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전동차를 구매한 모로코가 이번에는 방산을 협력 분야로 점찍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모로코군은 K2전차와 KSS-III(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KM-SAM) 도입을 검토 중이며,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의 방한 이후 한국산 무기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메주르 장관은 한국 측 인사들과 EPA(경제동반자협정) 체결 및 경제협력 논의를 진행했으며, 특히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과의 면담은 철도 사업을 계기로 방산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미 폴란드에 180대가 수출된 K2전차와 UAE 등에 수출된 천궁-II, 그리고 캐나다와 폴란드의 잠수함 후보로 거론되는 KSS-III까지, K-방산의 모로코 진출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로코는 왜 한국 무기에 눈을 돌린 걸까요?
알제리와의 숙명적 대결
모로코와 알제리의 관계는 한마디로 '앙숙'입니다.
1963년 국경 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은 서사하라 영유권 문제로 더욱 심화됐고, 2021년에는 결국 국교 단절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제리가 러시아제 T-90 전차와 Su-30 전투기, S-400 방공시스템을 대거 도입하는 동안 모로코가 가만히 있을 리 없겠죠.
실제로 알제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13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를 투입했으니, 모로코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와 알제리의 밀월 관계는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알제리 무기의 70% 이상이 러시아산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K2전차가 알제리의 T-90 전차와 실제 전장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닌 북아프리카 군사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두 주력전차의 성능 차이는 지역 안보 구도를 재편할 수도 있는 전략적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K2의 1500마력 엔진, 자동장전장치, 첨단 사격통제장치는 분명 T-90에 비해 우위에 있습니다.
특히 모로코의 사막 환경에서 K2의 우수한 냉각 시스템과 서스펜션은 큰 강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의 불안한 공급망,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해
모로코는 오랫동안 미국과 프랑스에 무기를 의존해왔습니다.
에이브람스 전차, 미라지 전투기, 프레가트 호위함까지, 모로코 군의 주요 장비들은 대부분 서방제였죠.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이러한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자국 방위에 몰두하며 기존 수출 고객들에게 약속한 무기 공급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스나 튀르키예와 같은 국가들도 서방 무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체 공급원을 찾는 건 당연한 움직임입니다.
한국은 이런 면에서 완벽한 대안입니다.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서방 무기 체계와의 호환성을 제공하면서도, 자체 기술력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니까요.
한국 방산은 서방의 첨단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 그리고 높은 품질 신뢰도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어, 모로코와 같은 국가들에게 전략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모래 위의 영토 분쟁
모로코에게 서사하라 분쟁은 국가 존립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2020년 미국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공식 인정한 이후, 모로코는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폴리사리오 전선'(현재 모로코의 점령 하에 있는 서사하라의 독립을 추구하는 독립운동 단체)의 게릴라 활동과 알제리의 지원은 여전히 위협 요소로 남아있죠.
사막 지형이 대부분인 서사하라에서 기동성과 화력은 작전 성공의 핵심 요소입니다.
K2전차는 마치 이곳을 위해 설계된 듯한 장점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강력한 1500마력 엔진은 모래 언덕도 거뜬히 넘어갈 수 있으며, 첨단 열영상 장비는 사막의 혹독한 기온 변화에도 안정적인 표적 탐지가 가능합니다.
특히 K2의 자체 개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시스템은 소음과 열 발생을 최소화해 적의 열 감지 장비에 노출될 위험을 줄여줍니다.
이는 게릴라전이 빈번한 서사하라 지역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겠죠.
지중해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 KSS-III 잠수함
모로코가 KSS-III 잠수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해양 전략의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모로코 해군은 표면함 중심의 전력 구성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알제리가 러시아제 키로급 잠수함 6척을 운용하면서 해양 세력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따라서 모로코는 알제리의 잠수함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산 잠수함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모로코가 관심을 보이는 도산안창호급 (KSS-III) 잠수함은 3,000톤급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입니다.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함대지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며,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죠.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로, 이를 통해 2주 이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가 KSS-III를 도입한다면, 지브롤터 해협부터 카나리아 제도까지 아우르는 넓은 해역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불법 어업, 해적 행위, 무기 밀수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제리에 대한 전략적 우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공의 구멍'을 메울 천궁 미사일
현대전에서 방공망은 마치 치즈처럼 '구멍'이 없어야 합니다.
하나의 틈만 있어도 적의 공습에 전체 방어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모로코는 현재 미국제 패트리어트와 프랑스제 단거리 미사일을 운용 중이지만, 중거리 구간에서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궁 미사일 시스템은 바로 이 '중거리 구멍'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40km 이상의 교전 거리와 다양한 표적 대응 능력을 갖춘 천궁은 이미 중동의 사막 환경에서 검증된 무기체계이기도 합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이 이미 도입했으니까요.
특히 천궁-II 시스템은 다층 방어를 위한 네트워크 중심 작전이 가능해 기존 모로코의 방공 자산들과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습니다.
알제리가 러시아제 Su-30 전투기와 중국제 무인기를 대거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로코의 천궁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자국 방산 성장의 교두보
모로코는 단순히 무기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국의 방위산업 발전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리야드 메주르 산업통상부 장관의 방한과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과의 면담은 이러한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죠.
K2 전차와 관련해 폴란드는 이미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패키지를 확보했습니다.
모로코 역시 유사한 협력 모델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대로템이 이미 전동차 계약을 통해 모로코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큰 강점입니다.
첨단 무기를 구매하면서 동시에 자국 방산 기술도 향상시킨다는 전략은 이미 UAE,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실행해 온 방식입니다.
모로코 역시 이 길을 따라가려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 이런 면에서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K-방산의 미래는?
모로코의 한국산 무기 도입 검토는 단순한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K-방산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K2 전차와 K9 자주포 대량 구매로 유럽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모로코는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천궁-II를 도입하며 K-방산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집트도 K-9 자주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모로코의 선택은 단순히 한 국가의 무기 도입 결정이 아닌,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지각변동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공급자였던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과 함께 이제 한국이 새로운 글로벌 방산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모로코의 사막에서 K2 전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K-방산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