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폭염경보, 대관령 첫 30도 돌파…미친 가을, 내일 더 덥다

10일 오후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형 전광판에 폭염 경보가 계속 안내되고 있다. 김성태 기자

9월 중순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 기록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11일에도 서울의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한여름 수준의 더위가 예상된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간밤에 서울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면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의 밤사이 최저기온은 25.6도를 기록했다. 오후 6시 1분에서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열대야로 기록된다.

김영옥 기자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서울에서 가장 늦게 열대야가 나타난 건 1935년 9월 8일이었다. 하지만, 지난밤에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기존 기록을 89년 만에 갈아치웠다.

대전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도 가을 열대야가 나타났다. 제주도 성산읍에서는 최저기온 28.5도를 기록하면서 관측 사상 가장 더운 가을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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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상 첫 9월 폭염경보…경기 37.6도까지 치솟아

낮에도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날 동해안과 일부 내륙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는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기온이 전날보다 더 오르면서 서울과 대전, 세종 등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과 안성시 고삼면은 기온이 37.6도까지 치솟았다.

9월 최고기온 기록도 줄줄이 깨졌다. 전국에서 가장 서늘한 강원 대관령의 경우 30.5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대관령의 9월 기온이 30도를 돌파한 건 1971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존 기록은 2010년 9월 5일에 기록한 29도였다.

대전도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면서 전날(34.9도) 9월 최고기온을 경신한 지 하루 만에 또 신기록을 세웠다. 경기 수원(33.8도)과 충북 청주(36.2도), 전남 목포(34.2도), 강원 정선(37.1도), 경북 안동(36도) 등 전국적으로도 이날 9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한 곳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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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다습한 남동풍 영향…“서울 13일까지 열대야”

정근영 디자이너

9월 중순까지 이례적인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건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열대저압부 사이에서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에도 기온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9월 최고기온 신기록이 또 깨질 수 있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일부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습도를 높이면서 체감온도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남동풍이 불어와 따뜻한 공기를 유입해 당분간 남부해안과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날 것”이라며 “서울은 13일까지 열대야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2일에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유입되면서 전국에 비가 예상된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 북부가 20~60㎜, 남부는 5~40㎜다. 비와 함께 늦더위의 기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석 연휴에도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유지하는 등 평년보다 더운 날씨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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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로 첫 단풍 3~5일 늦어질 듯

보발재 단풍.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늦더위로 인해 첫 단풍 시기도 평년보다 3~5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는 “올해 첫 단풍은 설악산에서 평년보다 3일 늦은 9월 30일경에 나타나겠다”며 “첫 단풍은 하루 약 20~25㎞의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해 중부지방은 9월 30일에서 10월 20일 사이, 남부지방은 10월 15일에서 10월 24일 사이에 나타나겠다”고 밝혔다.

단풍의 절정은 일반적으로 첫 단풍 이후 약 2주 정도 뒤에 찾아온다. 이에 중부지방은 10월 19일~30일, 남부지방은 10월 24일~11월 4일 사이에 단풍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