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11개월 만에 유럽 최고된 카페가 투자한 것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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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방문 예정인 지역이나 도시에서 가볼 만한 곳, 추천 명소 'Top 3', 'Top 5', 'Top 10'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2016년에 미국의 숙박 중개 플랫폼 '홈어웨이(HomeAway)'가 추천한 가볼 만한 세계 3대 커피 도시와 카페 소개가 최초였다.
중산 카페거리에 있는 '멜란지' 카페는 무역업을 하는 오너가 질 좋은 커피콩을 매입해서 우수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 13시간 동안 내리는 더치커피, 딸기 와플이 유명하다는 것도 선정 이유로 밝혔다.
2025년에는 스페인에 본부를 둔 커피와 칵테일 등 음료 문화 트렌드를 다루는 글로벌 정보 플랫폼 '네오드링크스(Neodrinks)'에서 '세계 최고 커피숍 100'을 선정하여 발표하였고, 그중 13개의 아시아 지역 카페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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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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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1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관람객이 커피 시음 전 원두를 만져보고 있다. 2025.11.19 |
| ⓒ 연합뉴스 |
이런 순위 문화, 즉 순위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는 현대인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한국의 10대 골프장은 100개"라는 식의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이런 문화는 해외 여행지 선정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나 휴가 중 읽을 책 목록을 작성하는 것과 같은 작은 선택을 할 때 불안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합리적인 기준보다는 사람의 취향이 더 중요한 영역에서는 이런 문화가 사람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도 있다.
커피나 카페의 선택에서는 답이 없고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순위를 정해서 발표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선택에 작용해 왔다. 물론 이런 문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커피 음료 질, 아침 식사, 공간 분위기까지
1974년 미국 <보스턴 매거진>은 '최고의 커피(Best Coffee)'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더 카페 부다페스트(The Cafe Budapest)'였다. 이 카페에서 제공하는 베트남식 커피는 보스턴 지역 다른 업소가 따라오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이 잡지는 1979년에 '최고의 노천카페'(Best Cafe, Sidewalk)'를 선정하였고, '더 플라워 가든 카페(The Flower Garden Café)'가 뽑혔다.
선정 기준은 커피 음료의 질 뿐 아니라 아침 식사, 공간 분위기와 서비스 등 여러 요소들이었다. 다양한 기준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요즘 음식점이나 카페 평가 관행과 유사하였다. 이 잡지는 같은 해에 '최고의 커피 한 잔(Best Cup of Coffee)'도 뽑았다. 무려 20종의 커피를 메뉴에 올려놓고 있던 케임브리지 소재 '커피 커넥션(Coffee Connection)'이 선정되었다. 커피의 다양성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흥미로운 이벤트 중 하나는 2010년 11월 5일에 발표된 '유럽 커피 어워즈(European Coffee Awards)'였다. 명칭 그대로 유럽 여러 나라의 카페를 비교해서 최고 업소를 선정하는 이벤트로 주최는 '유럽 커피 심포지엄 및 시상식(European Coffee Symposium and Awards)'였다. 1등으로 선정된 카페에는 '유럽 최고의 독립 카페(Best Independent Cafe in Europe)'이라는 명칭이 주어졌다.
이 해에 로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고 카페로 선정된 업소는 런던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풍 카페 '카페인(Kaffeine)'이었다. 그해 8월 커피업계 관계자 3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였고, 런던 소재 '몬머스 커피(Monmouth Coffee)', 베를린 소재 '더블 아이(Double Eye)'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로마에서 열린 정식 만찬 시상식에 매니저가 참석해서 트로피를 수령하였고, 그 기록을 이 카페의 영업 기록에 남겼다.
이 상을 받을 당시 카페 '카페인'은 문을 연 지 불과 14개월이 되는 시점이었고, 업소 대표 피터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매니저 캐서린, 바리스타 두 명, 그리고 셰프를 포함한 직원 여섯 명 등 모두 열 명이었다. 업소 대표인 피터가 수상 직후 HSBC 은행 초청 기업가 만찬에 참여하여 한 연설을 보면 '카페인' 창업은 피터의 열정적인 창업 의지와 서비스업 종사 경험, 그리고 창업 아이디어를 인정한 이 은행의 투자 덕이었다.
투표가 진행된 8월 시점에서 '카페인'은 문을 연 지 불과 11개월이 지난 신생 카페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였다. 선정 기준과 심사 절차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짧은 기간에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커피를 만들고, 고객이 만족하는 수준의 최상 서비스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대표인 피터는 전문 바리스타가 아니었다. 런던 소재 크리켓클럽의 음식 부문 매니저로서의 4년 경력을 지닌 서비스업 경력자였다. 그가 선택하여 함께 일하고 있던 바리스타들의 수준이 높았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수상 후 손님이 많아지고, 커피를 주문받은 후 대기하는 시간이 이전의 3분에서 7~8분으로 길어졌다. 피터는 바리스타를 한 명 더 충원하고, 에스프레소 기계를 한 번에 두 잔을 뽑는 것에서 석 잔을 뽑는 것으로 교체하였다. 다시 주문 후 대기 시간이 3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상 후에도 수상 이전에 고객들이 받던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투자였다. 현재 이 카페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런던에는 선택지가 넘쳐난다, 그러나 카페인을 따라올 곳은 없다', '모든 카페가 따라가고 싶은 벤치마크'라는 배너가 선명하게 보인다. 매장은 런던에 오직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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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1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부스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2025.11.19 |
| ⓒ 연합뉴스 |
우리나라 언론에 세계적인 카페 순위가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2016년에 미국의 숙박 중개 플랫폼 '홈어웨이(HomeAway)'가 추천한 가볼 만한 세계 3대 커피 도시와 카페 소개가 최초였다. <경향신문> 2016년 11월 16일 자에 소개되었다.
