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좌우하다’와 ‘좌지우지하다’의 차이
‘좌우하다’와 ‘좌지우지하다’. 거기서 거기 같다. 그런데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조금 달라 보인다. ‘좌우하다’는 “어떤 일에 영향을 주어 지배하다”, ‘좌지우지하다’는 “이리저리 제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다루다”라고 돼 있다. 그래도 어떤 일이나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뜻풀이만 봐서는 얼른 구별되지 않는다. 거기다 서로 비슷한 말이라고도 돼 있다. 예문을 살펴보면 조금 나을까?
“미래를 좌우하다.” “성패를 좌우하다.” “그는 내정을 좌지우지하는 실세다.”
여전히 구별이 쉽지 않다. “미래를 좌우하다”나, “미래를 좌지우지하다”나 큰 차이를 못 느낀다. 그러나 문장의 주체를 드러내면 달라진다. “이 법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법이 우리 미래에 영향을 주며 지배한다는 말인데, 이 문장을 “이 법이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라고 하면 뭔가 어색해진다. 법에는 마음이 없다. 법은 어떤 의도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법’ 대신 사람인 ‘길동’을 넣으면 ‘좌지우지’가 통한다. “길동이가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이러면 길동이가 우리 미래를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이강인의 골은 승패를 좌우했다”는 자연스럽지만, “이강인의 골은 승패를 좌지우지했다”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강인은 이날 경기를 좌지우지했다”는 자연스럽게 읽힌다. ‘좌지우지하다’에 주체의 의도나 의지가 있다면 ‘좌우하다’에는 그런 게 없다. “집값을 좌우하다”와 “집값을 좌지우지하다”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이경우 기자 islb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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