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주말드라마 '환혼' 파트 1이 지난 28일 막을 내렸다. 역사와 지도에도 없는 '대호국'이라는 국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그림 같은 풍경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작발표회에서 박진 역의 배우 유준상은 "우리 작품을 보시면 '저기가 어디지?'라고 생각하시게 될 거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촬영을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했다"라고 예고한 바 있다.올해 가을은 특별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가을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을 뒤로 하고 새 숨으로 산뜻하게 일상을 채울 수 있는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자. 판타지 로맨스 활극 드라마 '환혼' 속 촬영지들이 새로운 여행에 영감을 줄 것이다.
강진 백운동정원
'환혼'의 서브 포스터와 주인공들이 이동하는 장면에서 배경으로 등장한 왕대나무숲은 강진에 위치한 백운동원림 제12경 운당원(篔簹園)이다. 왕대나무숲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특히 백운동 계곡 일대는 조선 중기 선비들의 거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강진향토문화유산22호로 지정됐다.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불린다. 현재의 원림 내 위치한 별서(경치 좋은 곳에 따로 지어 놓고 때때로 묵으면서 쉬는 집)는 다산 정약용이 이곳의 절경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는데, 이를 근거로 전통별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함양 농월정
무덕과 장욱이 비밀 훈련을 진행한 장면의 배경지는 함양 농월정이다. 함양 8경 중 하나인 화림동 계곡에는 예부터 운치 좋은 정자가 많았다. 현재까지 보존된 정자는 4곳인데, 그중 농월정은 2003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2015년 9월 복원을 완료했다. 농월정은 선조들의 풍류 사상이 깃든 곳으로 '달을 희롱하며 논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많은 시인과 문인들이 반드시 거쳐간 곳으로 옛 풍류 문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너럭바위, 월연암 위로 물살이 세차게 흐르고 물길을 따라 골이 깊게 패어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이룬다. 농월정 바로 옆에는 2천여 평의 대규모 야영장이 있어 캠핑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서화연
서율과 낙수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이곳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내에 위치한 서화연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33만㎡(약 10만 평)의 넓이에 총 45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원예 수목원으로 매년 겨울 열리는 빛 축제가 유명하다. 하지만 가을에 이곳을 방문하면 극강의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서화연은 잘 정돈된 연못과 정자, 작은 다리까지 한 데 모여 한국 특유의 정갈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는 2022 제17회 아침고요 들국화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 각지의 국화 약 15종과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와 감국 등 교잡해 새롭게 태어난 들국화를 만나볼 수 있다. 10월에서 11월까지는 아침고요 단풍축제가 열린다. 낙엽송 군락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이 온통 가을빛으로 물이 든다. 히어리, 은행나무, 계수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 종이 함께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
무덕과 장욱, 서율, 당구가 함께 오른 이곳은 부여 성흥산성 내 심어져 있는 사랑나무다. 백제 동성왕 23년 지어진 성흥산성은 백제시대 성곽 중 유일하게 설립 시기가 밝혀진 곳으로 높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정상에 서면 멀리 금강 하류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사진을 남기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특히 해 질 녘에 오르면 노을에 물든 산 능선과 금강 하류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랑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원본 사진을 가로로 돌려 붙이면 하트 모양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올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남겨보자.
완도 세연정
완도에 위치한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가 조성한 전통 정원이다. 흐르는 물길을 막아 연못으로 만든 세연지와 그 옆에 모여있는 배롱나무, 소나무, 버드나무가 고즈넉하면서도 우거진 풍경을 이룬다. 큰 돌을 이어 만든 판석보는 비가 많이 올 때 물의 양을 조절하고 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빨래를 하던 무덕이가 장욱을 만나는 배경이 바로 판석보이다. 세연정은 1637년 세연지 연못가에 단을 조성해 지은 3칸짜리 정자이다. 드라마에서는 해가 진 이후의 세연정이 등장하지만 이곳의 관람 가능 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므로 방문에 참고하자.
칠곡 가산수피아 솔밭뜰
극중 서율이 무덕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은 칠곡에 위치한 가산수피아 솔밭뜰에서 촬영했다. 군락을 이룬 소나무 숲에 천연 황톳길이 펼쳐져 있어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매년 10월쯤에는 대표적인 가을 국화인 구절초가 여러 군데 피어난다. 이곳에서는 잠시 신발을 벗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부드럽고 푹신한 황토를 밟으며 솔향을 맡으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소나무 숲을 빠져 나오면 푸른 이끼가 낀 호수와 붉은 황토가 조화를 이뤄 신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산수피아는 솔밭뜰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초대형 공룡들과 화석발굴체험장이 있는 공룡뜰, 웅장한 나무와 식물들로 꾸며진 분재원, 로맨틱한 핑크뮬리와 국화로 물드는 향기뜰 등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자연체험장이다.
제주 용머리해안
장욱이 경천대호에 빠진 무덕을 찾는 장면은 제주 용머리해안을 배경으로 완성했다. 제주도의 천혜 자연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꼽히는 용머리해안은 산방산에서 해안가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용머리해안'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떠오르게 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암층 암벽이 파도에 깎이고 깎여 기묘한 형태로 절벽을 이뤘다. 중간중간 움푹 패인 곳은 하나의 방을 이루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파도의 흔적이 담긴 암벽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만든다. 암벽 앞쪽으로 경사가 완만한 파식대가 펼쳐져 있어 용머리해안을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출입을 금지하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정미진 여행+ 에디터
출처 = 각 사진 하단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