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리스트가 사랑하는 자전거 브랜드①

인간의 삶 속에 일상으로 자리 잡은 자전거.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교통체증을 피하려는 출근족이나 본격적인 라이딩을 즐기고픈 이들에게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바로 자전거. 하지만 자전거에도 급이 있다. 전 세계 사이클리스트들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로드바이크 브랜드를 모아봤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캐논데일 cannondale
캐논데일의 시작은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몽고메리가 미국 코네티컷주 조지타운 피클공장 다락방에서 아웃도어 장비 업체를 연 것. 몽고메리는 자전거 트레일러 제작을 시작으로 오토바이, 패니어, 배낭, 캠핑용품 등 폭넓은 아웃도어 장비를 만들어 판매했다.
캐논데일은 1980년대 들어 알루미늄 프레임의 투어링 자전거를 최초로 제작해 선보였다. 당시에는 강철 자전거 프레임이 대중적이던 시절이라 강철보다 내구성이 약한 알루미늄으로 프레임을 제작하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였지만 캐논데일은 편견을 깨고 알루미늄 자전거의 성능을 인정받아 기술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캐논데일은 디자인에도 트렌디한 감각을 반영했다. 1993년, 삼각형 프레임과 긴 핸들바를 장착한 슈퍼V 듀얼 서스펜션 자전거는 ‘자전거’ 하면 떠올리는 다이아몬드 구조를 벗어나 라이더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자전거 체인의 핵심 기술인 크랭크와 앞바퀴 서스펜션 기능을 고안했으며, 특히 캐논데일의 상징인 레프티Lefty를 발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프티는 앞바퀴의 한 면에서 작동하는 프론트 서스펜션 시스템이다. 바퀴 양쪽에 장착된 기존의 포크(핸들바와 자전거 바퀴를 연결하는 프레임)와는 달리 왼쪽 포크만 달아 서스펜션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좌우 밸런스가 깨지는 현상을 감소시켜 산악자전거 업계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캐논데일은 일상생활에 포커스를 맞추고 다양한 라인업을 확장했다. 속도와 경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자전거 트렌드를 따라 재미와 여유를 찾는 여행 자전거 라인을 선보이는 중이다.

써벨로 cervélo
1995년 제랄드 브루멘Gerard Vroomen과 필 화이트Phil White가 론칭한 캐나다의 자전거 전문 브랜드 써벨로는 뇌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cervello와 자전거를 뜻하는 프랑스어 velo의 합성어로 창립자인 제랄드 브루멘이 대학 시절부터 자전거 역학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기 역학적 디자인을 자전거에 적용해 혁신적인 기술력을 결합, 선수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선수들이 써벨로를 주목하게 된 것은 2003년 세계 랭킹 14위였던 팀 CSC에 후원하면서부터다. CSC는 이후 3년간 세계 1위 프로 사이클링 팀으로 성장한다. 이후 2009년 써벨로는 자체 사이클링 팀을 보유한다. 테스트 팀은 우승 경쟁뿐만 아니라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앞장선다.
최근 로드 레이스에서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로 우뚝 선 써벨로는 2022년 투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 및 그린저지를 차지했음은 물론 지난해 지로 디탈리아, 투르 드 프랑스, 라 부엘타까지 세 개의 그랜드투어에서 써벨로 레이싱 팀 중 하나인 비스마 팀이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써벨로가 고품질의 자전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우주 항공 기술 센터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유체 역학 분석, 윈드 터널 테스트 등을 실시하며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기 때문. 자전거의 경량화와 고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써벨로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로 다이나믹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SPECIALIZED
1974년 대학을 갓 졸업한 마이크 신야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폭스바겐 버스를 팔아 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의 부품을 미국에 들여오는 수입상을 차린 것. 그는 소비자에게 특별하고 좋은 것을 제공하고픈 열망에 회사에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라는 이름을 붙였다.
브랜드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건 1981년 최초의 대중적인 산악자전거 스텀점퍼 출시부터다. 스텀점퍼의 성공 이후 스페셜라이즈드는 89년 세계 최초의 카본 섬유 산악자전거 에픽을 출시한다. 산악자전거의 성공에 힘입은 스페셜라이즈드는 로드바이크, 하이브리드 자전거, 어반 사이클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타 브랜드와 차별화를 위한 브랜드의 노력은 연구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 브랜드 사내 연구 개발팀은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향상하고자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고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스페셜라이즈드는 프로 선수들과의 협업도 지속한다. 마리오 치폴리니, 파비앙 칸첼라라, 알베르토 콘타도르, 앤디 쉴렉, 마크 카벤디시 등 유명 선수들이 스페셜라이즈드 자전거를 타고 세계 대회를 휩쓸었다.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도 신의 한수다. 상급 버전에 스페셜라이즈드 대신 에스웍스S-WORKS 이름으로 출시되는 라인업은 브랜드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력을 적용해 수많은 라이더들이 소유하고 싶은 자전거로 거듭났다.

