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삼성맨' IFA CEO가 본 삼성 "위기에 만성화, 시장 대응속도 잃었다"[삼성 위기진단]②

김형민 2024. 10.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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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린트너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위기가 만성화됐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번 위기 상황이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트너 CEO는 "과거 삼성은 시장이 변하면 지체없이 대응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회사의 진정한 강점이었다"고 돌아보며 "하지만 대다수 경쟁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함께 빨라지고 안정화된 이후엔 오히려 삼성의 대응 속도는 더뎌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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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린트너 IFA CEO
방한 기자회견 후 본지 질문에 견해 밝혀
2008~2023년 삼성전자 독일지사 근무
"사소한 일에도 '위기' 말해 만성화"
"진짜 위기 왔을 때는 진지해지지 못해"
변화에 대응 빨랐던 강점도 약해져
이달말 다시 방한, 삼성 사장단과 회동

라이프 린트너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위기가 만성화됐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번 위기 상황이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트너 CEO는 삼성전자에서 약 15년간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프 린트너 IFA CEO가 지난 18일 주한독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린트너 CEO는 지난 18일 본지와 만나 자신이 독일지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삼성전자는 인위적으로 위기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1월 삼성전자 독일 지사에 입사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TV사업 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는 독일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며 이를 통해 린트너 CEO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7월엔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히는 IFA의 수장으로 취임해 행사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린트너 CEO는 "(내가 일할 당시에) 회사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위기’라는 말을 쉽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단순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기라고 말하더라"라며 "이런 분위기로 인해 정작 진짜 위기가 왔을 때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위기에 만성이 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린트너 CEO는 "과거 삼성은 시장이 변하면 지체없이 대응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회사의 진정한 강점이었다"고 돌아보며 "하지만 대다수 경쟁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함께 빨라지고 안정화된 이후엔 오히려 삼성의 대응 속도는 더뎌졌다"고 지적했다.

린트너 CEO는 삼성전자가 해외지사에서 인력을 활용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외국 지사의 임직원 대다수가 현지인인데, 그들의 역량에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고 짚었다. 회사는 현지 시장 동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현지인에게 지사의 경영을 맡겨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여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현장에 투입되는 현지인들의 업무능력은 기대 이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린트너 CEO는 "(국내 이상으로) 해외에선 더욱 시장, 인력, 판매 상황 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린트너 CEO는 이달 말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해 삼성전자 사장단과 만나 IFA와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이때 삼성전자에 반도체 분야 관련 전시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IFA는 그간 전시 분야가 가전, IT 분야에 집중했지만, 내년부터 반도체 분야까지 범위와 규모를 넓힐 방침이다. 린트너 CEO는 "퀄컴과 인텔이 올해 IFA를 방문했고 몇몇 기업들과는 내년 전시 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내년 IFA에 많은 반도체 기업이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삼성, 엔비디아 등 유력한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고 한다. 올해 말, 내년 초에 어떤 반도체 기업이 차기 IFA에 참관할 것인지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IFA는 9월 5∼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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