첫 번째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이었고, 소개된 첫 번째 카페는 '첸트랄(Central)'이었다. 1876년에 문을 연 빈의 3대 카페 중 하나이고, 미술작가 클림트와 연인 에밀리, 히틀러 등이 드나들었던 카페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국민 작가 페터 알텐베그크(1859~1919)는 이곳을 아예 편지 받을 주소로 사용하였을 정도로 즐겨 찾았다. 러시아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는 빈 망명 시절 이곳에서 체스를 두었다. 체스 손님이 많아 카페가 '체스 대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치 지배하에서 몇 년 문을 닫았던 역사도 있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 음료는 아인슈페너, 우리 식으로는 비엔나커피다.
빈의 두 번째 카페는 데멜(Demel)이다. 1786년에 문을 열었고, 지역의 철학가와 부르주아들의 모임 장소로 명성을 얻었다. 커피뿐 아니라 초콜릿과 케이크 등 디저트로 유명하다. 빈의 3대 카페 중 '자허(Sacher)'는 제외되었다. 선정 기준과 배제 기준은 발표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선정된 도시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이었다. 멜버른은 초기 이민자 중 다수를 차지하던 이탈리아인들이 유럽 커피 문화를 전수한 것이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아메리카노의 현지 버전인 '롱블랙'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마켓레인커피'에서는 즉석에서 로스팅한 커피 원두 정보와 함께 커피가 제공된다는 점이 유명하다고 한다. 카페 '안디아모'는 커피 거리인 디그레이브스트리트 초입에 있는데,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피자와 파스타 맛으로 유명하다고 소개되었다.
홈어웨이는 세 번째 커피 도시로 아시아의 대만 타이베이를 선정하였다. 중산 카페거리에 있는 '멜란지' 카페는 무역업을 하는 오너가 질 좋은 커피콩을 매입해서 우수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 13시간 동안 내리는 더치커피, 딸기 와플이 유명하다는 것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카페 85˚C'는 소금커피라는 독특한 레시피로 유명하다. 소금과 생크림, 그리고 설탕이 커피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는 커피라고 소개되었다. 가격이 당시 환율로 1500원으로 저렴한 것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타이베이 '필름하우스' 카페는 예쁜 정원과 실내 영화관이 결합된 문화공간형 카페로 소개되었다. 과거 미국 영사관 건물이 카페로 변신한 것이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타이베이는 2012년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 < USA Today >가 선정한 세계 최고 커피 도시 10곳 중 하나라는 내용도 함께 소개되어서 당시 우리나라 커피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소식이었다.
순위를 중시하는 문화가 지닌 위험
2025년에는 스페인에 본부를 둔 커피와 칵테일 등 음료 문화 트렌드를 다루는 글로벌 정보 플랫폼 '네오드링크스(Neodrinks)'에서 '세계 최고 커피숍 100'을 선정하여 발표하였고, 그중 13개의 아시아 지역 카페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카페로는 '스트럿 커피' 한 곳이 선정되었다. 2026년에는 아시아 지역 카페 14곳이 선정되었고, 우리나라 카페로는 모모스와 루리커피 두 곳이 포함되었다.
2026년 11월 11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카페쇼에서는 '아시아·태평양 100대 커피숍'이 발표된다. 네오드링크스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세계 100대 커피숍'의 아시아 버전인 셈이다. 우리나라 카페 68곳이 후보에 올랐다. 일본 다음으로 많다. 아쉽게도 후보 선정 기준이나 절차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순위를 중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익숙하게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의 선택을 품질의 증거로 받아들이기 쉬운 문화가 지닌 위험이다. 선택에는 누군가의 기준, 어느 시점의 기준이 작용한다. 그 기준은 아무리 복합적이고 다양하더라도 현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이번에 발표되는 아시아·태평양 100대 커피숍 순위에 포함되는 카페들이 누릴 영광도, 탈락하는 카페 혹은 후보에 포함되지 않은 카페들이 맛볼 실망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런던의 카페 '카페인'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우수한 카페로 선정된다는 것은 커피의 맛이나 서비스의 질을 지속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바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익 확대를 위해 점포 수를 확대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거나, 긴 대기 줄을 인기의 척도로 여겨서 자만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이길상(2025)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싱긋. <경향신문> 2016년 11월 16일 자. 런던 카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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