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

오래전 베트남에 살았을 때의 일이다. 베트남인 친구와 그녀의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 빵집에 갔다.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듣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일어서려는데, 친구가 아이들에게 어지럽혀 놓은 테이블을 치우게 했다. 그러자 초등학생인 둘째가 엄마에게 투덜거린다.
“다른 사람들은 안 치우고 그냥 가는데, 왜 우리는 치우라고 해요?”
친구는 아이들에게 한국 여행에서 보았던 모습을 상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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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변화는 작은 일로부터
하루하루 자연이 저절로 물들 듯
작은 실천은 나부터 시작해야
」

“한국에서 자기 앉은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던 모습, 기억하지?”
“한국은 한국이고, 우리는 우리지. 아무도 안 치우는데 우리가 치운다고 한국처럼 되나요?”
“우리가 먼저 하면, 우리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따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계속해 나가다 보면 우리나라도 변하게 될 거야.”
친구는 한국 여행 중 자기가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정돈하고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리고, 원불교에서 “저 큰 바다의 물도 작은 방울 물이 합하여 이룬 것이요, 산야의 대지도 작은 먼지의 합한 것이며, 제불 제성의 대과를 이룬 것도 형상 없고 보이지도 않는 마음 적공(積功)을 합하여 이룬 것이니, 큰 공부에 뜻하고 큰일을 착수한 사람은 먼저 마땅히 작은 일부터 공을 쌓기 시작하여야 되나니라” 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접하고, 아무리 작은 변화일지라도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먼저 실천하겠다’ 마음먹었다고 했다.
친구가 아이들 훈육하는 모습을 보며, 1980년대 말 첫 해외여행으로 갔었던 일본에서 받은 충격이 떠올랐다. 당시 일본의 길거리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볼 수 없었고, 특히 재래시장의 깨끗한 바닥을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그 무렵의 우리나라는 길거리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특히 시장 구석구석에 쓰레기가 방치되어 썩은 물이 고이고 냄새를 풍기는 것이 시장 풍경이라고 받아들였던 때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보니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외국인들이 여러모로 감탄하는 나라가 되었다. 특히, 높은 치안 수준, 깨끗한 공공화장실, 카페에 둔 노트북이나 핸드폰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 모습을 두고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들 한다. 돌아보면 이러한 변화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의 구절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모이고 모인 결과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작은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소태산 대종사는 ‘이소성대(以小成大)’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임에도, 남을 평가하고 시비하는 데 바쁘다. 그리고 그 평가와 시비의 대상에서 나는 제외할 때가 많다.
타인의 허물을 보게 될 때나 내 기대와 다른 행동을 마주할 때 곧잘 ‘이 정도는 기본 아니야?’ 하고 묻는다. 직장인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남자라면 등등 상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기본’이라거나 ‘상식’이라는 단어로 상대가 기대에 못 미쳤음을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그 기본과 상식의 기준은 구구단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래서 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일도 아니지만,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 하며 쉽게 포기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눈이 제 눈을 보지 못하고 거울이 제 자체를 비추지 못하듯이 중생은 아상(我相)에 가려 제 허물을 보지 못하고 남의 시비만 보나, 공부인은 자타를 초월하여 자기를 살피므로 자타의 시비를 바르게 아나니라.” 가을이 깊어져 간다. 하루하루 자연이 스스로를 물들이듯, 내 마음과 행동을 먼저 살피고 한 걸음씩 나아가리라.
한진경 원불교 청라교당 더시그넘하우스청라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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