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교사는 괜찮은가?
[김대성 기자]
|
|
| ▲ 교사가 떠나는 교단 |
| ⓒ 김대성(Ai) |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강조해 온 가치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받을 권리와 국가의 교육 책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육은 본래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생, 가장 어려운 조건에 놓인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학교 현실을 바라보면, 이 익숙한 구호와 함께 한 가지 질문도 떠오른다. 학생을 위한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 교육을 매일 교실에서 감당하는 교사의 삶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얼마나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학생 중심 교육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 학생을 위한 교육과 교사를 위한 환경은 서로 경쟁하는 가치가 아니라, 교실 안에서 언제나 함께 움직이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2025년 3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 의원면직 및 명예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정년 이전 교단을 떠난 교원은 7467명으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많았다. 더 무거운 대목은 떠나는 이들이 연차 높은 교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2025년 8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시도별 중도퇴직 교원 현황'을 보면, 교직 경력 5년 미만 저연차 교원 중도퇴직자는 2020년 290명에서 2024년 380명으로 31% 늘었다. 어렵게 임용시험을 통과하고 교실에 들어온 젊은 교사들이 몇 해를 버티지 못한 채 교단을 떠나는 현실은 교육계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현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2026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5.5%가 최근 1년 사이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학부모 악성 민원과 정서적 소진, 과중한 업무 부담이 주요하게 꼽혔다. 교사를 지키는 일은 특정 직군을 보호하기 위한 요구가 아니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때 학생의 배움과 교실의 안정도 가능해진다.
법은 바뀌었지만 교실은 여전히 힘들다
최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교권 보호 관련 법 개정과 학교 민원 대응 체계 정비, 교육활동 침해 대응 절차 강화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5년 5월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침해 심의 건수는 4234건으로, 2020년 1197건에 비해 5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교총이 2025년 3월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79.6%가 교권5법 시행 이후에도 긍정적 변화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정책과 제도가 학교 현장에 실제로 안착하고 체감될 수 있도록 더 세심한 지원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교직의 어려움은 눈에 보이는 사건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과 민원 대응, 행정업무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요구되는 날들이 쌓이면서 교사는 조용히 지쳐간다. 그래서 사건 이후 대응보다 예방과 회복을 중심으로 한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 교원 마음건강 지원, 갈등 중재 시스템, 초기 위기 개입 체계는 이제 부가적인 복지가 아니라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반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행정에 닿아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다양한 정책 추진과 학교 지원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장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때로 행정과 현장 사이의 체감 차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교의 어려움과 지원 요청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검토되는지, 인력과 예산의 우선순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을 때, 현장에서는 지원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문제는 누군가의 선의 부족보다 시스템과 소통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교육청 역시 제한된 예산과 인력, 법적 책임 속에서 복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 학교의 어려움이 교육행정에 온전히 닿을 수 있는 소통 구조다. 학교의 요청이 모두 수용될 수는 없더라도, 왜 가능한지, 왜 어려운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함께 설명하고 공유하는 행정은 현장을 살린다. 학교가 교육청을 믿고 손을 내밀 수 있을 때, 교육행정은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실을 지키는 교사가 교육을 지킨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학급당 학생 수와 행정업무 경감, 생활지도 지원과 교사 전문성 보장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교육 예산과 행정 지원은 실제 교실과 학교 교육활동에 얼마나 닿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특정 시기의 논쟁을 넘어 공교육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바란다면, 그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교사 역시 쉽게 소진되거나 홀로 버티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사와 학생 모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교육행정, 그것이 결국 학생을 지키는 길이다. 거창한 구호만으로는 교실이 지켜지지 않는다. 교실을 지키는 교사를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함께 버티게 할 것인가. 공교육의 미래는 그 질문에 대한 답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최대 실적과 선거에 가린 '이 사건', 아빠는 왜 소송 나섰나
- "더러버서" 시인한 송언석... "전라도 '거시기'처럼 자주 쓰는 표현"
- 스님 4명이 세운 전력회사, 어떻게 70위권 기업이 됐나
- 내가 본 게 뭐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자연의 신비
- 애 셋인데 "전세 대신 단기 월세 어떠냐" 묻는 남편의 속사정
- 데이트 하는데 식사비 대신 내준 손님... 왜 상처가 됐을까
- 여성들이 활을 잘 쏘기 위해 가슴 도려냈다? 팩트체크 해보니
- 박찬욱 감독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편집
- '왜 영동의 흙은 보랏빛일까?' 명품 와인 빚어내는 특별한 대지의 초대
- "'디커플링'에서 '디컨플릭팅'으로... 미중 전략 경쟁, 새로운 국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