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도리를 그리워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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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모처럼 한국영화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쇼츠에 익숙해져 영화는 길어 못 본다는 말에 기가 막혔던 텍스트 생산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도리(道理)를 지킨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분들의 진실이 너무 마음이 아파 기회만 된다면 여러분은 잘살아오신 거라고, 여러분같이 묵묵히 지킬 것을 지키는 분들 덕분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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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모처럼 한국영화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쇼츠에 익숙해져 영화는 길어 못 본다는 말에 기가 막혔던 텍스트 생산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도리(道理)를 지킨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어릴 때 처음 단종의 얘기를 알게 되었을 때는 ‘무슨 그런 일이 다 있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성장하면서 수양대군의 집권은 상징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공해야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것 자체가 세상을 모르는 멍청한 짓이다’라는 메시지를 우리 민족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풍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거나, 사회의 규칙을 지키면 지킨 사람만 손해를 본다든가 하는 말이 세간에 떠도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이러한 흐름의 신호탄이 수양대군의 반정 성공이라고 하면 과한 걸까?
이익을 위해 도리를 포기하는 것도 그걸 고백하면 ‘솔직하다, 위선 떨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이다. 도리나 의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요령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도리를 팽개치고라도 이기기만 하면 능력자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자’라는 드라마 대사는 세태를 반영한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에서 정의로 여겨지는 것은 강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한 것일 뿐이라는 의미다.
언젠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IMF 등으로 도산을 당한 사장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봤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다 보니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어이없는 부도를 맞은 분들이 많았다. 무제한의 가격경쟁 앞에서도 제품의 품질에 대한 본인의 기준을 무너뜨릴 수 없었던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진실이 너무 마음이 아파 기회만 된다면 여러분은 잘살아오신 거라고, 여러분같이 묵묵히 지킬 것을 지키는 분들 덕분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결국 수양대군의 반정은 사육신의 죽음과 생육신의 낙향으로 귀결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도리와 의리를 생각하는 인재가 중앙정치에서 활약하기 힘들게 되는 흐름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생육신이 정도(正道)라는 건 모두가 알았는지 고려 말에 시작된 산림(山林) 문화가 이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산림은 학식과 덕이 높으나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지내는 선비를 이르는 말이다. 이후에 산림이라는 이름으로 은거하는 지식인들을 함부로 대우하지 않고 왕이 가끔씩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산림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의 영화가 이렇게 흥행을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수양대군의 성공(?) 이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우리 본연의 그리움이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모으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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