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렌즈에 자동초점 장치를 달았더니, 어라? [나의 오래된 사진 이야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진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전통시장과 주변의 일상을 기록해왔다.
기존 C/Y 마운트 렌즈를 새로운 AF 카메라에 장착하고 자동초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였다.
그런 불편함에도 오래된 수동 렌즈를 자동초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자동초점은 점점 정교해졌고, 사진가의 손으로 이루어지던 일들은 하나둘 카메라의 기능으로 옮겨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전통시장과 주변의 일상을 기록해왔다.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통해 사라져 가는 풍경과 기억, 기록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기자말>
[이재필 기자]
|
|
| ▲ iphone_17촬영 쿄세라270과 야시카 ML28mm |
| ⓒ 이재필 |
그중에서도 콘탁스라는 이름에는 조금 특별한 애정이 있다. 칼 자이스라는 이름 때문인지, 콘탁스 특유의 단정한 디자인 때문인지, 코팅을 상징하는 붉은색 별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이름을 들으면 아련한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콘탁스의 배다른 동생이라고 해야 할까. 쿄세라라는 이름을 가진 카메라다.
|
|
| ▲ 270 AF 촬영 90mm 쿄세라 오래된 담장 너머 무성하게 자란 초록. 익숙한 동네를 걷는 일도 카메라가 달라지면 조금 다른 경험이 된다. |
| ⓒ 이재필 |
야시카는 한때 일본을 대표하던 카메라 제조사로, 독일 칼 자이스와 협력하며 콘탁스 카메라 생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브랜드는 Contax와 Yashica의 앞 글자를 딴 C/Y 마운트를 오랫동안 공유했다.
1983년 교세라에 인수된 이후, 야시카 역시 자동초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1991년 등장한 270 AF는 기존 C/Y 마운트 대신 독자적인 야시카 AF 마운트를 채택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수동 렌즈를 새로운 카메라에 그대로 장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야시카는 흥미로운 해결책을 마련했다. 바로 AF Converter 1.6X였다. 기존 C/Y 마운트 렌즈를 새로운 AF 카메라에 장착하고 자동초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였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이었다.
카메라 자체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문제는 렌즈였다. 쿄세라 AF 전용 렌즈는 중고시장에서 가격이 특별히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용기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AF 컨버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평범한 마운트 어댑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동 렌즈에 자동초점 기능까지 부여하는 어댑터였다.
물론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컨버터를 장착하면 초점거리가 1.6배 길어지고, 최대 개방 조리개도 약 1과 1/3 스톱 어두워진다. 28mm 광각렌즈는 약 45mm의 표준렌즈가 되고, 90mm 렌즈는 144mm 망원렌즈가 되는 셈이다.
|
|
| ▲ 270 AF 촬영 28mm 어두운 유리 너머 붉은 꽃이 피어 있다. 흐릿하게 겹쳐진 반사와 빛, 선명하지 않은 풍경이 오히려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
| ⓒ 이재필 |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카메라와 컨버터를 연결했다. 준비한 렌즈는 탐론 SP 90mm F2.5 매크로, 야시카 ML 28mm, 탐론 70-210mm 줌렌즈였다. 모두 C/Y 마운트를 사용하는 렌즈들이다. 컨버터의 작동 방식은 독특했다. 렌즈의 초점링을 무한대(∞)에 고정하면 렌즈 뒤쪽의 광학계가 앞뒤로 움직이며 자동으로 초점을 맞췄다. 렌즈는 먼 곳을 바라보는데, 그 뒤의 작은 장치가 사진가 대신 초점을 맞추는 셈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예상보다 성능이 좋았다. 최근의 일부 이종 마운트 AF 어댑터와 비교해도 체감 속도가 크게 뒤처지지 않았고, 정적인 피사체를 촬영하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기대했던 탐론 90mm 매크로의 근접 촬영은 어려웠다. 본래 최대 1:2 배율을 지원하는 렌즈지만, 컨버터의 제한적인 초점 조절 범위 때문에 매크로 성능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
|
| ▲ 270 AF 촬영 28mm 가까운 곳의 작은 사물에 초점을 맞추자 뒤편의 골목이 흐려졌다. 수동 렌즈를 자동초점으로 사용하는 독특한 경험과 함께 피사계 심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 이재필 |
컨버터의 작동을 확인한 뒤에는 코닥 컬러플러스 200 필름 한 롤을 카메라에 넣었다. 멀리 떠날 생각은 없었다. 새로운 카메라를 손에 넣으면 늘 그렇듯 익숙한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매일 지나치는 골목이나 늘 보아 오던 건물들이 카메라의 성격을 이해하기에는 더 좋은 피사체가 되곤 했다.
골목을 걷다가 오래된 건물의 벽면에 적힌 글씨와 마주쳤다. '도장 인쇄.' 하얀 벽에 검은색으로 적힌 글씨는 별다른 장식도 없이 단정했다. 그 아래로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이 벽면의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
|
| ▲ 270 AF 촬영 하얀 벽에 남겨진 ‘도장 인쇄’라는 글자. 오래된 가게의 흔적과 무성하게 자란 식물이 한 프레임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여준다. |
| ⓒ 이재필 |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한 사진들을 확인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색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회색과 아이보리색 벽면 역시 차분하게 남아 있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렌즈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코닥 컬러플러스 200의 색감과 현상, 스캔 과정도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렌즈가 만들어내는 대비와 색의 분리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
| ▲ 270 AF 촬영 코닥 컬러플러스 200으로 기록한 가을 하늘. 깊은 푸른색과 밝은 구름, 오래된 건물의 차분한 색이 대비를 이룬다. |
| ⓒ 이재필 |
쿄세라 270 AF가 등장하던 시절, 카메라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향해 경쟁하고 있었다. 자동초점은 점점 정교해졌고, 사진가의 손으로 이루어지던 일들은 하나둘 카메라의 기능으로 옮겨갔다. 오래된 렌즈에 새로운 기술을 더하려 했던 AF 컨버터 역시 그런 시대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 수동초점 렌즈를 디지털 미러리스에 장착하고 어댑터로 자동초점을 구현한다.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오래된 렌즈를 계속 사용하고 싶은 사진가의 마음은 여전한 모양이다. 장식품으로 남겨둘 생각이었던 카메라였다. 그러나 작은 컨버터 하나 덕분에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오래된 렌즈와 함께 익숙한 동네를 걸었다.
|
|
| ▲ 270 AF 촬영 건물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 오래된 렌즈와 AF 컨버터를 통해 익숙한 도시의 풍경을 다시 바라본다. |
| ⓒ 이재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runch.co.kr/brunchbook/mycamera5th)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산불 피해' 천년사찰 고운사, 1년 반 뒤 펼쳐진 놀라운 광경
- '성장' 35번 외친 이 대통령... 국힘 고성에 "말씀하실 거 있으면 하시라"
- 126만 평의 한강이 사라졌다, 강남 아파트 시대 개막
- 정권에 대한 상반된 입장 노출하며 양분... 갈라진 개신교
- '30승 1억' 약속보다 더 큰 거짓말들이 있었다
- 60대 노부부, AI가 짜준 일정으로 여수 2박 3일 다녀보니...
- 일주일째 행방 묘연한 '부캉이' 북항 떠났나
- 여인형, 내란 준비 혐의 부인... 지지자들 "사령관님 힘내세요!"
- 바이낸스 8조 털리자... 금융위 "오프라인 보관 늘려라"
- 오세훈 향한 엇갈린 러브콜... 장동혁-한동훈 중 누구 손 잡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