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두 번째 국보를 보러 갔다... 가야산의 천년 유산 이야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1월 4일 수요일 오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에 들어섰다.
그날 보러 간 탑은 지난해 12월 서산의 두 번째 국보가 됐다.
이듬해 서산시가 펴낸 <서산에 가야산이 있다>에는 옛 절터 23곳을 네 갈래 숲길로 잇자는 구상도 실렸다.
개심사에 있던 목판은 보원사로 돌아왔고, 수륙재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절터에 다시 상을 차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미향 기자]
|
|
| ▲ 노랗게 물든 나무를 등지고 선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1963년 보물로 지정됐고, 2025년 12월 19일 국보가 됐다. |
| ⓒ 최미향 |
|
|
| ▲ 11월 4일 오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 단풍이 물든 길 옆으로 낮은 돌담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계곡물이 흐른다. |
| ⓒ 최미향 |
|
|
| ▲ 서산 보원사지의 당간지주. |
| ⓒ 최미향 |
그날 보러 간 탑은 지난해 12월 서산의 두 번째 국보가 됐다. 골짜기 입구의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국보로 지정된 지 63년 만이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불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고려의 오층석탑을 만난다.
돌지붕 아래 사자들이 있다
탑 가까이에서 카메라를 들자 층층이 내민 돌지붕 뒤로 노란 잎이 들어왔다. 다섯 층을 올려다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받침돌에 새긴 조각이 보인다. 아래층에는 사자들이, 위층에는 불법을 지키는 여덟 무리인 팔부중이 새겨져 있다.
탑을 세운 해를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국가유산청은 탑을 쌓은 방식과 조각의 양식, 법인국사탑비에 기록된 탄문의 행적을 함께 살펴 고려 광종 때인 10세기 중반에 세운 것으로 본다. 통일신라 말의 석탑 양식이 고려에 들어 어떻게 이어지고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탑이다.
|
|
| ▲ 서산 보원사지의 두 당간지주 사이로 국보 오층석탑이 보인다. 저멀리 보이는 왼쪽 돌담 너머에는 고려 승려 탄문의 행적을 새긴 법인국사탑비(왼쪽)와 그의 사리를 모신 법인국사탑이 나란히 서 있다. |
| ⓒ 최미향 |
돌아온 목판, 다시 차리는 상
|
|
| ▲ 2023년 10월, 충남 서산 보원사지에서 열린 보원사 ‘무차평등 수륙대재’ 재현회. 영혼식과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을 위해 영단에 과일과 꽃을 올렸다. |
| ⓒ 최미향 |
내가 찾아간 날 잔디밭은 한적했다. 2023년 수륙재 사진을 보니 산을 등지고 차린 상에 과일과 꽃이 놓여 있었다. 저 넓은 잔디밭 어디쯤이었을까.
|
|
| ▲ 서산 보원사지 인근 내포불교순례길 5코스 이정표. 이 지점에서 남연군묘가 있는 예산 가야사지까지 6.59km다. |
| ⓒ 최미향 |
현장에 다녀온 이틀 뒤, 김선임 종무실장은 전화로 가야산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보자는 구상을 들려줬다. 2020년 제안서의 지도에는 가야산을 가운데 두고 보원사지와 마애여래삼존상, 개심사, 가야사지, 수덕사가 한 장에 담겼다.
이듬해 서산시가 펴낸 <서산에 가야산이 있다>에는 옛 절터 23곳을 네 갈래 숲길로 잇자는 구상도 실렸다. 책에 실린 보원사지 코스는 새앙사 터와 보현사 터, 마애여래삼존상을 거쳐 보원사지로 돌아오는 길이다. 내가 본 내포불교순례길 5코스 이정표는 고개 너머 예산 가야사지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산 가야사지에는 조선 후기에 옮겨온 남연군묘가 있다. 이철환은 묘가 들어서기 전인 1753년에 이미 그곳을 '가야사 터'라고 적었다. 훗날 <매천야록>은 흥선대원군이 가야사의 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아버지의 묘를 옮겼다고 전한다. 예산군이 2021년에 공개한 발굴 결과를 보면 묘역 주변에서 석탑의 지붕돌 조각과 석조불상 조각이 나왔다. 다만 그 결과만으로 옛 탑이 지금의 봉분과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김 실장은 절터를 잇는 길에서 사람들이 어디서 쉬고 밥을 먹을지도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가 예로 든 곳은 일본 히가시오사카의 세카이호텔 후세점이다. 빈 건물을 고쳐 객실로 쓰고, 묵는 손님은 이튿날 동네 다방에서 아침을 먹는다. 가야산에서도 순례길 주변에 이미 있는 집과 가게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이었다.
|
|
| ▲ 충남 서산 보원사. 절집의 검은 기와지붕 위로 감나무 가지가 뻗고, 잎이 진 가지마다 주홍빛 감이 매달려 있다. |
| ⓒ 최미향 |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이철환이 보았던 불전은 이제 없지만 그가 읽었던 탑비는 여전히 절터에 서 있다. 개심사에 있던 목판은 보원사로 돌아왔고, 수륙재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절터에 다시 상을 차린다.
|
|
| ▲ 충남 서산 보원사지에 남아 있는 석재들. |
| ⓒ 최미향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주고 계급산 장교가 지휘... 영국 전쟁사에 남은 참사
- 장동혁 "이재명, 멍석말이처럼 '탄핵 말이'가 답"
- 12.3 내란의 밤에 출동한 군인 중 '사람'은 봐줍시다
- 재일 코리안 3세 신숙옥, 더 차별받는 이름을 선택한 까닭
- 웅산의 인생 바꿔놓은, 친구가 건넨 '테이프' 하나
- 농특세 18조 원, 이렇게 쓰면 청년실업까지 완화
- 일본 '혐한' 방송사 사장이 그 앞에서 90도 허리를 숙였다
- 트럼프, '이민 단속 설계자'로 비서실장 교체…"노선 안 바꾼다"
- 덕질에도 '서울 공화국'이 있다
- "K팝 통제한 비밀 계약"… NYT가 폭로한 뉴진스 계약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