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주는데 뭐가 문제야!" 로저스 다혈질, 김범석 뺨쳤다

박수련, 장주영, 심서현 2026. 1.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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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쿠팡 해부 」

「 1회. 쿠팡을 움직이는 사람들 」

“다른 택배 회사보다 돈 많이 주잖아! 일하는 환경도 훨씬 낫다고! 이런 걸 좀 더 알려야 하는 거 아냐? 한국 기자들이 노조 얘기만 듣고 기사를 쓰는 거 아니냐고.”

2021년 어느 날 쿠팡 임원들의 화상회의. 한국어-영어를 조곤조곤 옮기는 통역 직원의 낮은 목소리를 뚫고, 영어로 남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분노에 찬 외침은 이어졌다.

“왜 우리한테만 그러지? 차라리 (한국이 원하는) 기준선을 정해 보라고 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뉴스1


날카로운 음성의 주인공은 해럴드 로저스 쿠팡 법무총괄(현 쿠팡㈜ 임시 대표, 이하 로저스)이었다. 당시는 쿠팡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던 때, 쿠팡의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진 시점이었다.

“로키(low-key, 차분하고 조심스럽게)로 대응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국인 임원 몇 명이 의견을 냈다.

그러나 로저스는 답답함과 억울함을 표출했다. 미국 투자자들을 의식해서였을까, 아니면 ‘한국에 매년 수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누군데?’라는 생각에서였을까.

쿠팡의 수만 평 규모 물류센터는 내부 공간을 10㎝ 단위로 쪼개 작업자의 동선을 시스템으로 관제한다. 포장할 물건을 작업자가 선반에서 빠르게 피킹(picking, 꺼냄)하기 위해서다. 상하차 시스템과 배송 동선도 마찬가지다. 쿠팡 시스템에 갇힌 노동자들이 과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그러나 쿠팡에는 ‘계약된 노동’일 뿐이었다. 쿠팡은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받은 산업재해를 부인하거나 유족들과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갔다. 근로자가 다치거나 죽은 원인이 쿠팡의 작업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에 있다는 근거가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로저스의 억울한 표정과 고성은 종종 목격됐다.

이 같은 결정을 주도하는 로저스의 의견은 곧 ‘범(Bom, 김범석의 영어 이름)’의 의견으로 통했다. 인도계 미국인 거라브 아난드 쿠팡 Inc.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창업자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이하 김범석)의 재무 참모라면 경영과 법무를 총괄하는 로저스는 김범석의 비서실장 격이다. 아난드와 로저스는 쿠팡 임직원 중 김범석 다음으로 쿠팡 Inc.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로저스와 일해 본 쿠팡의 전직 임원들은 그를 두고 “김범석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불같이 끓어오르는 다혈질 성격에, 납득되지 않으면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고집, 시장 효율 중심적 사고, 하버드대(로저스는 로스쿨) 출신의 ‘일벌레’라는 점까지.

몰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계열인 미국 브리검영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 통신사 밀리컴에서 2020년 1월 쿠팡으로 이직한 기업 전문 변호사다. 지난 6년간 쿠팡 시애틀 오피스와 서울을 오가며 회사의 리스크 전반을 관리했다. 김범석은 3370만 명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대응도 로저스에게 맡겼다.

로저스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남긴 수많은 어록은 ‘쿠팡식 사고’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된 것은) 미국에서는 법 위반이 아니다.”
→한국보다는 미국에서의 제재나 소송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민간 기업과 정부기관*이 협력한 성공적인 사례인데, 왜 공동 노력이 성공했다는 점은 이야기하지 않느냐?”
→절차가 무슨 상관인가, 범인과 노트북을 찾았다고 빨리 알리는 게 중요하지.

*쿠팡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정보 유출자인 전 직원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났다고 주장함. 쿠팡은 증거물인 노트북을 유출자로부터 수거해 현지에서 포렌식 하고 보안전문업체를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12월 25일 오후 발표했음.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 둘째날, 로저스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에 앉은 이는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 지난 6월 쿠팡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던 박 전 대표는 3370만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이후 12월 10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현동 기자


비단 로저스뿐일까. 익명을 요청한 쿠팡 관계자는 “(조사 결과 발표를 정부와 상의 안 한) 절차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정보 유출 범위가 (3000명으로) 아주 적다는 걸 우리가 확인했는데 그걸 알리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2021년 3월 뉴욕증시(NYSE) 상장 전후 쿠팡에서 부사장급으로 일했던 전직 임원은 “쿠팡이 지금 신경써야 할 대상은 한국 여론이나 정부가 아니라 미국 투자자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생기면 ▶직접 ▶빠르게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쿠팡식’ 사고의 뿌리는 김범석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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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우리한테만 그래!” 로저스 다혈질, 김범석 뺨쳤다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561

■ 더중앙플러스 [2026 쿠팡 해부]를 시작합니다

「 쿠팡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커머스 서비스인 동시에, 한국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기업이기도 합니다.

지난해말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쿠팡의 대응 방식은 한국 사회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쿠팡 경영진의 행보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뒤늦게 책임 회피성 사과를 내놨고, 정보 유출도 3000명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린 한국 기업이라 여겼는데, 쿠팡은 스스로를 미국 기업이라 합니다.

괘씸한 마음이 들지만 쿠팡의 빠른 배송 없는 삶엔 자신이 없어 탈팡을 망설이게 됩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9만여명, 쿠팡에서 물건을 파는 수백만 판매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어쩌다 쿠팡에 매이게 된 걸까요, 쿠팡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국을 지배하게 된 걸까요.

쿠팡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위해 The JoongAng Plus가 쿠팡을 심층 취재한 [2026 쿠팡 해부]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미국서 터진 쿠팡 집단소송, ‘페북 1조 배상’ 판사가 맡는다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794

“마트 규제, 기왕 쓰는거 4년 더”…‘쿠팡 괴물’ 키운 그날의 국회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113

청년은 조선업 대신 알바 갔다…쿠팡 직고용 9만명의 경고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661

“월 실수령 550, 그런 직장 있나” 새벽배송 뛰는 쿠팡맨의 항변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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