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창시자 정체 추적' 다큐 방영...시장은 '심드렁'
사토시, 비트코인 110만개 보유...2011년 이후 잠적
방영 후 시장 변동성 안 커..."소문에 불과"
미국 방송 채널 HBO가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추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가운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트코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경우 '탈중앙화'를 강조해 온 비트코인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잠재적인 매도 압력과 규제 가능성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HBO의 추정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으로 인해 가격을 움직이는 동력은 되지 못했다.
HBO는 8일(현지시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을 방영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사토시의 정체로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피터 토드(Peter Todd)를 지목했고, 근거 중 하나로 그가 인터뷰 중 '나는 사토시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제시했다.
사토시는 2007년 블록체인과 관련된 논문 한 편을 인터넷에 올렸다. P2P(개인 간 금융)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기술에 대한 논문이었다. 2009년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프로그램이 공개되며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됐다. 다만 2011년 비트코인 개발을 이어 나갈 후계자를 선정하고 잠적했다.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정체는 오리무중인 상태로, 그의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이나 이메일 등만이 떠도는 상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8월 사토시의 정체를 묻는 정보공개 요청에 '한 명 혹은 한 명 이상의 제3자 개인들'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표현은 미국인이 아닌 사람의 정보공개 요청을 받았을 경우 나오는 표현이다. 당시 FBI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탐사 저널리스트 데이브 트로이(Dave Troy)는 "사토시의 정체가 밝혀진 적은 없지만 가명, 개인 혹은 정부 기관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창시자로,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시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지갑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110만개(약 92조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총 발행량(2100만개)의 5% 수준으로,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경우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공동 설립자인 제스 파월(Jesse Powell)은 과거 "사토시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규제 당국이 이들을 함부로 감옥에 넣는다거나, 비트코인 프로토콜 수정을 강요하는 등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HBO 방영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워처구루는 "HBO는 사토시와 관련해 잘못된 설명을 근거로 삼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방영 소식에 가상자산 산업 전반이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방송 내용은 소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토시로 지목된 피터 토드는 다큐멘터리 공개에 앞서 진행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정석문 프레스토랩스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1억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글로벌 방송사가 100분짜리 콘텐츠를 만들어 방영해다는 것은 비트코인 창시자에 대한 사람들이 궁금증이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러한 궁금증은 가상자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더 넓게 업계와 무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박주혁 디스프레드 매니저는 "이번 다큐멘터리에 따른 시장 반응은 딱히 없었고 HBO는 조롱거리가 됐다"며 "사토시로 지목된 피터 토드도 '이 상황이 너무나 우스꽝스럽다'고 했고, 저널리스트들이 요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볼만하다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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