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목사가 '폭력옹호자'로 변한 이유

이혁진 2025. 4.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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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이혁진 기자]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 스틸컷
ⓒ 파이오니아21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4일 서울 신촌 필름포럼에서 영화 <본회퍼: 목사.스파이.암살자>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독일 루터교 목사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삶을 다루고 있다. 지난 9일 개봉해 지금도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다.

본회퍼(1905~1945)는 나치 정권이 교회를 장악하고 유대인을 대학살 할 때 신앙과 양심사이에서 고뇌하며 저항한 인물이다.

본회퍼 목사 순교 80년 기념 영화

영화는 본회퍼의 어린 시절, 뉴욕 유학시절 흑인교회 예배, 독일고백교회 활동, 히틀러 암살폭탄테러, 교수형 등 히틀러 저항에서 순교까지 역동적인 서사를 그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한두 번은 접했을 법하다. 일부는 광장에서 "미친 운전자에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맡길 수 없다"는 본회퍼의 대사와 기록이 회자되고 있다.

그는 39세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글과 설교뿐 아니라 신앙을 실천하려 했다. 특히 뉴욕 유학 중 흑인교회의 신앙이 개인적 구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연대로 확장되는 것을 보며 크게 감명받았다.

본회퍼를 주제로 만든 영화는 2000년대 초에도 나왔지만 이번 영화는 본회퍼 순교 80주년을 맞아 개봉됐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고 도전적이라는 평이다. 내용도 미국에서 발간된 본회퍼 전기와도 많이 다른데 이는 영화의 극적인 요소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과 동떨어진 연출은 아쉽다. 일례로 폭탄테러 암살자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본회퍼는 히틀러를 처단하기 위한 음모에 가담했지만 직접 암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교수형도 감옥에서 멀리 이동해 외딴곳에서 집행되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재길 장신대 교수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교수형은 수용소나 감옥 내 시설에서 집행되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짧은 생애에도 34권의 책을 저술했다. 목회자뿐 아니라 신학적 천재성을 방증한다. 덕분에 본회퍼는 미국 신학대 교수로 추천되지만 위기에 처한 독일교회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고사한다.

본회퍼는 '가록광'이었다. 감옥에 있을 때도 인간적인 고뇌, 갈등, 번민 등 순간순간의 생각을 기록했다. 기도와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화 중에서 특히 위조여권으로 미국에 들어가 흑인인종차별을 몸으로 느끼고 흑인교회의 공동체문화에서 본회퍼가 받은 영감들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들이다. 결국 흑인에 대한 연민은 유대인으로 이어졌다.

본회퍼가 평화주의자에서 폭력옹호자로 변신한 배경

본회퍼는 유대인을 살리기 위해 죄가 될 수 있는 선택의 책임을 감수했다. 본회퍼는 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비폭력 평화주의자였다. 하지만 6백만 명을 죽인 히틀러에 대해 폭력을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로만으로는 악마를 막을 수 없어 마지막 수단이자 예외적으로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제국교회를 통해 정치적 메시아로 숭배되자 이에 반대하고 본회퍼 평소의 신념을 바꾸었다.

이에 그리스도인이 폭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본회퍼가 히틀러에 대해 제한적 폭력을 주장했음에도 현실은 그의 폭력이 남용되거나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 배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특히 지금 한국교회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본회퍼는 히틀러를 숭배하는 제국교회 즉 거대한 불의 앞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교회가 권력과 타협할 때도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고 말뿐인 신앙이 아니라 행동하는 믿음을 선택했다.

한편 그는 평생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에 천착했다. 이는 누구나 가져볼 만 질문이다. 이에 본회퍼는 "하느님만이 온전히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또 다른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도 그는 "그리스도인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말했다.

본회퍼는 예수님이 타자(이웃)을 위한 분이라며 "교회도 타자를 위한 존재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화상영 후 시네토크에서 본회퍼 연구자인 고재길 교수는 "본회퍼를 어느 한쪽이 아닌 신앙인, 목회자, 신학자 등 입체적 관점에서 살펴볼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기독교 등 종교인이 아니라도 한번 볼 만하다. 약자에 대한 탄압과 불의에 맞서는 선각자들의 공통점은 관용과 사랑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한때 미국영화 4위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본회퍼에 대한 국내 관심도 커 현재 학회연구모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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