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무로 짓는데 불나면요?"…국내 1호 목조 아파트 미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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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무로 아파트를 짓는다길래 불날까 봐 겁부터 났어요. 근데 TV 보니까 불나면 철골은 그냥 녹아서 내려앉더라고. 이 나무는 압축해놔서 타는 데 한참 걸린대요. 우리가 밖으로 대피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거지. 나무가 건강에도 좋고 30년 넘게 살던 내 집터라 18가구뿐인 목조 아파트라길래 얼른 손들었어요. 우리나라 최초라니까 이 동네 랜드마크가 될 것 같아요."
4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김정자(80)씨는 이날 문을 연 국내 최초 고층 목조 아파트 시험동(목업)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설계를 맡은 구자균 간삼건축 본부장은 "해외에서는 불이 난 부분만 잘라내고 새 목재 부재로 갈아끼우기도 한다"며 "시험동을 지어보고 다시 해체하며 얻은 데이터를 본설계에 반영해 최소 50년 이상 견디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2022년 광주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붕괴 사고를 본 뒤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탈현장 조립 공법을 찾았고, 연간 20만가구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130가구 나 홀로 단지가 눈에 띄려면 국내 최초라는 상징성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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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강도에 무게는 5분의 1
바코드 찍어 3일에 한 층씩 조립
겉면 숯으로 변해 불길 막아
외단열·히트펌프로 냉난방비 최소화
내년 5월 일반분양 나서
"처음엔 나무로 아파트를 짓는다길래 불날까 봐 겁부터 났어요. 근데 TV 보니까 불나면 철골은 그냥 녹아서 내려앉더라고. 이 나무는 압축해놔서 타는 데 한참 걸린대요. 우리가 밖으로 대피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거지. 나무가 건강에도 좋고 30년 넘게 살던 내 집터라 18가구뿐인 목조 아파트라길래 얼른 손들었어요. 우리나라 최초라니까 이 동네 랜드마크가 될 것 같아요."
4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김정자(80)씨는 이날 문을 연 국내 최초 고층 목조 아파트 시험동(목업)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는 대지면적 5097㎡에 지하 3층~지상 20층, 3개 동, 총 130가구 규모 '커먼즈 종암'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공사 브랜드를 빌리는 대신 주민 조합이 국내 정비사업 최초로 직접 만든 아파트 브랜드 '커먼즈(공동자산이라는 뜻)'에 동네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9월 착공해 현재 지하층과 일반 가구 등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30가구 중 목조로 짓는 18가구(전용면적 95㎡)는 지상 4층 바닥까지 철근콘크리트로 올린 뒤 내년 5월부터 그 위에 10~13개 층을 목재로 쌓아 올릴 예정이다.

이날 공개한 지상 2층 규모 시험동은 본공사에 앞서 콘크리트와 목재의 접합, 차음, 내화 성능을 사전 검증하려고 지은 실물 모형이다. 조합은 내년 5월 목재 본조립과 함께 일반분양에 나서며 2028년 6월 준공과 동시에 입주 및 사회적협동조합 운영을 시작한다.
설계 협업사인 스웨덴 스웨코(SWECO)는 이미 유럽에서 검증된 공법이라며 시험동 건립이 불필요하다고 봤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도면만으로는 알 수 없는 배관, 배선, 접합 시공법을 직접 손으로 익혀야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시험동을 세웠다.
설계를 맡은 구자균 간삼건축 본부장은 "해외에서는 불이 난 부분만 잘라내고 새 목재 부재로 갈아끼우기도 한다"며 "시험동을 지어보고 다시 해체하며 얻은 데이터를 본설계에 반영해 최소 50년 이상 견디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목조 아파트 18가구 가운데 원주민 조합원 몫을 뺀 일반분양 물량은 10가구 안팎으로, 조합원 분양 변경 절차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다. 일반분양가는 인근 길음역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110% 수준인 3.3㎡당 4600만원 안팎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목조 가구 공급 면적인 전용 95㎡ 기준으로 계산하면 예상 분양가는 17억4800만원 수준이다.
길음역 일대 대단지 전용 84㎡ 최근 거래가보다는 1억6200만~1억8200만원 낮다. 롯데캐슬클라시아 84㎡는 지난 9월 19억3000만원에 팔렸다.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는 지난 8월 19억1000만원이었다.

