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배우들이 서양식 드레스를 입고 황제와 황후, 왕자로 등장한다. 배경은 유럽의 화려한 궁전이지만 대사는 한국어다. 자칫 호화판 코스프레나 재연 드라마 ‘서프라이즈’처럼 보일 수 있는 낯선 조합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가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한국판 ‘브리저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글로벌 누적 조회수 29억 7000만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에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이라는 화려한 캐스팅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만큼 중요한 것은 낯선 세계관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설득하느냐다.

1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조수원 감독과 배우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이 참석했다.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가 도망 노예 라스타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자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서왕국 왕자 하인리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사랑과 배신, 권력과 욕망이 뒤엉킨 황실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를 연출한 조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들 역시 처음에는 낯선 설정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주지훈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음식에 빗대며 “국이라고 하면 익숙한데 수프라고 하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입맛에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며 기존에 없던 장르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신민아 역시 “새로운 형태의 대본이라 궁금했다. 어떻게 나올까 우려와 기대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만 “하려는 내용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내용이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조화롭게 드라마화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제작진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세계관의 설득력이었다. 조수원 감독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공간이 진짜였으면 했다”며 제작 준비 과정에서 유럽 현지 로케이션과 미술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실제 동대제국 황실은 독일 슐라이스하임 성에서, 주요 정원 장면은 체코 크로메리츠 정원에서 촬영했다. 체코의 거리에는 한글 간판을 설치해 서양식 건축물과 한국어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완성했다. 주지훈 역시 “세계관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눈으로 딱 보여주는 순간 설득력이 생기는 앵글을 만들려고 했다”며 화려한 미술과 공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작품의 중심을 잡는 것은 황후 나비에를 연기한 신민아다. 그는 “황후로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과 한 여성으로서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적인 모습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주지훈은 나비에를 배신하는 황제 소비에슈를 두고 “좋게 이야기하면 아이 같은 사람이다.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소개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선공개 당시 캐릭터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는 말에는 “작품만 재미있게 보신다면 마음껏 욕하셔도 좋다”며 웃었다. ‘궁’ 이후 20년 만에 다시 황실 로맨스에 도전한 그의 변신도 관전 포인트다.


이종석과 이세영은 독특한 캐릭터로 극에 재미를 더한다. 새로 변신하는 왕자 하인리를 연기한 이종석은 “새에서 사람으로 변할 때 나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다”며 “감독님께 한 달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도망 노예 라스타 역의 이세영은 순진한 얼굴 뒤에 욕망을 감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황후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대사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라스타는’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3인칭 화법도 촬영 내내 연습했다고 밝혔다.


‘재혼 황후’는 티저 공개 당시부터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 시청자들은 한국 배우들이 서양식 이름을 사용하고 유럽풍 의상을 입은 모습에 어색함을 드러내며 “돈 많이 쓴 ‘서프라이즈’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처럼 화려한 황실 로맨스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결국 관건은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 시청자들이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다. 조수원 감독은 “원작 소설의 진지함과 웹툰의 밝은 분위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재혼 황후’는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11월 3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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