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빠따'의 추억

이른바 ‘줄빠따’였다. 유형은 다양했다. 차례대로 나가 칠판을 붙들고 서서 엉덩이를 맞거나,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선생님이 돌면서 넓적다리에 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너희들이 친구를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한 책임이야.” 체벌을 앞두고 선생님은 늘 이리 강조했다. 줄빠따의 기본정신은 ‘연대 책임’이었다.
분명 떠든 친구는 뒤쪽 자리의 두세 명인데 왜 나도 맞아야 하는지 억울했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 전체가 단합하면 떠드는 학생이 한 명도 안 나온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다. 학급 평균 점수가 같은 학년 꼴찌를 해서 줄빠따를 맞은 적도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을 잘 이끌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점입가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왔나 싶더니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엄습해왔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의 공격적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다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연결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세계 경제에 확산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해법조차 찾기 어려운 국면이다.
원인은 하나같이 우리와 무관한 곳에서 비롯됐다. 줄빠따를 맞는 이유와 같다. 코로나부터 시작해 물가 급등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풀린 돈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른 것까지는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은행이 단숨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가계부채 폭탄을 감수하고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의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펼쳐지자 우리는 원화가치 하락과 수입물가 급등을 앉아서 당해야 한다.
시차를 두고 압박해오는 것도 줄빠따와 비슷하다. 자산 시장 도미노 붕괴가 그랬다. 채권값은 2020년 7월 진작에 고점을 찍었고, 코스피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내리막이다. 이어 코인 시장은 지난해 가을에 조정에 들어갔고, 수년간 글로벌 자산 시장 랠리를 이끌었던 미국 나스닥이 올 초부터 꺾였다. 이어 마지막으로 올봄 이후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줄 서서 두들겨 맞는다. 경기권 외곽 신도시에서 시작하더니 광교·분당 등 핵심 신도시에 이어 서울 외곽과 강북을 지나 최근 용산과 강남으로 왔다.
이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국가별 리스크로 전이될지가 중요해졌다. 이미 스리랑카가 무너졌고, 이탈리아는 물가 급등을 해결하지 못해 총리가 사임 위기에 몰렸다.
다시 줄빠따의 추억을 되새긴다.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맞기 전이었다. 앞서 맞는 친구들의 비명과 “죽을 것 같아”라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에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어디를 몇 대 맞는지 사전에 알 수 있다는 게 줄빠따의 특징이다. 앞의 사례를 유심히 보면 덜 아프게 맞는 요령도 터득할 수 있다. 순서대로 이어져오니 예측이 가능했고,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공포는 컸지만 고통은 덜했던 체벌이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도 그리 되기를 희망해본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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