나무로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강도와 화재에 대한 우려부터 뒤따른다. 이 아파트는 오스트리아산 가문비나무 판재를 가로세로 엇갈려 쌓은 뒤 강하게 압축한 특수 목재(CLT·직교집성판)로 짓는다. 시험동에 드러난 목재 단면은 성인 손바닥 한 뼘 두께로 겹겹이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이 목재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버티는 강도는 24㎫(메가파스칼·1㎠ 넓이가 약 240㎏ 무게를 견디는 힘)이다. 일반 20층 아파트를 지을 때 쓰는 콘크리트 강도와 같다.
반면 무게는 1㎡당 490㎏으로 콘크리트(2.4t)의 5분의 1 수준이어서 지진이 나도 건물이 받는 충격이 작다. 화재 시 철골 기둥은 고온에 노출되면 급격히 녹아 휘어지지만, 두꺼운 압축 목재는 겉면이 숯으로 변해 불길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는다. 불이 붙어도 1분에 0.53㎜씩 천천히 타들어 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목재와 석고보드를 결합한 벽체가 불에 얼마나 버티는지 별도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보미건설의 이영준 현장소장은 "두께 140~200㎜ 목재 자체로도 버티는 힘이 있는 데다 법적 기준인 두 겹보다 많은 세 겹의 내화석고보드(두께 19㎜)를 덧대 2시간 내화 기준을 충족했다"고 했다.
아파트 고질병인 층간소음과 벽간소음도 잡았다. 가구 간 벽체는 석고보드 사이에 돌을 녹여 뽑아낸 흡음재(미네랄울)를 채워 넣었다. 최대 58㏈ 크기의 소리를 차단해 옆집 대화나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최고 등급(우수)을 받았다.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정도를 재는 바닥 충격음은 법적 기준(49㏈ 이하)보다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시험동 2층 방 3곳에 서로 다른 소음 저감 자재를 깔았다. 국립산림과학원 시험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원의 데이터 검토를 거쳐 가장 조용한 자재를 최종 채택할 예정이다.
목재 판재는 핀란드 스토라엔소의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3차원 설계(BIM) 도면에 맞춰 콘센트와 배관 구멍까지 정밀 가공해 들여온다. 현장에서는 나무를 자르거나 깎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자재 바코드를 찍어 위치를 확인한 뒤 작업자 6~8명이 2~3일에 한 층씩 레고처럼 조립한다.

소규모 조합이 국내 첫 목조 아파트를 택한 건 대단지 위주인 분양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조합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나 신탁사 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 융자와 본사업비 보증만으로 사업을 직접 이끈다. 대신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과 손잡고 설계 단계부터 사전 시뮬레이션(프리콘)과 설계 경제성 검토(VE)를 적용해 공정 간 간섭을 줄이고 원가를 관리하고 있다.
2022년 광주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붕괴 사고를 본 뒤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탈현장 조립 공법을 찾았고, 연간 20만가구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130가구 나 홀로 단지가 눈에 띄려면 국내 최초라는 상징성이 필요했다.
다만 초기 공사비는 철근콘크리트 방식보다 오히려 늘었다. 처음부터 단지 전체를 목조로 설계했다면 공사 기간을 30%가량 줄여 금융비를 아꼈겠지만, 콘크리트 인허가를 받은 뒤 중간에 18가구만 변경한 데다 유럽산 목재와 이탈리아산 특수 나사못을 전량 수입하면서 환율 상승 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대신 조합은 입주 후 내는 관리비와 공간 운영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집 안쪽에만 단열재를 붙여 모서리마다 열이 새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130가구 건물 바깥쪽 전체를 단열재로 감쌌다. 여기에 틈새 바람을 막는 3중 창호와 실내 열기를 보존하는 환기장치를 달았다. 연간 바닥면적 1㎡를 난방하는 데 쓰는 에너지는 등유 6ℓ 이하로, 일반 아파트(12~15ℓ)의 절반 수준이다. 집집마다 두던 가스보일러와 가스관도 없앴다. 그 대신 바깥 공기에서 열을 뽑아내는 대형 전기 냉난방 장치(공기열 히트펌프)를 단지에 설치해 모든 가구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외부인 출입을 막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지하 1층 어린이집, 도서관, 공유주방, 마을상점과 개운산 공원 연결 통로를 동네 주민에게 모두 개방한다. 입주 후 주민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이 시설들을 직접 운영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낮출 계획이다.
이원형 조합장은 "나무 자체가 고성능 단열재여서 입주자 체온과 가전제품 열기만으로도 온기가 유지돼 냉난방 관리비는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간 조합이 공사비 상승을 감수하며 저탄소 건축 실험에 나섰지만 국내 제도와 공공의 뒷받침은 더디다.
유럽은 화재 시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기준만 충족하면 실내에 나무를 노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화재 시에도 나무가 원래 두께와 강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석고보드로 감싸게 해, 정작 목조 아파트인데도 거실 한쪽 벽면을 빼면 실내에서 나무를 볼 수 없다.
또 보온병처럼 건물 열 손실을 막고 고효율 전기 설비로 에너지 소비를 절반 이하로 줄였는데도 제로에너지건축물 등급은 최저등급조차 받지 못한다. 현행 평가 제도가 건물 자체의 단열 성능보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얼마나 많이 깔았는지를 위주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국내에 선례가 없는 첫 시도이다 보니 정부나 관련 연구기관에 기술 협력을 제안해도 혹시 문제가 생길까 봐 참여를 주저해 아쉽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건물을 지어 실증 데이터를 만들어내면 제도와 기술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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