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나이 먹어도 대인관계와 소통은 여전히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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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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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와 고향후배가 자리한 추어탕 식사 |
| ⓒ 이혁진 |
조직과 사회를 떠나면 사람들과 소원해지거나 모임도 자연적으로 흐지부지되지만 특별히 소중한 인연들은 이어가야 한다. 나 또한 은퇴 후 그런 과정을 거쳐 몇 안 되는 선후배들과만 교류하는 편이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 달리 병원치료나 가족모임 등 핑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지인들에게 자주 안주를 묻거나 친절하거나 살갗게 대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속으로는 늘 죄송하고 '관계의 빚'을 지고 사는 것만 같다. 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지만 정승이 죽으면 문상을 안 간다는 말도 은퇴 후 새삼 실감하는 대목이다.
예전 직장 다닐 때 모시던 어르신이 작고하자 따르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다. 염량세태라지만 이러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내가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들에게 베풀고 살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 고향후배를 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후배는 매달 아버지를 찾아와 점심을 대접했다. 그렇게 한 지 5년이 넘었다. 이북고향 사람들의 친목모임을 아버지에 이어 이끄는 회장님은 소위 실향민 1세대로 90세를 앞두고 있다.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두 분은 피를 나눈 형제 못지않게 소통하고 있다.
며칠 전 회장님께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를 찾아 뵙겠다는 것이다. 자식 된 입장에서 뵌 지도 오래돼 그 자리에 동석하기로 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회장님은 그새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췌장염 수술 후유증으로 허리는 휘고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사실 회장님이 입원했을 때 아버지는 병문안을 가실 태세였다. 자신이 직접 위로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나도 나름 수소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병원에서 두 달 만에 퇴원했다. 고령에다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뵙겠다고 오신 것이다.
병을 얻으면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은 법인데 외로운 아버지를 한결같이 기억해주시니 말문이 막혔다. 나도 암으로 고생하지만 아픈 몸으로 남을 배려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회장님은 아버지께 한동안 찾아뵙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했다. 다소 의례적인 말이지만 아버지를 그토록 존경하는 마음씨에 또 놀랐다.
추어탕을 먹는 자리를 마련했다. 회장님은 평소대로 아버지에게 술을 따랐다. 아버지는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받는 게 도리라 생각하신 것 같다. 술의 의미가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다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내가 유일한 말벗이다. 아니 아버지를 찾아주는 회장님도 계시기에 96세 아버지는 외롭지 않다.
아버지는 내게 후임회장인 후배가 애향모임을 더욱 발전시키고 자신까지 챙기는 것에 늘 미안하다면서 그를 칭찬했다. 그렇다. 훌륭한 후임 덕분에 아버지는 행복하신 분이다. 나는 두 분의 친밀함에서 인간관계의 참모습을 느끼고 있다. 친구나 선후배들과 내가 제대로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는지 반성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가로부터 존경받다니 자식인 나도 뿌듯하다. 남 탓으로 비난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버지의 대인관계 비결이라 짐작한다.무엇보다 노쇠한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고 힘이 되어주시는 회장님이야말로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한다.
나이 먹어도 여전히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와 소통이다. 그런 깨달음을 주시는 두 분의 어른이 내 곁에 계시니 감사한다. 조만간 아버지를 모시고 문병과 답방 형식으로 회장님을 찾아갈 생각이다. 아울러 회장님의 쾌유를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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