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속 전통 제조업은 정체… K양극화 갈수록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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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란 금자탑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올해 전체 수출의 40%를 웃도는 반도체를 걷어내고 보면 산업별 체감온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은 총 93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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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뺀 수출 증가율 20.2% 그쳐
AI 밸류체인·K소비재도 견인 한몫
車·가전 등 주력 산업 체질 개선 시급

한국 수출이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란 금자탑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올해 전체 수출의 40%를 웃도는 반도체를 걷어내고 보면 산업별 체감온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반도체 외에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전력기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품목과 K소비재는 약진이 눈에 띈다. 반면 자동차·가전·일반기계 등 전통 주력 제조업은 보합권에 머물거나 오히려 뒷걸음질하며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은 총 93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수출 1조 클럽’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뺀 한국 수출의 민낯은 어떨까. 외견상으로는 순항 중이다. 지난달 20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그러나 누적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쏠림 현상이 선명하다. 올 1~10월 반도체 수출은 3968억 달러로 193.1% 급증하며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뺀 수출 증가율은 20.2%다. SSD 등 컴퓨터와 중동 전쟁 영향을 받은 석유제품까지 제외하면 증가율은 9.0%에 그친다.
비(非)반도체 수출을 이끌고 있는 것도 AI 밸류체인 관련 품목들이다. 컴퓨터는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로 기업용 SSD 수요가 몰리며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451억 달러)이 1년 전보다 337.8% 늘었다. 변압기·전선·케이블 등 AI발 전력 인프라 수요가 몰린 전기기기는 지난 9월(18억3000만 달러)과 지난달(19억9000만 달러) 잇달아 월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비철금속 수출은 올해 매달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누적 34.8% 늘었다. 무선통신기기도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27.7% 증가했다.

K소비재도 수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화장품은 미국·유럽연합(EU) 등으로 시장을 넓히며 올해 한 달도 빠짐없이 수출이 늘었다. 누적 수출은 126억 달러(33.6%)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14억 달러)을 넘어섰다. 바이오헬스는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액 15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2.9% 늘었다. 농수산식품(108억 달러)은 라면·음료 등 가공식품 인기에 힘입어 6.1% 증가했다.
‘가격 착시’를 보이는 품목도 있다. 석유제품(50.1%)과 석유화학(8.5%)은 지난 3월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장기화한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뛰면서 수출금액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물량은 각각 7.5%, 6.8% 줄었다. 석유제품은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 석유화학은 정기보수 등에 따른 설비가동률 하락이 수출물량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 경제의 허리를 지탱해 온 전통 제조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10월 자동차 수출은 58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지난달에는 조업일수 증가와 하이브리드·전기차 호조로 18.1% 반등했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중고차 수출이 반토막(-52.2%) 나는 등 누적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전은 9.0% 감소하며 20대 주력 수출품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상반기 부진했던 일반기계(0.6%), 철강(2.2%), 섬유류(2.4%)도 지난달 반등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2%대 이하 성장에 머물렀다.
수출 1조 달러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퍼지려면 주력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수출 다변화, 통상 리스크 대처 능력 강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좋은 실적이 상당 부분 가격 효과에 기인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무역수지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전망에만 도취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수출 정체를 겪는 독일·일본 등 전통 제조업 강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진단도 이어진다. 권일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자원분석과장은 “독일은 디지털 전환, 일본은 인구 절벽과 구조개혁 실기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하락했다”며 “한국 경제도 반도체 편중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 통상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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