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가락시장 땅에 아파트 짓자” 다시 커지는 목소리

양민철 2026. 11. 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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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자." 이런 주장이 농민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락시장은 전국 공영도매시장 물량의 3분의 1을 소화하는 대형 도매시장이다.

가락시장 부지는 약 54만㎡(16만4000평)로, 인근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대지 34만6570㎡·9510가구)의 약 1.6배에 달한다.

2001년 가락시장 이전론이 불거졌을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외곽 이전 대신 현 부지 재건축을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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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송파구 54만㎡, 헬리오시티 1.6배
2009년 시작한 현대화 사업 지연
“수도권 외곽에 스마트 시장 조성”
막대한 이전비·대체부지 확보 난제

“서울 가락시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자.” 이런 주장이 농민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락시장은 전국 공영도매시장 물량의 3분의 1을 소화하는 대형 도매시장이다. 농민단체는 2009년 시작된 가락시장 재건축(시설 현대화) 사업이 지연되는 데다 교통 혼잡과 낡은 유통 인프라의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장을 수도권 외곽으로 옮기고 송파구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자는 구상도 담겼다. 1985년 문을 연 뒤 40년 넘게 전국 농산물 가격의 기준을 형성해 온 가락시장을 옮기자는 주장은 왜 지금 다시 불거졌을까.

불을 지핀 건 농민단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최근 성명을 내고 “가락시장 현대화 공사가 길어지면서 출하 차량의 하차 대기시간이 늘고 물류비 부담이 출하자와 유통 종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락시장을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고, 그곳에 첨단 스마트 도매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범진 한농연 정책조정실장은 2일 “현대화 사업이 더디다 보니 농민들이 겪는 불편이 크다”며 “차라리 외곽에 시장을 새로 짓고 현 부지에는 주택을 공급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고민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에서 “현재 추진 중인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시장 이전을 포함한 근본적 유통구조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락시장의 오프라인 경매 기능을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해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론의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시설 현대화 사업에 대한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영업을 유지하면서 낡은 건물을 차례로 허물고 새로 짓는 ‘순환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2009년 6830억원으로 출발한 사업비는 현재 1조276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완공 시점도 2031년 이후로 밀렸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총사업비의 40%인 5107억원을 국고융자로 조달하고, 2051년까지 원리금 7115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공사가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업비 부담과 시장 이용자들의 불편이 누적되는 구조다.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도 이전론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수도권 인구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늘면서 서울의 역할은 도매 거점보다 소비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농산물 경매는 물건을 실제 시장에 반입하는 ‘상물일치’ 원칙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전남 해남 배추나 강원 강릉 여름배추 등을 가락시장으로 운송해 경매한 뒤 경기도 외곽 가공시설이나 지방으로 다시 보내는 ‘역물류’가 발생하는 이유다.

서울 도심에 화물차와 농산물 물량이 집중되면서 교통 혼잡과 환경 문제를 둘러싼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은 “배추 값이 폭등했다가 폭락해 산지에서 갈아엎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결국 도매시장의 높은 물류비와 유통비 때문”이라며 “외곽의 넓은 부지로 이전하면 농산물 가격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론이 힘을 받는 진짜 이유는 ‘가락시장 땅의 가치’라는 해석도 있다. 농민단체는 시장 부지를 공공주택과 주거복합단지로 개발하면 서민·청년층의 주거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락시장 부지는 약 54만㎡(16만4000평)로, 인근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대지 34만6570㎡·9510가구)의 약 1.6배에 달한다. 헬리오시티와 같은 밀도로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1만48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정부가 1·29 공급대책에서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 등에 계획한 9800가구보다 많은 물량을 강남권 한복판에 지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다. 현대화 사업을 중단하면 이미 투입된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매몰비용으로 남을 수 있다. 수도권 외곽에 최소 54만㎡ 이상의 대체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 새 시장이 들어설 때까지 기존 도매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풀어야 한다. 2001년 가락시장 이전론이 불거졌을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외곽 이전 대신 현 부지 재건축을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도는 2001년 츠키지시장 이전을 확정했지만 새 도요스시장을 개장한 건 17년 뒤인 2018년이었다. 이전에 투입된 총사업비만 4521억엔(약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과천 경마장 이전 역시 부지 확보까지 최소 6년 6개월, 전체 이전 완료까지 16년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는 등 난항이 예상된다. 가락시장 이전은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와 서울시·경기도 등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과 관련한 범정부 차원의 검토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거래제도 개편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4년 기준 전국 공영도매시장 청과물 거래량의 79.6%는 여전히 경매·입찰 방식으로 거래된다. 실물을 시장에 반입하는 상물일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장소만 옮겨서는 물류 효율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가격을 결정하는 큰 시장은 외곽에 짓고, 지금의 가락시장은 배송·포장 전문 물류센터로 남긴 뒤 나머지 부지를 활용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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