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건설업 재진출?...DB월드건설 '시공 DNA' 명맥 이을까

DB그룹이 DB월드건설을 통해 건설업 재진출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건설을 매각한 지 9년 만에 '건설 DNA'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DB월드건설은 강원 동해시에 있는 대규모 유휴부지를 개발할 예정으로 사업 구체화를 위한 컨설팅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건설사업의 중심이 될 DB월드건설은 DB메탈의 완전자회사로 2023년 12월 모회사의 건설사업부문을 승계해 물적분할으로 설립됐다. 본점 소재지는 D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의 DB금융센터다.

DB그룹은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집단이다. 김준기 회장은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해 그룹을 창업했고 석유파동 이후인 1975년 중동에 진출해 대형 건설사로 성장시켰다. 건설업이 그룹의 모체였기 때문에 기존 기업집단명도 동부그룹이었다. 동부그룹에서 DB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유는 '동부' 상표권을 갖고 있던 동부건설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하면서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건설업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DB그룹은 계열사들의 부동산 사업 역량을 통합하고 사업 주체를 일원화할 계획이며 중심에 DB월드건설이 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DB월드가 합금철 제조업을 하는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 7월1일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DB월드건설은 DB월드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고 부동산개발사업 시행, 설계, 시공, 운영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부동산회사로 육성된다.

이종산업간 합병이 이뤄지는 이유는 DB메탈의 부족한 자본력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DB메탈은 적자기업으로 순손실 규모는 2023년 1106억원, 2024년 767억원 등이다. 순손실 발생과 맞물려 자본이 잠식됐다. 자기자본 규모는 2022년 말 2011억원에서 2023년 말 935억원으로 급감했으며 2024년 말 163억원을 기록했다.

DB월드의 경우 연간 매출은 200억원 초중반대로 크지 않으나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연간 순이익은 2022년 109억원, 2023년 51억원, 2024년 16억원 등이다. 자기자본은 작년 말 기준 294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1994억원) 47.69%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개발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로 약 939억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DB월드건설은 강원 동해시에 있는 DB메탈의 대규모 유휴부지를 개발하며 건설업 부활의 신호탄을 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유휴부지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디벨로퍼로 나서는 첫 사업인 만큼 상표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분양사업의 경우 일정 수요가 예상된다. 동해시에서는 2021년 이후로 신축 분양이 없다. 당시 분양했던 KCC건설의 '동해프라우드스위첸(431가구)'은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았으나 모두 소진됐고 GS건설의 '동해 자이'는 계약 시작 일주일 만에 670가구가 100% 계약되며 단기간에 소진됐다.

DB월드 관계자는 "DB메탈이 약 33만제곱미터(10만평) 규모의 유휴부지를 보유한 건 사실이며 현재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로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며 "개발 형태와 추진 시점 등 내부적 사안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DB월드건설의 사내이사 3인방은 모두 동부건설 출신이다. 대표이사인 김경진 전 동부건설 CEO를 비롯해 손성현 전 동부건설 건축시공부장과 김대환 전 동부건설 이천소각장 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비금융 계열 지주사인 DB아이앤씨(DB inc.)는 건설업 부활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오기도 했다. 2023년 12월 DB월드건설 상표를 출원했고 올해 3월 공고번호 등록을 마쳤다.

DB월드와 DB메탈의 최대주주는 모두 DB하이텍이다. 합병 완료 이후 DB월드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90.4%에서 91.3%로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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