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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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 장례식장에 피워둔 초 |
ⓒ 김민석 |
얼마 전 걸려 온 상담 전화입니다. 내담자는 뜸하게 연락하던 오빠의 부고 소식에 놀란 상태였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가는 내담자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했습니다.
"마음은 직접 장례를 하고 싶지요. 그렇지만 수급비로 간신히 생활하는 형편이라 장례 치를 돈이 없어요. 사체검안서 비용을 내라고 해서 30만 원 내고 그것만 받아 놓은 상황입니다. 그것도 있는 돈 털어서 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령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내담자는 현재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자녀를 잃었고, 얼마 전 남편과도 사별했기 때문에 유일한 혈육은 오빠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이번에 사망했다며 내담자는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빠는 쭉 혼자 지냈어요. 다른 형제들 죽은 후로 제가 유일한 가족이었어요."
내담자는 고인의 가족관계를 묻는 저에게 본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만약 내담자가 장례를 포기한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담자는 그걸 원치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가족인 오빠의 장례를 차마 포기할 수 없어서 경찰에 말미를 달라 부탁했고, 방법을 찾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에 연락한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장례를 포기해야만 할까요?
내담자에겐 다행히 방법이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일부 저소득시민에게도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거든요. 이 장례 지원을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라고 부릅니다.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가 정하고 있는 대상자는 이렇습니다.
사망 시, 시에 주민등록을 둔 자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및 '서울특별시 주민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장제급여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으로서 연고자가 장례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
쉽게 풀어 이야기해 볼게요.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고인이 서울시 자치구의 장제급여 대상 수급자여야 합니다. 장제급여는 보통 생계, 의료, 주거 급여를 받는 수급자에게 지급된다고 보시면 되고요. 장례를 치른 사람에게 후불로 8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고인이 서울시의 장제급여 대상 수급자라면, 다음은 '연고자가 장례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론 연고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75세 이상 어르신인 경우를 말합니다. 범위가 굉장히 좁지요?
지원 대상자 범위가 매우 좁은 탓에 2020년만 해도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의 지원 건수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25개 구청을 모두 포함해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는 2021년에 한 차례 개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조례에는 지원대상자로 '시장 또는 구청장이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명시되어 있는데요. 서울시가 정리한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란 이렇습니다.
①장례를 치를 연고자도 수급자인 경우, ②장례를 치를 연고자가 미취업자, 실업 등으로 소득이 없어 사망자의 시신 인수를 포기하려고 하는 경우, ③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원하던 경우로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④그 외 구청장이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내담자는 여기서 1번의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고인뿐 아니라 내담자도 수급자였으니까요. 내담자는 안내에 따라 고인을 사례 관리하던 행정복지센터(동주민센터)에 공영장례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고, 두어 시간이 흐른 뒤 공영장례 지원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 유택동산에 모셔진 고인의 유골함 |
ⓒ 김민석 |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가 원활히 지원되기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은 장례식장의 협조입니다. 장례식장이 예산 범위 안에서 고인 모심(염습, 입관, 운구)을 해주어야 하고, 3시간 혹은 24시간 동안 빈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조가 되지 않을 경우 연고자는 안치료와 운구비를 부담하고 다른 협약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셔야 합니다.
내담자에게는 당장 안치료와 운구비를 부담할 돈이 없었습니다. 자치구는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장례식장이 협조를 거부하니 곤란한 상황이었고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결국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인 나눔과나눔이 협약 장례식장으로의 운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내담자의 상황을 고려한 장례식장이 안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기에 내담자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협약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연고자의 요청으로 협약 장례식장에 24시간 동안 빈소가 마련되었고, 서울시와 계약한 의전업체(상조회사)가 장례지도사를 파견하고 성복제 등을 지원했습니다. 내담자는 고인을 운구차로 모신 뒤, 화장장으로 떠나며 저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제 진짜 저 혼자 남았네요. 나중에 제 장례도 잘 부탁해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알게 된 내담자는 남은 가족이 없는 자신이 결국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나직이 자신의 장례를 잘 부탁한다는 내담자에게 저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말 "제도를 몰라서"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대응책입니다. 이번에 내담자에게 공영장례 지원이 없었다면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커다란 죄책감을 내담자에게 남겼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포기했다는 죄책감을요.
서울시가 개선계획을 발표한 뒤로도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의 전체 지원 건수는 여전히 두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제도를 모릅니다.
안내하고 신청서를 접수받아야 하는 행정복지센터도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안내할 땐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제도를 모를 수 있으니, 그런 상황에는 상담센터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공무원에게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당사자도 모르고, 공무원도 잘 모르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여력이 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대상자가 아니어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그저 몰랐기 때문에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자면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아닙니다. 만약 고인이 서울시의 수급자였고, 장례를 치를 가족도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꼭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 공영장례'에 대해 여쭤보세요. 만약 공무원이 안내하지 못한다면 1668-3412 번호를 알려주세요!
덧붙이는 글 | 기사에 나온 사례는 개인을 특정 지을 수 없도록 재가공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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