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뉴판엔 코파일럿, 곳곳엔 아이디어… 개발자 축제 가보니

[샌프란시스코(미국)=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코파일럿과 요리하세요(Cook with Copilot).'
분홍색 메뉴판 아래 낯선 문구가 걸려 있었다. 미국식 식당을 본떠 꾸민 '모스 다이너(Mo's Diner)'에는 카운터와 테이블, 소파가 놓였다. 메뉴판에는 전채요리와 메인 요리, 디저트가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개발 도구다. 참가자들은 주방을 본떠 꾸민 공간에서 코파일럿의 다양한 기능을 직접 체험했다. 조리대 위에는 냄비와 프라이팬 대신 컴퓨터가 놓였고, 개발 도구를 시연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에서는 직접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9일 오전 이곳에는 배낭을 멘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에는 키보드의 당일 품절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참가자들이 맞춤형 키보드와 깃허브 램프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 물량이 소진될 만큼 인기였다.



전시장이 게임과 체험으로 채워지는 동안 무대에서는 개발자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28일 개막 기조연설에서 제이 파리크(Jay Parikh) 마이크로소프트 코어AI 부문 수석부사장은 AI 에이전트가 코드 작성부터 검토, 배포까지 수행하는 새로운 개발 환경을 소개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대에 등장한 질문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1년 뒤 당신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What will your job be in a year)?'
개발자 켄트 C. 도즈(Kent C. Dodds)는 청중에게 "1년 뒤에도 지금과 정확히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개발자들도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도즈는 영국 더럼대 수 블랙 교수와 함께 'AI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이어갔다.
도즈가 강조한 것은 코드의 양보다 결과물의 가치였다. 그는 "누구나 수십억 개의 토큰을 사용해 엄청난 양의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면 과거 여러 팀이 맡았던 규모의 소프트웨어도 소수 인원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코드를 만든다고 반드시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발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고,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열린 'AI 연구소의 시선(The View from the Labs)' 패널 토론에서도 비슷한 화두가 등장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들은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사람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무대 밖에서는 개발자들의 일상이 이어졌다. 29일 오전 실내 휴게 공간에는 노트북을 펼친 참가자들이 소파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노트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자리도 보였다. 뒤편에는 레코드 표지를 닮은 장식과 카페 안내가 놓였다.


파리크 부사장은 개막 기조연설에서 "창의성은 협업을 촉진하고, 협업은 다시 창의성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그 말을 떠올리게 했다. '데모스 앤드 도넛츠'에서는 도넛을 먹으며 기업들의 기술 시연을 살펴볼 수 있었다. 휴게 공간에서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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