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싸움 들어간 두 후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권신영의 애틀랜틱 월드]
[권신영 기자]
▲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라크로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8월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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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 대선 결과를 판가름할 경합지는 크게 두 지역이다. 하나는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을 묶어 일컫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다. 과거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지였으나 21세기 국제 분업 구조하에서 발전이 더디었다. 하지만 국내 소득 격차, 대중 견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른 하나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조지아 등을 지칭하는 남부의 선 벨트(Sun belt)다. 국경 및 불법 이주자 문제에 관심이 높다.
9월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오차 범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되는 애리조나(선 벨트)와 미시간(러스트 벨트)을 찾았다. 해리스는 인도주의적 유연성을 보였던 기존 태도를 수정하고 주권에 기반한 질서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높은 관세 부활을 예고했다. 주권과 관세. 두 단어는 시장 중심의 국제주의(혹은 탈국가주의)를 뒤집는 양축이 될 것을 시사한다.
▲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애리조나주 더글러스 투손의 국경을 방문해 국경수비대 요원들과 함께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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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해리스가 방문한 곳은 애리조나에서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지대였다. 그는 "미국은 주권국"이라며 "우리가 국경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그걸 실행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불법 체류를 불사하고 미국으로 밀려드는 이들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권 개념을 중심으로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난민 봉쇄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난민 신청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이다. 해리스는 불법적으로 입국을 시도할 경우 "5년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난민 신청 자격도 박탈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반복적으로 국경을 넘을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거라 경고했다. 국경 지대에서 벌어지는 마약, 인신매매, 불법 입국을 알선하는 조직을 막기 위해 법무부 인력 보충도 약속했다.
해리스의 공약은 2020년대 초에 비해 주목할 만한 입장 전환이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바이든은 해리스에게 남미 이주자 문제를 맡겼다. 하지만 그는 국경지대를 방문조차 하지 않았고 2021년 NBC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자이면서도 국경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유럽에도 한번 가지 않았다"는 뜬금없는 말로 답했다. 이후 실수를 깨닫고 국경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국경 문제는 지금까지도 해리스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8월 9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퓨리서치센터의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권자 88%가 미국 국경 안보가 '확실히/어느 정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투표 시 중요하게 고려할 사안을 묻는 CBS/유고브 9월 조사에 따르면 58%가 국경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낙태 (52%), 기후 변화(40%), 이스라엘-가자(38%) 보다 높은 수치다.
국경 및 불법 이주자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신뢰를 얻고 있다. 선 벨트 지역에 국한해 국경 문제 해결 적임자를 묻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학 여론
조사에서 54% 유권자가 트럼프를, 47%가 해리스를 지지했다.
▲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주 워런의 맥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타운홀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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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발언은 같은 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워런에서 나왔다. 미시간은 통계적으로 민주당 우세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승리 가능성을 놓지 않는 지역이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가 예측되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가 이겼다. 지난 대선의 경우 바이든이 안정적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50.5%, 47.8%, 불과 2.7% 포인트 차이였다. 9월 마지막 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47%, 해리스 48%로 초접전이다.
2010년대 이후 빠르게 악화된 계층 격차를 둘러싸고 미국의 노동 문제는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노조의 단체 교섭권으로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바이든은 공개적으로 노조를 지지했고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다른 하나는 불법 이주자들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트럼프의 반이주자 정책과 맞닿는다. 얼마 전 해고당했다는 한 자동차 산업 노동자는 9월 27일 트럼프 유세에 서 불법 이주자들이 미국 노동자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며 그 대책을 물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 시 국경 벽을 세웠다는 것을 환기하고 국경을 닫아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 답했다.
이날 트럼프는 자동차 산업 및 노동자 보호책으로 관세를 언급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적국뿐 아니라 동맹국 모두 미국에서 이익을 취했다며 미국 제조업을 보호할 방편으로 관세 도입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언급했다. 19세기 말 50% 가까운 관세를 매겼던 대통령으로 공화당이 20세기 자유 무역주의를 수용하기 전까지 관세 지지 정책 노선을 취했음을 환기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트럼프는 노동자 보호 정책으로 석유 개발을 지지했다. 노동자 계층은 미국 인플레이션의 실질적 타격을 받는 이들이다. 트럼프는 물가 안정의 시작점을 에너지에서 찾았다. "모든 것(경제 영역)이 에너지를 따라간다"며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에서 찾고 매장된 석유를 개발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화석연료 사용 지지는 기후 변화 대책과 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후 변화 대책 일환으로 전기차 도입을 추진하는 바이든 정책 노선(그린 뉴딜)을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린 뉴XX"로 언급하고 당선된다면 전기차 정책을 즉시 폐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뒤이어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를 불안하게 하는 전기차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 숀 페인 UAW 위원장을 비판했다.
각자 오차 범위 내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애리조나와 미시간에서 한 해리스와 트럼프의 약속은 유권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 11월 5일에 있을 미 대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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