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 개통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때 9억원을 웃돌던 아파트 가격이 현재 4억대로 떨어지는 등 집값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운정신도시 집값 급락 현황
파주시 목동동 '운정화성파크드림시그니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억98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이는 GTX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기록한 최고가 9억5000만원(25층)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운정중앙역 인근 대표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내마을9단지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는 지난 2월 4억8000만원(25층)에 손바뀜됐는데, 이는 전달 5억2900만원(15층)과 비교해 한 달 만에 5000만원가량 내린 것이다. 최고가인 7억3000만원(12층)과 비교하면 2억5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면적 84.9㎡는 지난해 12월 초 7억2000만원(28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11월 초에 거래됐던 7억8000만원(21층)과 비교하면 6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인근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9㎡도 지난달 6억3100만원(2층)에 거래되며, 최고가 9억4000만원(13층)에서 3억원 넘게 떨어졌다.
집값 하락의 원인
호재 선반영 효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GTX 호재가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 개통 후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운정신도시는 개발계획과 착공 당시 집값 상승폭이 컸다. 2020년 당시 3.3㎡당 1000만원 안팎이던 아파트값이 2년 후에는 1500만원 수준으로 50% 정도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시기와 GTX 착공 시점이 맞물리면서 운정신도시 일대 집값이 투기적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A 부동산컨설턴트 대표는 "GTX-A노선 개통으로 파주 신축 아파트가 이미 3.3㎡당 2000만~2500만원 올라갔다"며 "철도는 개통 이후보다는 주로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실시계획 승인 때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점도 운정신도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월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매수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빅데이터 전문가는 "7월을 정점으로 8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계속해서 줄었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거래 회전율이 낮아 신고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일산 집값 약세의 영향
GTX A노선을 공유하면서 파주보다 서울에 가까운 고양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점도 운정신도시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더 가까운 일산 집값이 일산테크노밸리 개발과 선도지구 재건축 등 이슈에도 하락세를 유지하는 중"이라며 "특히 킨텍스역 주변 아파트 집값도 약세를 보이면서 운정신도시 집값 상방을 누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시 킨텍스역 주변 '킨텍스 원시티 1블록' 전용 84.5㎡도 지난해 11월 11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1억9000만원 떨어졌다.
주택 공급 과잉
주변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대거 이뤄진 것도 가격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정중앙역 주변 파주운정3 택지개발예정지구에만 10여개 단지가 입주를 대기하고 있으며, 일산동구 풍동 'e편한세상 일산 메이포레', 파주 '문산역 3차 동문 디 이스트 센트럴' 등 신규 분양도 잇달아 공급을 준비 중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도 1만가구에 육박해 당분간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물 증가와 거래 부진
GTX 개통 후 매물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GTX A노선 개통 전 5,293건이었던 매물은 현재 6,108건으로 16% 증가했다. 이는 개통만을 기다리던 집주인들이 일제히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매 문의는 증가했으나 실제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운정중앙역 인근 단지의 최근 월별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10월 45건에서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5건에 그쳤다. 운정중앙역 인근 A공인중개소 실장은 "대출규제 이후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감소했고,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거래량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과의 비교
운정신도시의 상황은 지난해 3월 개통한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수혜지역인 화성시와는 대조적이다. 화성시는 2020년~2021년 2년 동안 아파트가격이 무려 44.85%가 올랐고, GTX-A노선이 개통된 2024년에도 1.82% 상승했다.
업계 전문가는 "동탄과 파주 운정의 시장 환경이 달라 개통 효과로 가격 상승이나 거래량 증가를 기대하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동탄은 대기업 입주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인프라와 일자리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
GTX 개통으로 서울 출근 시간이 90분에서 22분으로 단축되는 등 교통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운정신도시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실수요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운정중앙역 인근 A공인중개소 실장은 "2021년과 비교해 가격 조정이 크게 이뤄진 만큼 GTX-A 운정중앙역 개통이 본격화하면 주택 거래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방에 따르면 운정중앙역 인근 랜드마크 대단지로 불리는 이른바 '힐·푸·아'(힐스테이트운정·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운정신도시아이파크)의 지난 12월 넷째 주 방문자 수는 2만8100명으로, GTX-A 노선 개통 전인 12월 셋째 주(8302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잠재적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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