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굴레 끊으려면 소녀들을 가르쳐라”

전민구 2026. 11.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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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출신의 앤절린 무리미르와 캠페드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3일 고려대 강연에서 아프리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교육에서 배제된 소녀는 사회적 의사결정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앤절린 무리미르와(46) 국제여아교육단체 캠페드 인터내셔널(캠페드) 최고경영자(CEO)는 3일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아프리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소녀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면 성인이 된 뒤에도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이 “개인의 삶을 바꾸는 수단을 넘어 빈곤과 성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를 확산하는 토대”라고 했다.

아프리카 국가 짐바브웨 출신인 무리미르와 CEO는 강연에서 농촌 지역 여학생들이 마주한 열악한 교육 현실을 소개했다. 그는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프리카 농촌 여학생 가운데 최대 95%가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지 못한다”며 “빈곤뿐만 아니라 학교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통학 여건, 가사·돌봄 노동, 각종 용품 부족 등이 교육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 또한 열악한 여건에 학업을 마치지 못할 뻔 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했고 그 역시 가정 형편 때문에 중등교육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캠페드 지원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무리미르와 CEO는 교육에서 배제되는 경험이 소녀들에게 남기는 심리적 상처에도 주목했다. 그는 “교육에서 배제된 아이가 받아들이게 되는 메시지는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그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소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성장하고 번영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면 졸업장 하나를 쥐여 준 뒤 모든 것이 여전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잠비아 시왕간두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앤절린 무리미르와. [사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 같은 문제의식은 캠페드의 사업 모델에도 반영돼 있다. 1993년 짐바브웨 농촌 지역 여학생 32명의 중등교육을 지원하며 출발한 캠페드는 교육비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통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왔다. 학생들에게 교복과 공책, 생리용품 등을 제공하는 한편 학생 안전과 복지를 살핀다. 조혼 문제 등에도 대응 중이다. 현재는 가나·말라위·탄자니아·잠비아·케냐 등 주변 5개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으며 지난해까지 약 930만 명의 아동 교육을 지원했다. 캠페드는 무리미르와 CEO와 함께 지난 2일 제18회 서울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무리미르와 CEO는 교육 지원의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일을 결정하지 말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교육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지원 사업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친 여성들이 후배 세대의 학업을 돕고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도 캠페드 모델의 핵심이다. 캠페드의 지원으로 교육받은 여성들의 네트워크인 ‘캠페드 어소시에이션’은 현재 35만5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 기회를 다음 세대에 돌려주고 있다. 무리미르와 CEO는 “회원의 41%가 교육 시스템과 지역사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무리미르와 CEO는 여성 교육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할 때 여성 교육이 캠페드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이익이 되는 ‘윈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다.

전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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