03: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대성, 9월 26일 순천서 18세 여고생 살해 혐의 구속…경찰, 4일 검찰 송치 예정
법조계 "박대성, 범행 후 맨발로 걸으며 '씩' 웃어…공감 능력 부족한 사이코패스 가능성"
"원한 관계나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 살해, 계획범죄 아닌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
"목에 커다란 문신 통해 부족한 자존감 메워…연인과 헤어진 감정, 피해자에 전이된 듯"
전남경찰청은 순천 거리에서 10대 여성을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한 박대성(30)의 이름,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연합뉴스

전남 순천시에서 길을 가던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 박대성(30)의 신상이 최근 공개된 가운데 그의 범행 당시 행적이 주목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개인적 원한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동기가 불명확한 만큼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범행 이후 웃음을 보인 것은 계획범죄가 실현되자 흥분한 것이라며 힘들어하는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오후 내외부 위원 7인 이상이 참여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박대성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을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30일간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 44분쯤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A(18)양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범행 후 도망친 박대성은 만취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행인과 시비를 벌였고, 사건 약 2시간 20분 만인 오전 3시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대성은 사건 당일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그곳을 지나던 A양을 800m가량 쫓아가 등 뒤에서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대성이 맨발로 골목을 걸어가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대성은 일면식도 없는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데 경찰 조사에서 정확한 동기를 진술하지 않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순천 거리에서 10대 여성을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한 박대성(30)의 이름,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전남경찰청

그는 경찰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돼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4일 박대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박대성이 A양이 서로 일면식이 없었던 관계로 보고 '묻지마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사전에 흉기를 챙겨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하다 힘없는 여학생을 향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전에 피해자의 동선, 스케줄 등 정보를 치밀하게 파악한 정황이 없는 만큼 계획범죄로 보긴 힘들다"며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개인적 원한 관계가 있지 않은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전형적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서 필요한 경우 사이코패스 검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대표적 특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감정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며 "새벽 시간대 상대적으로 약한 여고생을 갑작스럽게 공격하고 범행 이후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범 중 일부는 자신이 머릿속으로 계획한 범죄가 실현됐을 때 신체적 및 감각적으로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 박대성이 범행 후에 맨발로 걸어다니며 씨익 웃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 역시 이러한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이 여자친구와의 감정적 충돌 혹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폭발했고 그 결과 흉기 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폭력전과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잠재된 폭력성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조금씩 발현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주변 사람이 아닌 학창시절 지인들의 증언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감형을 노리고 이른바 '선택적 침묵'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살해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박대성의 심리적 특성은 그의 목에 훤히 드러낸 문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부족한 자긍심, 자존감을 문신을 통해 만회하고 상대에게 공포감을 유발하려는 특성이 깔려 있는 것이다"며 "범행 당시엔 여자친구와 관계가 끊어진 데 대한 감정을 음주를 통해 메우고 나아가 다른 여성에게 전이함으로써 왜곡된 성취감을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