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굿즈·체험까지…빼빼로데이의 변신 [노승욱의 리테일 인사이트]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11.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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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보다 굿즈…빼빼로데이 마케팅도 진화
캐릭터·팝업·체험 결합해 소비 심리 자극

11월 11일은 유통업계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이날은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로 익숙하다. 하지만 올해 유통업계의 마케팅은 과자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한정판 굿즈부터 팝업스토어, 체험형 이벤트까지 총출동했다. 숫자 1111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소비의 이유를 만드는 ‘명분 마케팅’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GS25가 빼빼로데이를 맞아 ‘2026 GS25 빼스티벌(GS25 PPESTIVAL)’을 진행한다. (GS리테일 제공)
연중 최대 대목 된 편의점…기념일을 소비 이벤트로 만드는 유통업계
빼빼로데이 특수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편의점이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빼빼로데이 당일 매출은 연간 하루 평균보다 30% 이상 많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낱개 빼빼로 연간 판매량의 절반가량이 11월 한 달에 집중될 정도다. CU 역시 지난해 11월 1~11일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에도 기념일 소비만큼은 여전히 강력한 구매 동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과자보다 굿즈’다. CU는 포켓몬과 다마고치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차별화 상품 28종을 선보였다. 핫팩 인형과 키링, 양털 담요, 무드등, 요가매트 등 과자와는 거리가 먼 상품들이 주인공이다. GS25는 호빵맨·짱구 캐릭터를 활용한 선물세트와 자체 캐릭터 ‘무무씨와 친구들’을 적용한 한정판 빼빼로를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지드래곤 관련 캐릭터 ‘조앤프렌즈’, 산리오캐릭터즈 등과 협업해 지난해보다 약 30% 많은 150여종의 상품을 준비했다. 이마트24는 인기 웹툰 ‘재혼 황후’와 손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가 빼빼로데이에 돈을 쓰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연인이나 친구에게 과자를 선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한정판 상품을 소장하는 행위 자체가 소비의 이유가 된다. 실제 CU의 빼빼로데이 차별화 상품 매출 비중은 2023년 29.3%에서 2024년 31.9%, 지난해 36.6%로 꾸준히 높아졌다. 빼빼로는 더 이상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매개체가 된 셈이다.

마케팅 무대도 매장 밖으로 확장됐다. CU는 성수와 홍대에 각각 포켓몬·다마고치 콘셉트 매장을 운영한다. 세븐일레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조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이마트24는 성수에서 재혼 황후 테마 팝업을 선보인다.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이 추가 홍보 효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롯데월드는 연인들이 럭키맨을 찾아 경품을 받는 ‘11.11 럭키 커플데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월드 제공)
숫자 11을 활용한 마케팅은 유통업을 넘어 레저업계로도 번졌다. 롯데월드는 ‘11.11 럭키 커플데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어드벤처와 아쿠아리움, 서울스카이에서 연인들이 ‘럭키맨’을 찾아 경품을 받는 행사다. 총 11쌍의 커플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고, 11월 10~11일에는 24시간 한정 이용권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빼빼로데이를 연인들의 데이트 수요를 끌어들이는 기회로 활용한 사례다.

주목할 점은 기념일 마케팅의 본질이 ‘상품 판매’에서 ‘소비 명분 만들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소라면 구매를 망설일 상품도 특별한 날, 한정판, 선물이라는 이유가 붙으면 지갑을 열기 쉬워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혀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 협업과 체험 요소를 결합하면 기념일 하루의 매출을 넘어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접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할 명분을 직접 만들어내고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사나’ 넘어 ‘왜 지금 사야 하나’…소비 명분 만드는 유통가
이처럼 유통업계가 기념일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둔화로 일상적인 구매에는 신중해진 소비자도 특별한 날의 선물이나 한정판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지갑을 열기 쉽다. 특히 상품 간 품질과 가격 차별화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핵심 경쟁력은 상품 자체보다 구매할 이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념일은 소비자에게 구매의 명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매 시점을 특정 날짜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정판 굿즈와 기간 한정 할인은 여기에 희소성과 시간적 긴박감을 더해 구매 결정을 앞당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경쟁은 소비자의 기존 수요를 차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무엇을 팔 것인가’ 못지않게 ‘왜 지금 사야 하는가’에 대한 명분을 만들고 선점하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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