트렉 TREK
1976년 미국 위스콘신의 작은 헛간, 딕 버크와 베빌 호그는 다섯 명의 직원들과 함께 트렉을 론칭한다. 첫 해 트렉은 강철 투어링 프레임을 제작했다. 그들은 중급 및 고급 자전거 시장에서 이탈리아가 선점한 시장 우위에 도전한다는 명확한 비전과 사명을 가지고 자전거를 제작한다. 그리고 900개 프레임 세트를 제작해 열정적인 사이클리스트들에게 판매한다. 이후 몇 년간 엄청난 매출 성장세를 거듭한 트렉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통해 현재 90개국 이상에서 판매하며,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딜러 및 유통업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트렉은 자전거 기술의 선구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하여 자전거 세계에 혁명을 일으켜왔다. 1980년대 초반에 출시한 최초의 경량 강철 투어링 자전거 720은 장거리 모험을 위한 다재다능하고 내구성 있는 옵션을 라이더들에게 제공했으며, 80년대 후반에 개발된 Trek 2000은 가성비가 우수한 탄소 섬유 자전거 중 하나로 고성능과 경량화라는 과제를 실현했다. OCLV(Optimum Compaction Low Void) 탄소 섬유 제조 공정은 1992년에 첫 선을 보이며 강도, 무게, 주행 품질 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트렉은 라이더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품 범위를 확장해 왔다.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전자식 변속, 첨단 서스펜션 시스템, 스마트 기능 통합을 포함한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라이더가 자전거 기술의 혁신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자이언트 GIANT
1972년, 엔지니어인 대만의 킹 리우는 10명의 투자자를 모아 직원 38명과 함께 1700평 부지에 Giant Manufacturing Company를 설립한다. 이후 꾸준한 노력 끝에 79년 연간 35만 대의 자전거를 생산하기에 이른 자이언트는 81년 ‘자이언트’ 이름을 내걸고 자전거를 제조하기에 이른다.
대만에서 성장한 자이언트는 86년 자전거의 본고장 유럽으로 진출한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에 지사를 세우며 전 세계 유통망을 갖춘다. 90년대에는 당대 최고의 자전거 디자이너로 인정받던 영국의 마크 버로우를 영입하면서 자이언트는 더 혁신적이고 뛰어난 자전거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사이클리스트 크리스 보드만은 마크 버로우가 디자인한 LOTUS 자전거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인 추발 경기에서 우승과 함께 월드 레코드를 기록한다.
마크 버로우는 97년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접목해 트라이애슬론과 로드레이스 용 MCR1, 2시리즈를 제작한다. 그는 더 높은 강성을 위해 로드바이크와 MTB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통해 레이스에 나갈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슬로핑 프레임 TCR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99년 프랑스 사이클리스트 로랑 잘자베르와 스페인의 데이비드 에체바리아를 만나 지로 디탈리아, 투르 드 프랑스 등 세계적인 레이스의 여러 스테이지에서 우승하며 자이언트 TCR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이후 라보 뱅크와 자이언트 알페신 등 여러 사이클링 팀을 거치면서 TCR의 성능은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의 자전거를 제작한 자이언트는 현재 1만2천 개의 대리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자전거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장인정신, 혁신, 그리고 열정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이클링 라이프를 선보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스캇 SCOTT
1958년 미국 아이다호의 스키 선수이자 엔지니어인 에드 스캇은 알루미늄 스키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당시 주류였던 철제와 대나무 폴을 대체하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선보인다. 이어 스키부츠, 모터크로스용 부츠, 고들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인 스캇은 1986년부터 산악자전거까지 생산하는 브랜드로 성장한다.
1989년, 스캇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집약한 공기 역학적 핸들바를 선보였다. U바 타입의 에어로 핸들바는 같은 해 미국의 사이클리스트 그렉 레몽드가 트루 드 프랑스에 우승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스캇은 사업의 중심을 스키에서 자전거로 돌리기 시작한다. 경량화를 실현하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개발한 스캇은 꾸준히 발전해 1995년 최초의 카본 MTB, 2003년 충격을 세 가지 모드로 조절하는 신개념 풀 서스펜션 자전거 지니어스Genius, 2001년 세계 최경량 로드 프레임을 생산했다.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세계 최경량 트라이애슬론 바이크 플라즈마PLASMA, 2007년에는 세계 최경량 풀 서스펜션을 개발하며 자전거 업계에 충격을 안겨준다.
자전거 업계의 리딩 브랜드답게 스폰서십 경력도 화려하다. 스위스 연구소의 기술력을 업고 활약을 펼친 과거 하이로드 팀, 2016년을 마지막으로 해체한 IAM 사이클링팀, 현재 운영 중인 오리카-스캇 등이 스캇의 파트너들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르 올림픽 금메달 및 XCO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SCOTT-Odlo MTB Racing의 니노 슈르터와 제니 리스베드는 산악자전거 역사에 이정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