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야기] 남편이 출장을 왔다, 집으로

김지호 2026. 11. 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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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월요일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남편이 평일 아침인데도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각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는데, 남편의 생활 방식이 포개지면서 조금씩 어긋났다.

집에 오자마자 어김없이 채널 주도권을 두고 딸과 옥신각신하는 남편,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새벽 집을 나서는 남편 뒷모습에 문득 허전함으로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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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부 여자 이야기] 평일 루틴은 깨졌지만 부부의 자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지호 기자]

남편 없는 평일

보통 평일 오후 7시가 되면 집에는 조용한 정적이 흐른다. 딸은 운동하러 가고, 아들은 친구들과 축구하러 가는 시간이다. 퇴근 후 대충 저녁 거리를 챙겨두고,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에 미처 치우지 못한 집안일을 정리하고 나면 식탁에 가만히 앉아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책을 펼치기도 하고, 글을 끄적이다 보면, 운동을 마친 딸이 돌아온다. 딸은 식탁 주위를 맴돌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친구 이야기를 꺼내며 너스레를 떤다. 눈이 자꾸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딸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엄마, 내 말 안 듣고 있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눈길은 자꾸 노트북으로 향한다. 그렇게 딸과 대화를 마무리할 때쯤, 거칠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소란스럽게 아들이 들어온다.

"엄마, 밥! 밥!"
"일찍 들어와서 같이 밥 먹자고 했지?"
"엄마 반찬 뭐야? 고기 있어?"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냉장고를 열고 배고픔만 호소하는 아들. 눈 한번 흘기고 먹고 싶다는 고기를 구워 밥을 챙겨주면, 그걸 또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이런저런 질문을 하게 된다. 딱히 아들 대답을 듣고 싶어 묻는 말은 아니다.

"맛있어? 천천히 먹어, 고기 더 줄까?"
"엄마, 물."
"그 정도는 네가 챙겨 먹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은 이미 물컵을 찾고 있다. 그렇게 아들 저녁까지 먹고 정리하면 어느덧 밤 10시가 넘는다. 하루를 마무리 하고 각자 휴식을 취할 때면, 나는 다시 식탁에 놓인 노트북 앞에 앉는다. 항상 느끼지만, 쉽게 식탁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다 눈이 감기고 피로가 몰려오면 잠깐 졸음을 이겨내려 애쓰다 고개가 자꾸 앞으로 떨어지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트북 전원을 끈다.

남편이 없는 평일, 너무도 평범한 우리 집의 일상이다. 중간중간 허물 벗듯 옷을 벗어 던지고, 양말을 뒤집어 놓는 아들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일도 신기할 정도로 매일 반복이다.
▲ 거실 식탁에 앉아 글을 쓰면, 온 집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 김지호
"아들... 제발 옷 좀 세탁기에 넣자, 그리고 옷 좀 입어."
"아, 네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좀"
"엄마 나는 세탁기에 넣었어, 근데 쟤는 왜 맨날 웃통을 벗고 있어, 윽 싫다."

딸의 팩폭이 이어지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녀석과 복작거리다 보면 생각보다 금요일은 빨리 온다. 금요일 밤엔 대전에서 남편이 올라온다. 남편의 도착 시간에 맞춰 저녁 메뉴와 아이들 일정, 그리고 매일 똑같지만 내 시간도 조율하기 위해 남편에게 전화한다. 평일 느슨했던 몸에 허리띠를 짱짱히 졸라매듯 마음에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남편 있는 평일

월요일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남편이 평일 아침인데도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있다. 어색했다. 급하게 밥을 하고 고기라도 구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남편은 출장중이다. 지난주 금요일 상기 된 남편 목소리가 떠오른다.

"여보, 나 2주 출장이야. 하하, 출장지가 서울인데 숙소는 우리 집!"

그렇게 시작된 남편의 서울 출장은 우리에게 작은 잡음을 가져왔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각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는데, 남편의 생활 방식이 포개지면서 조금씩 어긋났다. 밤 늦게까지 켜져 있는 불, 새벽 거실에 울려 퍼지는 뉴스 소리, 조용했던 집은 어느새 시끌벅적해졌다.

"아빠, 너무 더워 보일러 끄면 안 돼?"
"잠깐이라도 보일러 틀어야지, 움츠르면 병 생겨."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은 덥다고 거실 창문을 열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은 열려있는 거실 문을 닫고, 보일러까지 야무지게 튼다. 밤 10시 각자 휴식을 취했던 시간에 산책하고, 출출함에 식당을 찾았다.

"여보 산책 가자, 그렇게 계속 앉아만 있으면 안 돼."
"출출한데 야식 먹으러 갈까?"

"아들 어디야, 얼른 와 치킨 먹으러 가자."
"딸, 그만 누워 있어, 운동 안 가냐?"
"갈 거야~ 내가 알아서 해."
▲ 야식의 최고봉 치맥, 난 안 먹어! 굳게 다짐하지만, 어느새 맥주까지 세팅되어 있다.
ⓒ 김지호
시시콜콜하게 남편의 잔소리가 이어지면, 매일 소파를 독차지하고 누워있던 딸은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집에서 대장 노릇 하던 아들은 얌전한 새끼 고양이가 되었다.

그렇게 평일 아이들과 나의 패턴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잦은 야식과 폭식으로 부쩍 살이 오르기 시작해서,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의자에 앉아 있어서 살이 쪘다고, 오히려 더 자주 산책을 나가자고 졸랐다.

매일 저녁 혼자 부엌과 세탁실, 거실과 안방을 유령처럼 바쁘게 오갔는데, 남편이 있는 동안 세탁기가 돌아가고, 건조기에 있던 빨래가 내 손을 거치지 않고도 정리되어 있었다. 며칠 남편의 자리가 손님처럼 낯설고, 어색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남편도 나처럼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행인 건, 어색하고, 낯선 시간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보내면서 각자의 생활에 적응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서로의 자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출장이 끝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간 남편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여보, 당신 대전 돌아가고 나 2kg 빠졌어."
"뭐야, 나 이제 서울 올라오지 말라는 거야?"

남편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주말.

"아빠, TV 소리 좀 줄여."
"싫어, 안 들려."

집에 오자마자 어김없이 채널 주도권을 두고 딸과 옥신각신하는 남편,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새벽 집을 나서는 남편 뒷모습에 문득 허전함으로 밀려왔다. 주중에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남편의 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멀리 있어도 늘 그 공간, 남편과 아빠로서의 자리는 묵묵히 존재하고 있었다. 남편이 서울로 복귀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여전히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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