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같은 곳?…알프스 빙하 25년새 충격 근황

윤웅 2024. 9. 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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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감탄' 대신 '탄식'을 내뱉었다.

장엄하고 두꺼운 빙하와 깊은 얼음 동굴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빙하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 청록색 호수로 변했고, 깊이 100m 이상을 자랑했던 얼음 동굴은 50m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관광객 베르벨은 "호수가 마치 빙하의 눈물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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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빙하는 25년 만에 고요한 호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오른쪽) 지난 8월 13일 스위스 론 빙하의 모습과 (왼쪽)1999년 론 빙하를 동일한 각도에서 촬영한 엽서 사진.


지난달 13일 드론으로 바라본 스위스 알프스 론 빙하. 빙하에서 녹아 내린 청록색 물이 골짜기에 모여 아래로 흐르고 있다.


관광객들은 ‘감탄’ 대신 ‘탄식’을 내뱉었다. 장엄하고 두꺼운 빙하와 깊은 얼음 동굴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빙하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 청록색 호수로 변했고, 깊이 100m 이상을 자랑했던 얼음 동굴은 50m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스위스 발레주 동쪽에 자리한 푸르카 고개의 꼭대기에서 위용을 뽐내던 론 빙하는 앙상한 모습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지난달 14일 스위스 뮈렌 마을에 있는 절벽 곳곳에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3일 론 빙하 골짜기 아래 위치한 글레치 마을에 빙하수가 흐르고 있다. 흘러내린 빙하의 빈 공간으로 인해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달 13일 스위스 서쪽 관광도시 인터라켄에서 론 빙하 방향으로 이동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북동쪽 국도로 75㎞쯤 지났을 때였다. 경찰이 차량을 막아 세웠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겼으니 남동쪽 도로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그제야 렌터카 회사의 직원인 안야가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최근에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산 중턱에서는 빙하 녹은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지난 8월 13일 스위스 론 빙하에 있는 얼음 동굴 내부. 방수포를 덮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100m 넘던 깊이는 이제 50m 정도로 짧아졌다.


지난 8월 13일 스위스 론 빙하에 있는 얼음 동굴 내부에는 나무 구조물과 방수포가 천장을 지탱하고 있다.


푸르카 고개 꼭대기에서 산맥을 따라 7㎞에 걸쳐 펼쳐져 있던 론 빙하는 2009년 이후 급격하게 사라지는 중이다. 만년빙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체의 25%를 잃었다. 천장부터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 동굴 내부에는 나무 구조물과 방수포로 아슬아슬하게 지탱해둔 상태다. 방수포에 덮인 빙하가 관광명소로 자리 잡는 ‘슬픈 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 독일에서 왔다는 관광객 베르벨은 “호수가 마치 빙하의 눈물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론 빙하 관계자들이 지난달 13일 스위스 론 빙하 관광지에서 방수포를 점검하고 있다.


론 빙하를 방문한 관광객이 지난달 13일 얼음 동굴 앞에서 방수포를 바라보고 있다. 거대 빙하보다 방수포가 관광 상품이 됐다.


스위스 정부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알프스산맥의 해발 2200m 이상 지역에 흰색 방수포를 덮었다. ‘방수포 이불’은 냉기를 가두고 열 침투를 막는다. 겨울에 쌓이는 눈의 손실을 줄이려는 것이다. 방수포 덕분에 올해 여름엔 빙하의 60%를 지켜냈다고 한다.

지난 8월 14일 스위스 인터라켄 회에마테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융프라우 만년설을 배경인 패러글라이딩이 흥행하고 있지만 모두 소실되면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14일 스위스 그림젤 고개 꼭대기에 있는 토테 호수에서 관광객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래도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라면 2100년에 모든 빙하가 사라진다고 예측한다. 호수가 마르고, 지반은 불안정해져 더 많은 산사태와 가뭄을 유발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장 물 부족부터 걱정이다. 스위스는 빙하 수자원을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식수를 얻는다. 겨울에 빙하가 쌓이지 않고 여름에 빙하가 녹는다면, 물 부족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터라켄(스위스)=윤웅 기자 yoony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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