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보다 군인이냐”…학생수당 삭감에 4만명 수업 거부한 덴마크 학생들

천금주 2026. 11. 5. 16: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해온 복지국가 덴마크에서 학생들이 정부의 교육지원 축소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국방비 확대 등을 위해 학생수당을 삭감하려는 정부의 예산안이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개편안에 따라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약 1만4000명이 수당을 전액 잃고 8000명은 지급액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국방비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학생수당 삭감 등 복지 지출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 1만3000명 집회
전국 57개 학교 수업 거부
유럽 청년들 20일 공동행동 예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해온 복지국가 덴마크에서 학생들이 정부의 교육지원 축소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국방비 확대 등을 위해 학생수당을 삭감하려는 정부의 예산안이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덴마크 고교·대학 학생단체 12곳은 4일(현지시간)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학생수당(SU) 삭감 계획을 규탄했다. 학생들은 “지원이 부족하면 교육 수준도 낮아진다” “깨진 약속들” “젊은이들을 속이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장에서 의회까지 행진했다.

주최 측은 이날 코펜하겐 집회 참가자를 약 1만2000~1만3000명으로 집계했다. 전국 57개 고교에서는 학생 약 4만명이 수업을 거부했다. 덴마크 고교생연합회 회장 오스카르 톤스베르그 호프만은 덴마크가 교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교육 체계 중 하나를 해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덴마크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 담긴 학생수당 개편안이다. 고등교육기관에 다니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은 부모의 연간 합산소득이 71만77크로네(약 1억4300만원)를 넘으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 합산소득이 41만9589~71만77크로네(약 8459만~1억4300만원)인 경우에도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액이 단계적으로 줄어 월 최저 500크로네(약 10만원)까지 낮아진다. 소득 기준은 SU 산정에 적용되는 2년 전 부모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에게는 월 기본 수당 1154크로네(약 23만원)가 지급되며 부모 소득에 따라 추가 지원액이 달라진다. 독립해 사는 학생에게 지급하는 월 7426크로네(약 149만원)의 수당은 이번 개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개편안에 따라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약 1만4000명이 수당을 전액 잃고 8000명은 지급액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1970년 도입된 학생수당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여력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조하는 덴마크 복지교육 체계의 상징으로 꼽힌다.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의 수당은 이미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지만, 이번 개편안은 일정 소득 구간부터 지원액을 추가로 삭감하거나 아예 폐지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은 재정 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덴마크가 국방비 확대를 추진하면서 교육 지원을 줄이려 한다는 점에서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2025년 2.9% 흑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 비율도 GDP의 27.9%로 유럽연합의 재정준칙상 기준인 60%를 크게 밑돌았다. 2026년 국가채무 비율은 2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덴마크 정부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해 2030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국방비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학생수당 삭감 등 복지 지출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지원 정책도 함께 추진하면서 일부 학생은 청년층의 교육 지원을 줄여 군사비와 감세에 재원을 투입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과거 학생수당 제도를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회인민당(SF) 소속 피아 올센 디르 내무·경제부 장관은 이번 삭감안에 동의하면서 과거 공약과 배치되는 입장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이 먼저 제안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면서도 “연립정부에서 여러 차례 타협을 거쳤고 그 타협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학생들의 시위는 지난 9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한 시위와 맞물려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는 청년층의 사회적 저항 흐름과 맞물려 있다. 유럽 각지에서 국방비 증액과 교육·복지예산 축소, 주거비·생활비 급등 등 사회 전반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영국·벨기에·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스웨덴 등 7개국 인권·노동단체 활동가들은 오는 20일 재무장과 군사비 확대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우자, 그들의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수업 거부와 집회, 행진 등을 벌일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