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스태프로, 동생은 선수로…KS에서 재회한 ‘김지찬 브라더스’

고봉준 2026. 11. 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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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대구 삼성-KT전을 마치고 사진을 찍은 김지찬(오른쪽)과 김준혁. 동생 김지찬은 삼성 선수로, 형 김준혁은 KT 훈련보조원으로 이번 한국시리즈를 함께하고 있다. 사진 KT 위즈

동생은 프로야구 역대 최단신(1m63㎝) 선수다. 남들은 “1군 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는 체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발 더 뛰고, 한 뼘 더 노력했다. 단점은 무기가 됐고, 어엿한 국가대표 단골손님으로 도약했다. 동생보다 2㎝가 큰 형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었다. 재능을 미처 꽃피우지 못해 일찌감치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그래도 정든 그라운드를 쉽게 떠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현장 스태프로 또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가 맞붙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는 특별한 스토리를 지닌 형제가 있다. 바로 삼성 외야수 김지찬(25)과 KT 훈련보조원 김준혁(27) 형제다. 입은 유니폼은 다르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큰 형제를 KS 1차전이 열린 지난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체격과 이목구비 모두 닮은 둘은 초등학교 때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형이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이 3학년 때 이천시 리틀야구단 선수가 됐다. 김지찬은 “사실 나는 야구를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형이 아버지를 따라 먼저 야구를 시작했고, 나도 못 이기는 척 따라하게 됐다”고 기억한다. 김준혁은 “동생과 초중고를 함께 나왔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우리 형제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 특히 동생은 어릴 적부터 말썽 피우지 않는 착한 선수였다”고 웃었다.

2년 터울의 형제는 라온고에서 키스톤 콤비로도 활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은 재능을 높게 평가받지 못해 대학교(건국대)로 진학했다. 이와 달리 동생은 2020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삼성의 2라운드 선택을 받았다. 데뷔하면서는 삼성 동료 김성윤과 함께 프로야구 역대 최단신 선수로 주목을 끌었다. 키는 크지 않아도 공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일찌감치 주전 자리도 확보했다. 이제는 국가대표 외야수를 뽑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김지찬이다.

그 사이 형은 건국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군 복무를 마쳤다. 김준혁은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야구와의 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구단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던 중 올해부터 KT 2군 스태프를 맡게 됐다”고 했다. 처음 업무는 전력분석원이었던 김준혁. 그런데 배팅볼을 잘 던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임무가 바뀌었다. 소위 말해 ‘쫀쫀한’ 공을 던진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9월부터는 1군으로 승격했고, 이번 KS까지 동행하게 됐다.

그리고 운명처럼 삼성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KS로 올라왔다. 형제의 재회. “부모님께선 동생이 뛰는 삼성을 응원하실 것 같다”며 웃은 김준혁은 “선수와 선수로 맞붙지는 않지만 이렇게 만나서 신기하다. 동생이 자주 다쳐 걱정이 컸는데 이번 KS에선 다치지 않고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3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잠시 만난 김지찬(오른쪽)과 김준혁. 고봉준 기자

둘의 만남은 현장에서도 화제다. KT 선수들은 김준혁이 지나갈 때마다 “김지찬 만나고 왔느냐”며 애정 어린 핀잔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김준혁은 수줍은 미소만 지으며 시선을 회피한다.

동생에게도 형과의 맞대결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다만 선수 대 선수로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김지찬은 “형이 라온고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우리 학교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낙 신생(2016년 창단) 야구부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야구를 잘했던 형이 왜 지명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느낌이다. 지금이었으면 선수로 뛰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비록 같은 유니폼은 입지 않지만, 형이 구단 스태프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선수로서도 워낙 착실했던 만큼 현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수원=고봉준 기자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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