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발톱까지 짱짱"…당근 올라온 멸종위기 '퓨마 가죽' 충격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가공품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관할 부처인 환경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멸종위기종 가공품을 수입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는 사실상 신청제와 다를 바 없단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선 ‘진짜 리얼 퓨마 가죽 러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입을 벌린 채 사지가 펼쳐져 있는 퓨마 러그 사진과 함께 “발톱 20개 전부 짱짱하고 모피 상태 최상”이라고 소개했다. 또 “유튜브 재벌 억만장자들의 거실에 깔린 진짜 가죽 러그”라고 강조하면서 700만원의 가격을 붙였다.
퓨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에 따른 멸종위기종 2급(코스타리카, 파나마 개체군은 1급)으로 분류된다. 1993년 협약에 가입한 한국은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있으며, CITES 지정 멸종위기종이나 가공품을 수·출입할 땐 반드시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당근마켓 퓨마 러그처럼 허가를 받지 않은 멸종위기종 가공품이나 생명체를 양수·양도·진열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엄격한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선 국제적 멸종위기종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퓨마 외에도 CITES 보호를 받는 얼룩말, 불곰, 삵을 가공한 제품들이 올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됐다”고 했다. 앵무새·파충류 등 일부 희귀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분양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온라인 불법 거래에도 관할부처인 환경부의 적발은 사실상 전무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확인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멸종위기종 밀수품 온라인 거래를 적발한 건 0건이다. 관세청에서 적발한 멸종위기종 밀수가 2020년 3건에서 2023년 28건으로 9배 넘게 늘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시스템은 미진한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환경청별 감시단이 소재지가 명확한 오프라인 사업장은 단속해도 온라인은 소재지가 불명확해 어렵다”며 “제보가 들어와도 경찰에 사이버 수사를 의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온라인 불법 거래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불법 거래 방치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을 국내에 들여올 때 필요한 수입 허가증이 유명무실하단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CITES 지정 생물·가공품을 수입하려는 자는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여올 수 있도록 허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만 하면 받아주는 사실상 ‘신고제’와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김주영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입 신청 건수 7611건 중 반려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올해 1~8월까지 접수된 6624건 가운데 반려된 건 15건뿐이었다. 최소 2년간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입 신청서의 99.8%는 단순 제출만으로 허가증을 받아간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입 허가를 검토할 땐 해당 멸종위기종을 수출하는 국가의 수출 허가증이 있느냐를 기본적으로 본다”며 “다만 헌팅 트로피(동물 박제 등 사냥 전리품) 같은 원형 그대로의 가공품은 되도록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수·출입 관리를 엄격히 하고 온라인 불법 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 환경부-경찰 공조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형주 어웨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는 “수출허가증도 현장에서 위조되는 경우가 많다”며 “허가증을 남발하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꼼꼼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되 불법 거래가 수사의 영역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관련 부처와의 긴밀한 협조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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