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걱정스러운 까닭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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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대통령실 |
개정안은 세금을 낮추면 배당이 늘고, 배당 확대가 주가를 끌어올려 고질적인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은 늘어난 배당으로 국민이 생활비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실현하는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생각은 조세공평을 크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개정안을 적용했을 때 지금보다 얼마나 세금이 줄어 드는지 비교해보자. 현행법은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를 '금융소득'이라고 부른다)을 합쳐 2천만 원(기준금액) 이하까지는 분리과세(14%,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15.4%, 이하 계산 편의상 지방소득세는 제외)하고 있다.
기준금액을 초과하면 2천만 원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세율을 그대로 적용하나 그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한다(분리과세 세율보다 낮은 구간이 있으므로 적어도 분리과세 세율인 14%를 적용한 것과 비교하여 만약 종합과세하여 산출한 세액이 14%보다 적을 경우, 14% 세율을 적용한다). 2천만 원을 기준으로 해서 적은 금액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낮춰주고,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원래대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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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1] 소득세 종합소득 과세표준 및 세율 |
| ⓒ 법제처 |
다른 소득 크기에 따라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매기는 세율이 달라지지만,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라면 통상 다른 종합소득금액이 클 가능성이 높다. 만약 38%라고 가정한다면 세금 총액은 660만 원이 된다(정확히는 '그로스업'까지 고려해야 하나 설명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논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제외하기로 한다. (그로스업 gross-up: 법인세와 소득세의 이중과세 문제를 조정하는 제도)).
왜 이런 식의 차등 계산 구조를 취할까? '주식시장 활성화'와 '조세공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함이다. 배당소득의 세금을 줄여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으로 세금을 쓴다. 다만 초고소득층에게까지 지나친 감세 혜택은 조세공평의 문제를 낳으므로, 일정 금액부터는 원래 세금을 부담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2천만 원까지는 여전히 낮은 세율(14%)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그 혜택을 유지한다.
이제 개정안에 따른 세금을 계산해보자. 배당소득 3천만 원에 부과하는 세금은 480만 원((20,000,000 × 14%) + (10,000,000 × 20%))이다. 현행 규정과 비교하면 금액으로 180만 원, 비율로는 27.3% 감소한다. 배당소득이 1억 원일 때 세금은 1880만 원으로 현재보다 1440만 원(43%) 줄어든다. 이처럼 고소득층일수록 개정안의 감세 효과는 커진다. 가장 높은 세율인 45%가 적용되는 경우 배당소득이 3천만 원일 때 250만 원(34%), 1억 원이면 2천만 원(52%)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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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2] 현행 규정과 개정안 세 부담 비교 |
| ⓒ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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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3] 배당소득의 과세방법 별 인원 및 금액 |
| ⓒ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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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4] 배당소득금액 주요 구간별 인원 및 금액 |
| ⓒ 본인 |
이러한 결과는 일단 제도의 연혁적 추세와 어긋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는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라 1996년에 도입된 이후, 2013년 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조정(4천만 원 → 2천만 원), 부부합산과세에서 별산제 전환(2002년) 등 소득세의 누진도 확대 및 소득 유형 간 형평성 제고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강화하고자 하는 추세였다.
감세로 치러야 할 가장 큰 대가
무엇보다 조세공평이라는 헌법상 원칙과 세법의 지도 이념을 훼손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지금도 2천만 원 이하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여 부분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데, 개정안은 감세 혜택을 극소수의 고소득층에게 몰아주어 공평을 크게 깨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감세의 직접적인 수혜는 입지 못하더라도 '감세 → 배당 확대 →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통해 다른 주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공평 훼손을 비판하는 견해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위의 '감세 → 배당 확대 → 주가 상승'이라는 도식에 기시감이 든다. 그렇다. 법인세 인하론자가 줄곧 주장하는 낙수효과의 다른 버전이다. 고소득층에 감세 해주면 그 과실은 모든 계층의 사람에게 떨어진다는 전형적인 낙수효과 논리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감세로 배당이 늘어나는가? 둘째, 배당이 늘면 주가가 상승하는가?
감세와 배당 증가의 상관성을 연구한 국내외 문헌에 따르면, 유의미한 배당 증가가 있었다는 결과도 있지만 영향은 일부에 그쳐 전반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배당을 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헌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는 세율 외 다른 복합적 요인(지배구조(주주 구성), 현금흐름, 투자기회 등)에 영향을 받기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해보면, 배당과 주가의 상관성에 관해서 현재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高)배당 기업에 세 부담의 경감 혜택을 주는 특례는, 해당 규정의 정책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세수일실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지적한 바 있다.
세상 일과 마찬가지로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다. 감세로 치러야 할 가장 큰 대가는 바로 세수일실이다. 국가는 세금 없이 굴러가지 않는다. 좋든 싫든 누군가는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수준은 OECD 평균 이하다. 그만큼 적게 거두고, 쓸 돈도 적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작은 정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문제 없이 잘 굴러간다면, K-세금 모델로 전 세계 조세·재정학자의 주목을 받을 터다. 가뜩이나 세수가 모자라는 판에,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감세정책을 불필요하게 시행하는 것은 책임감 없는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증시 활성화는 상법 개정 등 정공법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세금을 쓸 일이 아니다. 배당으로 생활비에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고 충분한 캐쉬 플로우(cash flow)가 생길지도 의문일 뿐더러, 슈퍼 리치에게 막대한 세 부담 혜택을 안겨 불공정의 끝판왕을 보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제조세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잘 알려진 미국 미시건 대학교의 레우벤 아비요나(Reuven Avi-Yonah)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유해 조세경쟁(harmful tax competition)으로 인한 선진국들의 잘못된 조세정책 선택 경로를 이재명 정부가 따라가서는 안 된다. 아비요나 교수가 설명한 잘못된 조세정책 선택 경로는 ① 세 부담을 (이동 가능한) 자본 → (이동이 어려운) 노동으로 전환, ② 노동에 대한 추가 과세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종국적으로 사회 안전망 축소로 이어진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시절, 민주당 내에서 아비요나 교수가 지적한 경로를 답습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법인세 비중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근로)소득세 비중이 올라간 사실을 두고, 근로소득세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인적공제 상향조정이나 물가연동제 도입 시도가 그것이다.
증세는 어렵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격이다. 비난이 곧 따라붙는다. 감세는 쉽다. 대중의 지지를 쉽게 얻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쓰다. 큰 정치인이라면, 올바른 지도자라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Raj Chetty and Emmanuel Saez. "Dividend Taxes and Corporate Behavior: Evidence from the 2003 Dividend Tax Cut"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 120, No. 3 (Aug., 2005), pp. 791-833
- Jennifer Blouin, Jana Smith Raedy, and Douglas A. Shackelford, "Did Dividends Increase Immediately after the 2003 Reduction in Tax Rates?", NBER Working Paper No. w10301, 2004
- Gustavo Grullon and Roni Michaely, "Dividends, Share Repurchases, and the Substitution Hypothesis", The Journal of Finance Vol. 57, No. 4, 2002
- Reuven S. Avi-Yonah, "Globalization, Tax Competition, and the Fiscal Crisis of the Welfare State", Harvard Law Review, Vol. 113, No. 7, May, 2000
- 이상엽·홍우형, 배당소득증대세제 도입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7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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