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초점렌즈로 국내서 돈 쓸어 담는 존슨앤드존슨 서지컬비전…정부 심기 건드렸나

성종현 에이엠오아시아리미티드 한국 대표. (사진=엔자임헬스 제공)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 서지컬비전(이하 J&J 서지컬비전)이 국내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장 성장을 이끌며 최대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혼합진료 금지 등 건강보험 비급여 시장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 중인 정부도 이를 주의깊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J&J 서지컬비전은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과는 다르게 해외(미국과 홍콩)에 본사가 있고 국내에서는 영업소를 운영하는 형태로 사업체 구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국내 영업소 사명은 ‘에이엠오아시아리미티드(이하 에이엠오)’다. 에이엠오는 J&J 서지컬비전이 제조한 안과용 치료재료와 의료기기를 수입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2016년 안과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애보트 메디컬 옵틱스(Abbott Medical Optics, AMO)를 인수한 바 있다. 애보트 메디컬 옵틱스는 존슨앤드존슨 서지컬비전으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존슨앤드존슨 서지컬비전의 한국지사인 에이엠오는 아직까지 명칭이 유지되고 있다.

J&J 서지컬비전의 국내 주력 상품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다. 에이엠오는 레이저 수술기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2010년대 후반부터 다초점 인공수정체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고 있다.

J&J 서지컬비전의 국내 매출은 일반인은 물론, 주요 고객인 안과 의사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 한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점유율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통계가 없다"면서 "회사 내부에는 이러한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공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내 한 기업 평가정보 업체 자료에 따르면 에이엠오의 매출은 2019년 426억원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한 2020년에 370억원으로 잠깐 주춤했지만, 이내 2021년 7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는 에이엠오가 확인해 준 매출 수치는 아니다. 2022년 이후 에이엠오의 매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에이엠오 측은 “우리가 밝힌 수치가 아니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에이엠오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장에서 줄곧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안과 의료진의 설명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에이엠오는 2022년 한 해 7865만달러(약 1052억원) 규모의 의료기기를 수입했다. 15개 종류 총 69만1700개를 수입했는데 레이저 수술기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초점 인공수정체다.

한 해 수입액이 전부 매출액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의료계에선 에이엠오가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다. 에이엠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초점 인공수정체 UDI-DI코드(4509건)를 부여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해선 식약처가 고유식별자(UDI-DI)코드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를 가장 많이 등록한 업체라는 의미다.

2022년 의료기기 수입실적(수입금액) 상위 10개 품목 현황.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계가 추정하는 에이엠오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시장 점유율은 약 30% 수준이다.(테크니스 아이핸스 제품군 포함하는 경우)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된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2022년 기준)가 약 49만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식약처 통계), 에이엠오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공급량은 약 16만개 정도로 추산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단가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약 400달러 선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에이엠오의 2022년 매출 실적은 7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에이엠오가 매년 국내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 영업소라는 이유로 국내에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건강보험급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국 관계자는 “존슨앤드존슨의 다초점렌즈 매출 규모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실손보험업계 등을 통해서나 그 금액을 듣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정부의 건강보험 비급여 팽창 억제 정책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다뤄지는 만큼 매출 추이 등을 더욱 꼼꼼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J&J 서지컬비전 관계자라고 밝힌 에이엠오 소속 관계자는 “에이엠오는 2017년 존슨앤드존슨이 애보트 매티컬 옵틱스를 인수하면서 존슨앤드존슨의 한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모든 감사나 보고서도 시스템과 절차를 통해 규정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