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가 15만 원인 결혼식장, 축의금 얼마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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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기자]
요즘 예비부부들은 결혼 날짜를 결혼식장에 맞춘다고 한다. 예식장이 부족하기때문이란다. 밀린 결혼식이란 말도 있지만 지인들의 자녀들이 비슷한 연령대이다보니 경조사도 겹친다. 시월이 좋은 지 결혼식이 3개인 날도 있다. 모두 꼭 가봐야 하는 관계, 축하가 당연하지만 세 번째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시간부터 확인했다.
결혼 소식을 들으면 부조금을 얼마 할지가 고민 된다. 최소한 자기 밥값은 들고가야하기때문이다. 함께 가는 지인들에게 슬며시 물어본다.
"너는 얼마 할 거냐?"
혼주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꼭 가봐야겠지만 부부가 함께 하기엔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워 1명만 가는 것으로 퉁치기도 한다.
▲ 혼주가 "비싸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연히 식대때문이다. |
ⓒ jeremywongweddings on Unsplash |
식대 15만 원을 알기위해 내가 전혀 알 필요 없는 결혼식 비용까지 강제로 읽고 난 후 혼주의 경제력에 새삼 놀란다. 평생에 한 번이긴 해도 길어야 3시간을 위해 7천만 원을 쓴다고? 유명한 연예인도 많이 하고 스포츠 선수들도 한다는 그 곳, 어휴 소리가 절로 나온다.
혼주가 "비싸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연히 식대때문이다. 남는 장사를 하기위한 결혼식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사실 비용은 하객들의 것으로 대부분 채워지기 마련이다. 누군가 식대를 어떻게 다 내냐고 그럴 바에는 덜 내고 안 가겠다고 한다. 비싼 데서 하는 게 본인들의 선택이듯 하객의 축의금도 선택인데 왜 이렇게 찝찝할까.
예전 시간강사로 일했던 학교에서 청첩장이 돌았다. 나는 시간강사라 회비 명단에서 빠졌는데 계약기간이 두 달 남은 기간제 교사에게는 분담 금액이 정해졌다. 정 교사가 봉투를 돌리자 그 기간제 교사가 매우 억울해했다.
"내일모레면 그만두는데 제가 꼭 해야 하나요? 어차피 받지도 못 하는데"
"인생이 어디 준만큼 받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씁쓸했다. 경조사는 내가 낸 만큼 돌려받기 위함이 아닌 말그대로 위로하고 축하하는 게 우선 아닌가? 2만 원의 분담 금액에 볼 멘 소리를 하는 기간제 교사나 꼭 내야 한다는 정교사나 둘 다 할 말은 있겠지만 2만 원때문에 불편해진 모습을 보면서 야무진 야망을 가지긴 했다.
'내가 애들 결혼할 때는 부조금 안 받고 베풀고 싶다'라고. 대신 아이들을 잘 알고 우리집 경사에 진심 축하해 줄 수 있는 지인들만 초대하겠다고. 그때만 해도 나의 자녀들이 어렸으니 한 마디로 현실감각이 적었다.
'베풀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은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이었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자녀에게 은근히 결혼을 서두르라는 남편, 은퇴하고 나면 축의금은 진짜 반이 된단다. 올 사람은 다 온다 해도 할 수 없이 와줘야 하는 "체면 관계"가 빠지기때문이다.
뿌린 게 얼마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매년 경조사비로 부담스러워했던 걸 모르지 않다. 어느 해는 적금을 들어야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한동한 유행한 스몰웨딩이란 결혼식도 말이 스몰이지 비용은 절대 스몰이 아니란다. 기간제 교사의 상황처럼 어차피 준 만큼 못 받는다. 체면 관계의 축하? 받으면 좋지만 안 받았다고 서운할 것도 아니다.
신한은행에서 발표한 금융생활보고서에는 축의금을 결정하는 요인과 금액이 담겨있다. 사회적 관계와 받은 만큼이란 요인이 1, 2위다. 본인은 얼마냈는데 상대방은 적게 내더라란 사례에는 갑론을박이 많다.
특이하게도 청첩장을 받는 방법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는 2030세대다. 40대의 경우 5만 원을 내는 경우 식장에 가지 않는단다. 7만 원~12만 원 정도가 평균적인 축의금 액수란다. 결혼식 당사자들도 하객들도 고물가는 마찬가지다.
식대를 생각해 봉투만 보내는 쓸쓸한 결혼식장보다 좀 덜 받더라도 예비부부를 축하해주는 잔치집이었음 좋겠다. 지인의 비싼 청첩장에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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