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쿼드와 ‘혁명의 춤’

젊은 세대가 주축인 소극장 연극이나 스타시스템의 대형 연극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간혹 중량감 있는 제작이 그립다. 마침 대학로극장 쿼드가 관록 있는 연출가들의 문제작을 연이어 소개하며 연극의 진로를 점검하는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를 기획했다.
연출가 김아라·김광보의 작품에 이어 지금 공연하는 작품은 한국 최고령 연출가이자 한평생 실험극을 지지했던 김우옥의 작품이다. 그가 구조주의 연극 작품인 마이클 커비의 ‘혁명의 춤’을 선택, 쿼드의 질문에 답한다.
‘혁명의 춤’은 1976년 뉴욕에서 커비의 연출로 초연했던 작품이다. 68혁명과 베트남전으로 들끓던 시대를 반영하듯 제목에 ‘혁명’이 들어가지만 서늘한 혁명이었다. 커비는 현실정치의 설교장이 되어가던 당대 연극을 경계했고, 연극만의 고유한 형식미를 강조했다.
![[사진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4/joongang/20261104000944698nvfv.jpg)
심지어 희곡을 재현하는 전통적 연극조차 거부하고 연극의 순수한 정체성을 찾아 연극사를 뒤적였고, 희곡의 문학성에 구애받지 않는 구조주의 연극을 창안했다. 그의 연극엔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 소리와 침묵, 행위자들의 존재와 움직임, 몇 마디의 대사가 패턴처럼 변주되며 구조를 만들고, ‘혁명의 춤’도 그런 작품이다. 비유하자면 몬드리안의 그림이 인물과 풍경을 재현하지 않고 선과 색채로만 운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뉴욕 초연 당시 미국에서 실험극을 공부하던 김우옥은 ‘혁명의 춤’에 배우로 출연했고 한국에 돌아와 실험극을 가르치고 1981년에는 자신의 연출로 ‘혁명의 춤’을 선보였다. 몰이해와 냉담한 반응이 주류였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구조주의 연극을 연출했고, 시대에 맞는 요소들을 고민하며 변주를 시도했다. 이번 공연에선 집단의 에너지가 강화되었다.
초연 후 반세기가 지난 무대에 이제 관객들은 호기심을 갖고 반응한다. 문학적 구체성을 생략한 무대지만 관객들의 머릿속에선 저마다의 혁명의 이미지가 구축되는 눈치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진화하는 텍스트 옆에 진화하는 관객이 있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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