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까지 기만했다"…'로코 장인' 유명배우 반전 실체
위의 사진에서 배우 휴 그랜트가 생각하는 자신의 본모습은 뭘까. 왼쪽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노팅힐', 오른쪽은 국내에서도 화제였던 '웡카'의 초록 소인족 움파룸파.
휴 그랜트의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종합하면 답은 오른쪽, '움파룸파'다. 그랜트는 1994년작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필두로 인기를 얻으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노팅힐'부터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등, 더부룩한 머리에 다소 수줍어하는 영국 남자의 대표 격이다. 그런 그가, NYT에 이렇게 털어놨다.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는 실수였다."
이제 와서 무슨 얘기일까. 1960년생으로 올해 예순넷인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실제로 연기하고 싶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NYT에 "데뷔 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너무 잘 되는 걸 보고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게 이거면 그런 사람이 되어주자'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내 실수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틀에 자신을 맞춘 것이 결국 자기뿐 아니라 대중도 기만한 결과가 됐다는 일종의 고해성사다.
그는 "학창시절, (연기) 선생님이 '네가 연기하는 인물이 진짜 네가 맞느냐'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며 "내가 진실로 원했던 연기 방향 대신, 대중을 오도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죄책감도 가끔은 든다"고 말했다.
그가 점차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비단 그의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하고 싶은 연기를 펼칠 결심을 한 결과다. 그의 근작 리스트를 보면 '던전 앤 드래곤'의 악당, '웡카'의 움파룸파 소인족, '패딩턴 2'의 노숙자 등 1인 5역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확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NYT 인터뷰는 미국에서 먼저 공개된 영화 '헤레틱(Heretic)'을 계기로 했는데, 그랜트는 이 공포 스릴러 장르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종교를 주제로 인간의 믿음과 심리를 복잡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악당과 괴짜 연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그가 눈물을 보인 순간이 있으니, NYT에 따르면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다. 그는 동료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등과의 시끌벅적한 연애사, 독신남으로서의 생활을 즐기다 6년 전 결혼했다. 부인은 방송 프로듀서인 애나 엘리자벳 에버스타인. 그는 NYT에 "와이프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건 기적"이라며 "부인과 아이들 생각을 하면 센티멘털해진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그는 꽤나 울보라고. 어린 시절엔 고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볼 때마다 울었고, 2003년 애니메이션인 '니모를 찾아서'는 아직도 그에게 손수건을 꺼내게 한다.
그에게 연기는 생활이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 자신의 캐릭터 연구를 위해 스스로 캐릭터가 살아온 길을 소설로 써보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옥스퍼드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 특유의 캐릭터 연구 방식이다. 그는 "'헤레틱'을 촬영하면서 워낙 긴장을 많이 했다"며 "스스로에게 '너는 휴 그랜트야,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이번에도 해낼 수 있어'라고 되뇌이며 카메라 앞에 서곤 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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