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마벨·기술력 높인 CXMT… 태풍일까 미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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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추격자'들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을 꾀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는 154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들었고,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기록적인 실적과 기술 성과를 과시하고 나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XMT가 중국 반도체 자립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 개발 성과를 더욱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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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벨, 루멘텀 154조에 인수
몸값 과평가… 수익성 의문에 주가↓
CXMT, 차세대 D램 기술 개발
양산 물음표… 중장기적 경계 시각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추격자’들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을 꾀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는 154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들었고,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기록적인 실적과 기술 성과를 과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거나 냉담한 상황이다. 무리한 인수 비용과 검증되지 않은 양산 경쟁력 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당장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2위 업체인 마벨은 2일(현지시간) 광학 부품 업체 루멘텀을 기업가치 1150억 달러(약 154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스페이스X와 xAI 합병에 이어 글로벌 테크 업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거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며, 루멘텀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마벨 보통주 4.5주를 받게 된다. 합병회사 지분은 마벨 주주가 약 67%, 루멘텀 주주가 약 33% 보유한다. 양사는 2028년 상반기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마벨의 포석은 명확하다. 기존의 ASIC 및 데이터센터용 통신 반도체 설계 역량에 루멘텀의 광통신 기술을 결합,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M&A 성사 시 기존 ASIC 시장 선두주자인 브로드컴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인수 가격이 문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거래에서 루멘텀의 기업가치가 향후 12개월 예상 핵심 영업이익의 33배로 평가됐으며, 동종업계 중간값(약 16배)의 두 배를 웃돈다고 전했다. 액셀 루돌프 IG그룹 수석 기술 분석가는 “마벨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위험을 떠안는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마벨 주가는 12.7%, 루멘텀은 18.6% 급락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벨은 ASIC 시장 2위지만 점유율은 약 15% 수준으로 브로드컴(70% 이상)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데이터센터용 인터커넥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CXMT가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CXMT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187억 위안(약 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급증했다. 순이익은 544억 위안(약 11조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해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은 세계 4위인 10%로, 전년 동기(4%)의 두 배를 넘어섰다.
기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CXMT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저전력 D램인 LPDDR6 공식 양산 선언을 내놨으며 연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제한적인 생산도 추진 중이다. 메모리 셀 면적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4F²(포에프스퀘어) 구조 D램 시제품도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CXMT가 과시하는 기술력과 실제 양산 경쟁력 사이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안정적인 대량 생산과 수익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지난달 28일 CXMT의 HBM3E 생산 수율이 20~30% 수준으로, SK하이닉스(약 70%)와 큰 격차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XMT가 중국 반도체 자립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 개발 성과를 더욱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메모리 업체의 중장기적인 추격 가능성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기술 격차는 3~5년 수준으로 보지만 미래형 기술,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에서는 거의 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자신감을 얻은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당장 이득 나누기에 집중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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