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중독 고백 1년 만에…'프렌즈' 챈들러, 54세에 익사

본명보다 '챈들러'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배우, 매튜 페리가 28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소속사와 경찰이 밝혔다. 54세. 페리는 1994년 시작해 2004년 막을 내린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국내에도 인기를 끌었다. 사인은 익사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의 자쿠지 욕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가디언ㆍCNN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알코올 및 프로포폴 중독 경험을 고백했던 자서전 『프렌즈, 연인들 그리고 끔찍한 그 일(Friends, Lovers and the Big Terrible Thing)』을 낸 지 약 1년 만이다. 페리는 이 책에서 중독 증상 극복을 위해 900만 달러(약 122억원)을 썼다고도 털어놨다. 그의 사망이 약물 및 알코올 등과 관계가 있는지는 한국시각 29일 오전 현재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페리는 '프렌즈' 캐스팅 당시 무명에 가까웠다. 캐나다에서 수퍼스타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온 그는 '베벌리힐스 90210' 등에 출연하긴 했으나 존재감은 옅었다. 그러다 24세가 되던 해 '프렌즈' 캐스팅 오디션을 보러 가서 인생이 바뀌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책임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크레인은 "챈들러 역할을 할 배우를 누구로 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캐릭터 설정이 잘못됐나 고민까지 했었다"며 "그런데 매튜가 들어온 순간 우린 '됐다, 찾았어'라고 외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1994년 시작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매튜 페리다.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1/07/joongang/20231107163550915yqhv.jpg)
'프렌즈' 출범 당시 페리를 포함한 주연 배우들 제니퍼 애니스턴, 리사 쿠드로, 맷 르블랑 등은 거의 무명이었다. 배우들이 작품과 함께 성장해나간 경우다. 페리는 95년 이 시트콤에 출연했던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약 1년간 교제하기도 했다. 챈들러 덕에 인기와 부를 쌓았지만, 그에게 이 역할은 애증이 됐다. 어딜 가나 그는 '매튜' 아닌 '챈들러'로 불렸고, 이 상황이 진절머리났다고 한다. 그는 NYT에 "어딜 가나 '어이, 챈들러'라고 부르는데 난 챈들러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04년 '프렌즈'가 막을 내린 뒤, 페리는 삶이 공허에 압도됐다. 그는 2002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땐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다"며 "항상 주목받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레스토랑에서도 제일 좋은 자리에 안내받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그 인기의 이면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겠지만, 유명해지는 건 해답도 아니고, 괴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약물에 중독된 건 사고 때문이었다. 제트스키를 타다 부상을 입어 복용하기 시작한 진통제가 시작이었다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는 강박을 약으로 달래면서다. 바이코딘과 같은 진통제에 이어 프로포폴이며 알코올에까지 중독됐다. 이 과정에서 급격히 체중이 줄기도 했다. 183㎝인 그가 58㎏까지 줄었다. 그는 지난해 자서전 출간 이후 NYT와 인터뷰에서 "당시 '프렌즈'의 내 모습을 보는 게 괴롭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대단한 희열을 맛보기 위해 약들을 삼켰다는 게 아니다"라며 "그냥 진통제 다섯 알 먹고 편안하게 영화를 보다 잠들고 싶은 게 다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이 책을 리뷰하며 "중독의 경험을 끔찍할 정도로 진솔하게 털어놓았다"고 평했다. 페리는 NYT에 "(중독의) 지옥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중독의 대가는 컸다. 그는 NYT에 "인생 절반을 재활센터에서 보냈다"고 표현했다. 시간뿐 아니라 900만 달러라는 돈도 들었다. '프렌즈' 이후 이렇다 할 작품에 출연할 기회도 놓쳤고, 가족을 꾸릴 여유도 없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만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단란한 가정을 향한 꿈을 이야기했지만, 약 1년 만에 숨을 거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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