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뉴판엔 코파일럿, 곳곳엔 아이디어… 개발자 축제 가보니

구아현 기자 2026. 11.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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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허브 2026] 식당·공방·게임 부스로 꾸민 유니버스… 직접 만들고 교류하는 개발자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코파일럿과 요리하세요(Cook with Copilot).'

분홍색 메뉴판 아래 낯선 문구가 걸려 있었다. 미국식 식당을 본떠 꾸민 '모스 다이너(Mo's Diner)'에는 카운터와 테이블, 소파가 놓였다. 메뉴판에는 전채요리와 메인 요리, 디저트가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개발 도구다. 참가자들은 주방을 본떠 꾸민 공간에서 코파일럿의 다양한 기능을 직접 체험했다. 조리대 위에는 냄비와 프라이팬 대신 컴퓨터가 놓였고, 개발 도구를 시연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전시장은 식당부터 공방, 게임장까지 개발자들이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무대에서는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논의가 이어졌고, 강연장 밖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 만나 교류했다.
행사장 입구부터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등록 공간에는 'register()', 그 옆에는 'setup()'이 적혔다. 등록과 준비를 뜻하는 단어에 괄호를 붙여 프로그래밍 함수처럼 표현한 것이다.
전시장 안에서는 깃허브 로고를 본뜬 대형 구조물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투명한 표면에 보라색과 분홍색 조명이 비쳤다. 그 너머로 '깃허브 센트럴(GITHUB CENTRAL)' 간판과 여러 부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에서는 직접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9일 오전 이곳에는 배낭을 멘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에는 키보드의 당일 품절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참가자들이 맞춤형 키보드와 깃허브 램프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 물량이 소진될 만큼 인기였다.

기업들 전시 부스도 중앙에 꾸며졌다. 제이프로그 부스에는 'Push Code, Pull Tees'라는 문구가 크게 걸렸다. 코드를 올리고 가져올 때 사용하는 '푸시(Push)'와 '풀(Pull)'을 티셔츠에 연결한 말장난이었다.
피그마는 '코드를 캔버스 위로(Your code, now on the canvas)'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옆으로는 아틀라시안(Atlassian) 부스가 이어졌다. 코드 작성과 디자인, 협업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같은 공간에서 개발자들을 만났다.

전시장이 게임과 체험으로 채워지는 동안 무대에서는 개발자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28일 개막 기조연설에서 제이 파리크(Jay Parikh) 마이크로소프트 코어AI 부문 수석부사장은 AI 에이전트가 코드 작성부터 검토, 배포까지 수행하는 새로운 개발 환경을 소개했다.

깃허브가 공개한 '코파일럿 퓨전'은 작업에 적합한 AI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기술이다. '코파일럿 코드 리뷰 맥스'는 코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심층 검토하도록 설계됐다.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데서 나아가 여러 AI 에이전트의 작업을 관리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개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무대에 등장한 질문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1년 뒤 당신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What will your job be in a year)?'

개발자 켄트 C. 도즈(Kent C. Dodds)는 청중에게 "1년 뒤에도 지금과 정확히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개발자들도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도즈는 영국 더럼대 수 블랙 교수와 함께 'AI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이어갔다.

도즈가 강조한 것은 코드의 양보다 결과물의 가치였다. 그는 "누구나 수십억 개의 토큰을 사용해 엄청난 양의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면 과거 여러 팀이 맡았던 규모의 소프트웨어도 소수 인원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코드를 만든다고 반드시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발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고,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블랙 교수는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협업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매일 코드를 작성하는 것보다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더 넓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반복적인 코딩 업무를 맡게 될수록 개발자에게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열린 'AI 연구소의 시선(The View from the Labs)' 패널 토론에서도 비슷한 화두가 등장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들은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사람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리처드 세로터 구글 클라우드 시니어 디렉터는 "모두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중요한 것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언제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드를 작성하는 기술 자체보다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는 능력이 개발자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대 밖에서는 개발자들의 일상이 이어졌다. 29일 오전 실내 휴게 공간에는 노트북을 펼친 참가자들이 소파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노트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자리도 보였다. 뒤편에는 레코드 표지를 닮은 장식과 카페 안내가 놓였다.

야외 테이블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굿즈 트럭에는 깃허브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가 진열됐다. 제품 발표를 듣고, 부스를 둘러보고, 잠시 앉아 쉬는 동안에도 다른 개발자들과 마주칠 공간이 이어졌다.

파리크 부사장은 개막 기조연설에서 "창의성은 협업을 촉진하고, 협업은 다시 창의성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그 말을 떠올리게 했다. '데모스 앤드 도넛츠'에서는 도넛을 먹으며 기업들의 기술 시연을 살펴볼 수 있었다. 휴게 공간에서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마주 앉았다.

AI가 코드를 만드는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개발자 축제를 채운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손길과 대화, 함께 무언가를 만들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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