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윤의 이코노믹스] 성과급은 약속…보상 격차는 설명될 때 믿음 얻는다

2026. 11. 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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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성과급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박태윤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코넬대 보상연구소 리서치 디렉터
지난 9월 3일 고용노동부가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는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시행지침을 내놓으면서, 그간의 성과급 논란은 일단락된 듯하다. 하지만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지,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일은 370조원의 영업이익이나 7억원대의 성과급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이 다듬어 온 성과주의 설계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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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상 격차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보상 수용성도 달라져
사촌 땅 사면 배 아픈 이유? 지리적·구조적·사회적으로 가깝기 때문
완벽한 성과급 산식은 없어…믿을 만한 관리자 판단도 있어야 성과
기대 잘 관리해야 좋은 보상제도…직원·회사·주주 기대 잘 조율해야
」

미리 계산하기 어려웠던 성과급
삼성 계열사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삼아 왔다. 세후 영업이익에서 투입 자본의 기회비용을 빼고 남은 이익이다. 채권자와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까지 떼고 남아야 이익으로 치는, 주주 자본주의의 논리가 깔린 지표다. 문제는 해당 지표를 성과급에 연결할 때 발생한다.

EVA는 과감하게 투자한 해일수록 자본비용이 늘어 오히려 줄기 쉽다. 예컨대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2023년 6605억원에서 2025년 9133억원으로 38% 늘었지만 OPI 지급률은 연봉의 1~6%에 머물렀다. 투자 계획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식의 세부 변수도 공개되지 않아 직원들로서는 성과급을 미리 가늠하기 어려웠다. 필자는 보상 기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을 이번 논란의 중요한 배경으로 본다.

비교할 만한 사례도 있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바꿨고 이후 상한도 없앴다. 공개된 지표에 따라 성과급이 산정되니 직원들은 스스로 계산할 수 있었다. ‘저쪽은 계산이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나’라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질문은 자연스럽다.

지난 5월 20일 밤, 파업 개시를 목전에 두고 삼성전자 노사는 잠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기존 OPI의 연봉 50% 상한은 유지하되 반도체(DS)부문에만 상한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만들었다. 재원은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다. 이 중 40%는 DS 전 직원에게 공통으로, 60%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배분하고, 적자 사업부에는 1년의 유예를 뒀다. 계산은 쉬워졌지만 왜 10.5%이고 왜 40 대 60인지, 적자 사업부는 왜 유예받는지 의구심은 아직 남아 있어 보인다.

DS 내에서도 메모리와 시스템LSI·파운드리의 실적은 엇갈렸다. 노조 추산으로 OPI 포함 세전 성과급은 메모리사업부 직원 1인당 7억5000만원이다.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도 2억4000만원이다. 반면 완제품(DX) 직원들은 6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받는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 이후 DX부문을 중심으로 부문 간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한국인 정서’보다 제도에서 답 찾아야
한국인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정서 때문에 차등 보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필자의 문헌 리뷰(Park & Shaw, 2017)와 연구 25편을 종합한 메타분석(Fischer & Smith, 2003) 모두에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보상 배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홍콩 중국인과 미국인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오히려 홍콩 중국인들이 외집단을 상대로 기여한 만큼 나누는 원칙을 더 엄격히 적용했다(Leung & Bond, 1984). 집단주의자라고 차등을 덜 두는 게 아니다. 누구와 비교해 생긴 차등인지를 따질 뿐이다.

이 속담은 오히려 가까운 사람과의 비교라는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배가 아픈 건 아무나가 아니라 ‘사촌’이 땅을 샀을 때다. 소매은행 지점 연구는 우연히 성과급을 더 받게 된 지점이 지리적·구조적·사회적으로 가까울수록 이를 지켜본 지점의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는 걸 보여준다(Obloj & Zenger, 2017). 같은 사원증과 캠퍼스를 공유하는 부문들은 서로 비교하기 쉬운 조건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차등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인도 공장 실험 연구는 누가 더 잘하는지 알기 어려울 때 임금 격차는 결근과 생산성 저하를 낳지만, 더 받는 동료의 높은 생산성이 눈에 보이면 그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Breza et al., 2018). 즉, 보상 수용성은 격차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문화의 문제로만 보면 기업이 손볼 수 있는 ‘설명과 비교’의 설계가 간과될 수 있다.

성과급 격차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그 격차가 생긴 이유다. 반도체처럼 경기 사이클의 진폭이 큰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구성원의 기술력과 수율 개선 노력의 결실인 동시에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가격 흐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노력이나 성과처럼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여기는 요인에서 생긴 보상 격차는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이지만, 운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된 격차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Shaw & Zhou, 2021).

