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했다지만… 퇴직연금 개편, 가입자 의견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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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퇴직연금 개편을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내세웠지만 정작 노후자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퇴직금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가입자의 실질적인 선택권과 신뢰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기금형은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 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정부안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기금형을 적용하고 한 사업장에서 계약형과 기금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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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손실 가입자 몫 “선택 필요”
선택권 보장·기관 신뢰 확보 관건

정부가 퇴직연금 개편을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내세웠지만 정작 노후자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퇴직금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가입자의 실질적인 선택권과 신뢰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발표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은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을 병행하는 것이 골자다. 기금형은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 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지식이나 시간이 부족한 근로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노후자금을 직접 관리하려는 가입자에게는 운용 권한을 맡기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정당성으로 노사정 합의를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약 3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 2월 6일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노사정뿐 아니라 청년과 전문가도 참여해 기금형 활성화와 단계적 사외적립 의무화 등에 뜻을 모았다.
당시 합의는 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에 관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운용 방식과 가입자 보호 장치 등은 이후 실무작업반에서 논의됐다. 정부의 의견수렴도 금융업권과 사업장 중심이었다. 지난 3월 퇴직연금사업자 등 약 200명이 참석한 업무설명회가 열렸고,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곳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됐다. 그러나 사업자의 요구나 사업장의 부담을 파악하는 것과 가입자의 운용 선호를 확인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개인의 노후자금인 만큼 운용 방식에 대한 가입자의 의사가 중요하다. 전문기관에 맡기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운용하려는 사람도 있다. 기금형 도입 과정에서 서로 다른 요구를 반영하고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관건인 이유다.
정부안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기금형을 적용하고 한 사업장에서 계약형과 기금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입자가 수익률과 손실 위험, 수수료 등을 비교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기관에 맡긴다고 투자 위험까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기금형의 수익과 손실은 가입자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신뢰를 확보하려면 수탁법인의 전문성, 독립성, 내부통제 체계를 엄격하게 검증하고 운용기관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4일 “기금 운용에 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을 갖춘 10곳 안팎의 기관을 선별하고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등 인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자가 수익률 과대광고에 나서면 출혈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단기 성과를 앞세운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공적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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