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현장] 첫사랑 이미지 벗고 액션 여전사로 돌아온 <트론: 아레스> 그레타 리

그레타 리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9월 1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압도적 비주얼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 <트론: 아레스>의 풋티지 상영과 함께 이브 킴을 연기한 그레타 리가 한국 취재진 앞에 섰다. 한국계 배우로서 시리즈 사상 최초 여성 주연 타이틀롤을 맡아 내한한 그는 “이 자리에 와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한국에서 프레스 투어를 시작하자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오겠다고 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트론: 아레스>

그레타 리가 맡은 이브 킴은 딜린저 시스템과 경쟁하는 IT 기업 ‘엔컴’의 수장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2024)로 정적이고 내면 중심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번엔 몸을 던졌다. “올림픽에 나가도 될 정도로 달리기 실력이 늘었다”며 웃은 그는 “정말 ‘죽기 살기’로 20번 넘게 전력 질주하는 촬영도 있었다. 스턴트 준비 과정이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반복해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시리즈의 유산을 잇되 혁신된 기술을 집약한 스크린 체험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번 신작은 가상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온 고도 지능 AI 병기 ‘아레스’의 등장으로 통제 불가의 위기가 점화되는 이야기다. <말레피센트 2>,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을 연출한 디즈니 블록버스터의 장인 요아킴 뢰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나를 찾아줘>로 ‘핀처 월드’의 질감을 구축해 온 제프 크로넨웨스 촬영감독, 그리고 아카데미 음악상 2회 수상의 나인 인치 네일스가 합류해 시각·청각의 총공세를 예고한다. 그레타 리는 “음악은 소름이 돋을 만큼 웅장하고, 화면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시리즈 초기부터 이어진 ‘기술로 장르를 갱신한다’는 정신이 이번에 또 한 번 업데이트됐다”고 했다.

시리즈의 위상은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1982년 <트론> 1편은 당시로선 파격이던 컴퓨터 그래픽을 대거 도입했고, 2010년 <트론: 새로운 시작>이 그 유산을 부활시켰다. <트론: 아레스>는 그 계보를 잇는 동시에 오늘의 화두를 정면으로 호출한다. “AI는 이제 모두의 일상과 맞붙어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더 시의적절하고, 더 시급한 이야기”라는 그의 설명은 영화가 단순한 테크놀로지 쇼케이스를 넘어 동시대적 상상력을 겨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레타 리는 스스로의 접근법을 “항상 ‘사람’에 집중한다”고 요약했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자 여성이다. 하지만 모든 정체성을 넘어 결국 관객과 공명할 ‘인간성’이 연기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이브 킴을 “분석적이고 영민하지만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라 규정했다. 거대한 사건 속에서 평범한 인간이 비범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것이 과제였다는 얘기다.

K-컬처 확장에 대한 소감도 유쾌했다. “한국인들은 우리가 최고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제 전 세계가 정신을 차린 것 같다”고 웃으며 말을 이어간 그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배우와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브로드웨이와 TV, 영화까지 20여 년간 내공을 다지며 <더 모닝쇼>로 프라임타임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패스트 라이브즈>로 골든글로브·크리틱스 초이스 후보에 오르며 주연 배우로 도약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할리우드 대형 프랜차이즈의 ‘얼굴’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계 배우가 이런 규모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고국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게 내겐 엄청난 의미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레타 리의 ‘극장 관람 당부’는 여러 번 반복됐다. “관객들이 이전 <트론>과 비교해 기술의 혁신을 체감하길 바란다. 큰 화면, 큰 사운드로 즐길 때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다” 여기에 자레드 레토(아레스), 에반 피터스(줄리안 딜린저), 질리언 앤더슨, 제프 브리지스까지 합류한 출연진의 조합은 세계관의 밀도를 더한다. 스타일리시한 사이버펑크 미장센 위로 질주하는 추격전, 육중한 사운드와 맞물린 액션 시퀀스, 가상과 현실이 맞닿는 경계에서 생성되는 긴장감은 올 추석 극장가의 체급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기술의 언어로 진화해 온 프랜차이즈, 그리고 ‘사람’의 언어로 캐릭터를 번역해 온 배우. 두 축이 만난 <트론: 아레스>는 10월 8일 국내 개봉한다.

트론: 아레스
감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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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