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뛰어든 역사학자 “‘암살자(들)’ 같은 논란 더욱 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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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이른바 '386세대'에서 널리 퍼진 역사인식이 점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앙정보부가 '1974년 박정희 저격 미수 사건'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은 2000년대 초반에 제기됐었을 때는 유효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열람 제한 문서들이 공개된 후 역사학자들의 결론은 기존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짚고 넘어가야지 더 합리적인 역사 토론이 가능하다."
-역사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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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그가 처음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역사논쟁에 뛰어든 것이 계기가 됐다. 대치동 학원가의 인기 한국사 강사였던 그는 2015년 국정교과서 논란 당시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해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 그를 주목했고 그 이후 10년 넘게 ‘어쩌다 어른’, ‘역사저널 그날’, ‘강연배틀쇼 史기꾼들’ 등 많은 교양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출연했다. 성공회대와 장신대에서 외래교수로 재직하며 매년 200건 이상의 강연도 다녔다.
그는 5년 전부터 보다 자유롭게 생각을 전하기 위해 유튜브 활동도 시작했다. 채널명 ‘현재사는 심용환’은 ‘모든 역사는 결국 현재의 입장에서 재해석된 현재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등 역사가 결부된 시사 이슈가 터지면 과감하게 특집을 편성해 생각을 말한다.



진지하고 딱딱한 소재들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대군부인’, ‘파인: 촌뜨기들’ 등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화제작이 나오면 당시 실제 역사는 어땠는지, 자신이 드라마에 자문했다면 어떤 조언을 했을지를 영상에서 재밌게 풀어낸다. ‘파친코’ 등 여러 드라마 작품을 감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얘기다. 이런 활동이 쌓여 어느새 유튜브 구독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너는 누구 편이냐’라는 말은 그에게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게 미움받을 수 있음에도 지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역사 논쟁이 점점 피곤하고 두려운 일이 돼버린 세상에서 답을 듣고 싶었다. 지난달 30일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을 만난 가장 큰 이유다. 다음은 심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왜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했나.
“같이 방송을 하던 PD의 제안으로 우연히 시작했다. 방송과의 협업도 매번 즐겁고 감사하지만 보다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기회가 있을 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슈가 터지면 대본을 서둘러 준비한 뒤 카메라 한 대 두고 바로 촬영해 올린다.”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나.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와 대중의 역사인식 사이 ‘시차’를 좁히는 것이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광해군의 중립외교, 고려 공민왕의 반원자주 정책 등은 학계와 대중이 바라보는 관점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금 역사교과서에 포함된 이야기들은 20년 전 주류 학설이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그 사이에서 냉소와 불신이 커지기에 이를 막고 싶다.”
-유튜브 한 편에 압축된 내용이 상당하다. 대본은 몇 명이 준비하나.
“모든 대본을 혼자서 준비한다. 한 영상을 준비하며 최소 5~6개의 논문을 보고 정리한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지금 학계에서 학문적으로 합의가 된 이야기들을 정확하게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역사 연구자로서 30년 살아왔고, 또 작가로서 생활을 10년간 이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던 해 같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서 극우적 역사관의 자리가 더욱 커졌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듯이 폄훼하거나 전두환씨의 행위가 ‘내란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1988년에 끝났다. 일부 정치인에게는 억지로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지 말고 유능한 정책으로 승부하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진보 진영에서 널리 공유된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도 있다.
“이른바 ‘386세대’에서 널리 퍼진 역사인식이 점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앙정보부가 ‘1974년 박정희 저격 미수 사건’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은 2000년대 초반에 제기됐었을 때는 유효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열람 제한 문서들이 공개된 후 역사학자들의 결론은 기존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짚고 넘어가야지 더 합리적인 역사 토론이 가능하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 당시 앞으로 역사 갈등이 더 늘어날 거라 말했는데.
“‘1987’, ‘국제시장’ 등 진영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 소재들은 이미 많이 영화화됐다. 결국 틈새시장을 찾아 보다 예민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것이라 본다. 내용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상영 금지 운동, 배우 좌표 찍기 같은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이런 행동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장된 주장이나 무리한 검열 요구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들과 역사학자가 더 많이 토론장에 등장하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역사 소재를 보다 자극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유혹은 없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유혹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근에는 차별화를 해볼 생각으로 한 지역을 골라 역사 속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야외 촬영 시리즈를 새로 시작했다. 이번 경기도 고양시 관련 촬영에서는 중남미문화원을 들렀는데 ‘한국에 이런 유물이 전시돼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전시가 훌륭하더라. 현장에서 뜻밖의 발견으로 오는 재미를 시청자들께 전달하고 싶다.”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중이 결국에는 ‘굿 콘텐츠’를 알아본다는 믿음이 있다. 예를 들어 국가폭력 소재는 5·18민주화운동 같은 잘 알려진 사건이 아니라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다뤄야지’라는 생각으로 여순사건, 한국전쟁 대전 골령골 학살사건을 등을 다뤘는데 어느 순간 영상 조회수가 10만회를 넘었다. 또 제가 하는 이야기가 불편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대안적인 역사담론을 찾기 위한 의지로 저를 찾으시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보람이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역사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90%의 역사에 대해서는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더라. 공통의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예의와 솔직함을 갖춘 대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대사 역사학교를 시작했는데 참가자들이 10주 이상 매주 만나 서로 토론하도록 일정을 짰다. 잦은 대화 과정에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역사 토론을 해보는 것이 목표다.”
고양=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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