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러 동방경제포럼 참여 필요”…“선 비핵화론 폐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한국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정부가 참석 대표의 급을 현지 공관 수준으로 낮춰온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러 접촉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푸틴 대통령도 한·러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고 우리도 역시 관심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동방경제포럼에 어떤 레벨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공관 인사 중심으로 이어져온 참석 수준을 격상할 필요성을 제기한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와 부총리·장관급 인사를 동방경제포럼에 보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공조를 고려해 참석 대표의 급을 낮췄다. 2022년 포럼엔 주러시아대사관 소속 실무자급 4명이 참석했고 이후 2024년까지는 주러시아대사관 경제공사가 정부를 대표했다. 지난해에는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참석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북·러 군사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데다 러시아가 지난 16일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군사기술 협력 확대에 “용납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시점과 맞물려 나온 것이다. 한국은 NATO와의 협력 폭을 넓히는 동시에 유럽 방산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어, 서방과의 안보 협력과 대러 관계 관리를 함께 풀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러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 동방경제포럼에 우리 대표단을 그동안 제대로 못 보냈다. 이런 것도 제가 자임해서 가보고 싶다”며 참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북한 비핵화 접근법과 관련해 “지난 정부의 선 비핵화론, 선 핵폐기론, CVID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라며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 비핵화를 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로 목표를 재정립했다”며 “평화가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인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에 대해서는 “국가성 인정과 특수관계를 포괄하는 내용”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6·15 및 10·4 선언의 정신을 계승한 점진적·단계적 평화정책”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도 김정은도 전략적 수요가 있다”며 9월 미·중 정상외교와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계기로 거론했다.
정 장관은 7월 말 부임 예정인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해 “중요하다”며 부임 뒤 만날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대통령의 노력을 잘 뒷받침하느냐에 대해서는 통일장관으로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특사 파견 구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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