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강아지 안고 덜덜…美 울린 소녀, 가짜였다

허리케인 '헐린' 피해를 입고 울고 있는 소녀.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공유한 이 사진은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로 밝혀졌다. 엑스 캡처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최근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면서 수백 명이 숨진 가운데 재난의 참상을 전한 어린 소녀의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 등에 따르면 최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홍수에 떠내려가는 보트 위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한 소녀가 강아지를 안은 채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울고 있는 사진이 확산됐다.

유타주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이 사진을 엑스에 공유하며 “이 사진에 캡션을 달아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재난 대응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후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사진이 실제가 아닌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헐린' 피해를 입고 울고 있는 소녀.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공유한 이 사진은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로 밝혀졌다. 엑스 캡처

공개된 2장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소녀의 손가락이 5개가 아닌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고 소녀가 안은 강아지의 주둥이 털 색깔도 차이가 있었으며 보트 종류마저 다르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해당 사진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나자 마이크 리 의원은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다. 현재 엑스는 이 사진을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분류하고 있다.

포브스는 “재난을 묘사하는 조작된 이미지는 구호 활동을 복잡하게 만들고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가짜 모금 활동에 기부하도록 사람들을 속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이미지가 모금 행사 등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헐린’과 관련한 가짜정보가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확산하자 웹사이트에 ‘루머 대응’ 페이지를 개설했다. FEMA는 “거짓 정보에 주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공식 정보를 공유해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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