최근 알모스와 동료들(2026)은 60개국 6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제 노동자 두 사람의 추가 보수를 배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한 사람에게 6달러, 다른 사람에게 0달러가 배정된 상태에서 격차를 그대로 둘지 조정할지 결정했고, 보수는 그 결정에 따라 실제로 지급됐다. 격차가 운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61%가 두 사람에게 3달러씩 똑같이 나눠 주었지만, 업무 성과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비율이 26%에 그쳤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한국은 성과를 특히 중시하는 국가군에 속했다〈그래픽〉.

필자가 참여한 연구에서도 직원들은 직군 간 임금 격차를 판단할 때 자기 직군 안의 보상 배분이 납득할 만한지를 근거로 삼았다(Zhang et al., 2023). 부문 간 격차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는 각 부문 안에서 어떤 기준으로 보상을 나누고, 그 배분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지에도 달려 있다는 뜻이다. 결국 성과주의의 정당성을 지키려면 보상 격차가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떤 기준으로 배분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김경진 기자

산식을 넘어 재량과 설명으로
올 한 해 동안 성과급 논의는 대부분 산식에 집중돼 왔다. EVA 연동이냐 영업이익 연동이냐, 몇 퍼센트를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줄 것이냐를 두고 많은 이들이 말을 보탰다. 하지만 필자는 완벽한 성과급 산식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모두가 산식만 바라보는 성과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보상 연구들은 산식에 믿을 만한 관리자의 판단이 더해질 때 직원 만족도와 조직 성과가 높아진다고 말한다(예: Gibbs et al., 2004). 필자가 참여한 연구에서도 같은 크기의 보상 격차라도 구성원들이 미래를 향한 기대를 함께 품고 있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를, 당장의 분배나 산식에 집중할 때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Park et al., 2017).

좋은 보상제도를 가르는 기준은 산식이 얼마나 정교하냐보다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직원에게 좋은 보상제도란 무엇을 하면 어떤 성과가 나고, 그 성과가 어떤 보상으로 돌아오는지를 미리 그려 볼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다. 보상이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에 크게 좌우되면, 적게 받는 쪽에는 무력감이, 많이 받는 쪽에는 내년의 기준선이 남기 쉽다.

회사 입장에서 좋은 보상제도는 이 돈을 주고 무엇을 얻는지가 분명한 제도다. 재원 공식만 남고 무엇이 성과인지에 대한 정의가 흐려지면 성과급은 인센티브라기보다 고정비에 가까워진다. 주주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자의 기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보상제도는 직원과 회사, 주주의 기대를 조율하는 일이다. 기대는 금액보다 규칙과 그 규칙에 대한 설명에서 생기고, 신뢰는 지급액보다 예측 가능성에서 쌓인다. 보상에서 재량은 중요하다. 다만 그것은 설명되는 재량이어야 한다.

보상 설계에 대한 네 가지 조언
향후 보상 설계에서는 네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계산 가능성은 필요하지만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오히려 핵심은 설명이다. 기밀 때문에 전체 산식을 공개할 수 없다면 구조와 변동 요인, 올해 숫자가 나온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 이때 가능하다면 업황이 만든 몫과 실제 기여가 만든 몫도 구분해야 한다.

둘째, 산식과 사람의 판단이 맡을 영역을 나눠야 한다. 재량의 기준과 판단 주체, 소통 절차는 미리 정해야 한다. 10.5%, 40 대 60, 적자 사업부 유예도 모두 누군가의 판단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판단의 근거를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이다. 직원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산식이 담아내지 못한 기여를 평가하는 것, 그 둘을 함께 가능하게 하는 소통과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셋째, 비교의 경계를 설계하고 이해관계자를 테이블로 불러야 한다. 한 회사 안에서 보상 논리가 다르면 가까이서 비교하는 직원들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주주에게도 같은 설명이 필요하다.

넷째, 중간관리자에게 설명할 언어와 권한을 줘야 한다. 7억원대와 600만원의 차이를 팀원 앞에서 감당하는 사람은 팀장이다. 신뢰를 쌓을 권한과 시간 없이 설명만 요구해선 곤란하다.

정부 지침 이후에도 보상 기준과 배분의 정당성을 둘러싼 과제는 남아 있다. 이를 문화적 정서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기업이 개선할 수 있는 기준과 운영 절차, 설명 방식을 살펴야 한다. 완벽한 산식을 찾기보다 불완전한 산식을 성실하게 설명하는 노력이 신뢰를 만든다. 성과급은 회계 항목이기 전에 약속이고, 약속은 설명될 때 믿음을 얻는다.

박태윤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코넬대 보상연구소 리서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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