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마비될 정도"... 구룡마을 화재 순간, 긴박한 신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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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살짝 나길래 '어 뭐지' 했는데, 지금 금방 막 불이 집 하나 거의 다 타가네요."
지난 10월 27일 오후 3시 49분 51초 큰불이 덮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최초 신고자의 통화 내용 일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룡마을처럼) 큰 화재가 나면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미 (앞선 신고들로) 알고 출동해 조치하고 있으니 안 하셔도 된다는 차원"이라며 "신고 전화가 동일한 건으로 (몰려서) 들어오면 다른 건 대응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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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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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
| ⓒ 연합뉴스=독자제공 |
지난 10월 27일 오후 3시 49분 51초 큰불이 덮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최초 신고자의 통화 내용 일부다. 맞은편 아파트에서 화재를 목격한 이 신고자는 "구룡마을에 불이 났다" "한 5m 넘게 불이 막 올라온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 측이 '어디서 불이 붙었느냐'고 묻자 신고자는 "그건 잘 안 보이고, 처음에 집 같은 데서 불이 (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가 2일 오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의 당시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 이후 10분 동안 54통의 신고 전화가 쏟아졌다. 당일 오후 7시까지 접수된 신고 전화는 모두 82통이었으며, 신고 전화가 가장 많을 땐 1분에 10통이 몰리기도 했다. 당시 구룡마을의 화재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번째 신고자(오후 3시 51분 41초)는 소방에 건 신고 전화에서 "까만 연기랑... 불의 양은 한 10평에서 15평"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불이) 너무 심하게 커지고 있다", "지금 자꾸 불이 번지고 있는데", "(연기 때문에) 하늘이 꺼먼데(까맣다)"라는 등의 다른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2지구에 있던 한 신고자는 소방에 "빨리 오라"라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화재 상황 보고서상 첫 소방차(선착대)는 오후 3시 53분께 구룡마을에 도착했고, 곧이어 소방은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하지만 그 무렵인 오후 3시 54분 35초 소방에 신고 전화를 건 신고자는 "(소방차) 한 대로 안 될 것 같다. 너무 많이 나 불이"라며 "(소방차) 한 대가 오긴 했는데, 한 대로 안 될 정도다. (불길이) 너무 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이어지자 소방 측은 신고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오후 3시 52분 46초에 신고를 접수한 요원은 "이미 차는 가고 있다"며 "주변에 또 신고하시려는 분 있으면 하지 말아 달라고 좀 (전)해달라"고도 했다.
약 40초 뒤(오후 3시 53분 26초) 걸려 온 신고 전화에서도 소방 요원은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신고를 해서 지금 119가 마비가 될 정도"라며 "주변에 (사람들이) 신고하려고 하면 (신고)하지 말라고 해주시고"라고 재차 말했다.
또한 소방은 또 다른 신고 접수 건(오후 3시 53분 47초)에서 "뭐 보이는 거 있어요? 따로 뭐 살려달라고 하는 사람이라던지", "구해달라는 사람 있는지 없는지 좀... 혹시 뭐 보이는 거 있나요?" 등 인명 피해 상황을 급히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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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이 10월 28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하루 전 발생한 화재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
| ⓒ 이정민 |
이 관계자는 이어 "(구룡마을처럼) 큰 화재가 나면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미 (앞선 신고들로) 알고 출동해 조치하고 있으니 안 하셔도 된다는 차원"이라며 "신고 전화가 동일한 건으로 (몰려서) 들어오면 다른 건 대응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 전화는 화재 당일 오후 7시께에도 계속됐다. 이날 구룡마을 근처에 산다고 밝힌 한 주민이 "집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래(고민이 돼) 가지고"라며 신고 전화로 예상 화재 진압 시각을 묻자 소방 측은 "그건 현장 대원들도 모른다. 계속 불이 꺼졌다가 번졌다, 꺼졌다 번졌다 계속 반복되고 있어가지고"라고 답했다(오후 6시 59분 44초).
구룡마을 화재는 2지구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인근 지구와 구룡산 자락까지 번졌다. 소방은 당시 오후 4시 29분께 대응 2단계, 오후 5시 47분께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당시 소방과 관계 기관 등 인력 1011명이 동원됐다. 헬기 6대도 함께 동원된 끝에 이튿날 오전 4시 39분께 완진이 선언됐다. 이 과정에서 169가구(271명)가 대피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등은 지난 10월 28일과 30일에 이어 11월 2일에도 현장 감식을 벌였으나 발화 추정 범위를 7가구 안팎으로 좁혔을 뿐,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와 목격자를 상대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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